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9-11-17   2583

[칼럼] 국민참여당에 묻는다

노무현의 무엇을 계승하고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
[칼럼] 국민참여당에 묻는다
박원석(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국민참여당이 창당을 공식화 했다. 정당의 고전적 정의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뜻 맞는 사람들끼리’ 정당을 만들겠다는데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때문에 ‘창당의 명분이 뭐냐’는 식의 질문은 하지 않겠다. 다만 국민참여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한국정치에 무엇을 기여하겠다는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 담론을 펼치며 공당(公黨)을 하겠다고 나선 주체인 만큼 질문과 논쟁은 약이되리라 믿는다.
국민참여당 창준위 결성식ⓒ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정당민주화’ 실험 긍정적, 지켜보자
신당은 당명에도 나타나듯 ‘참여’를 핵심가치로 표방한다. ‘참여’는 ‘민주주의’나 ‘국민주권’처럼 이미 보편화된 언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국민참여당이 표방하는 ‘참여’의 가치가 보다 잘 드러나는 대목은 이들이 지향하는 정당의 성격과 체제 그리고 운영원리다. 국민참여당은 소수 지도부나 국회의원으로 대표되지 않는 열린 정당을 지향하고, 대의원제와 같은 위임형 의사결정 구조를 갖지 않는 당원 중심의 운영원리를 구현하며, 중앙당이 아닌 시도지부가 중심이 되는 분권형 정당체제를 지향한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각종 문서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를 요약해보면 그렇다.
지금껏 대한민국의 정당이 일종의 ‘과두제 정당’, ‘엘리트 정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당민주화’는 중요한 정치적 실험인 동시에 과제다. 때문에 그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대의원제 없는 당원중심의 정당운영과 시도지부 중심의 운영체제가 정당민주화의 일반론이 될 수 있을지, 진정한 국민 참여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방안일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지배구조와 운영원리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결사를 한 사람들 간의 합의의 영역이다. 때문에 외부자로서의 과도한 평론은 주제넘은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직 그 실체나 효과를 평할 만한 단계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것이 맞다. 질문은 지금부터다.
국민참여당이 말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정당은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결사체다. 그리고 그 정치적 이해는 계급 또는 계층의 집단화된 정치적 이해다. 물론 현대의 정당은 다원주의적 속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계급이나 계층의 이해만을 배타적으로 추구하거나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반공주의, 지역주의와 같은 오랜 이념지형, 정치지형으로 인해 ‘국민정당’으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자감세를 추진한 한나라당이 어떤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건 재벌과 경제적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표방하는 정당인 것처럼 정당은 집단화된 정치적 이익을 대변한다.
국민참여당에 입당한 유시민 전 장관ⓒ 민중의소리 자료사진국민참여당의 정체성을 선입견 없이 파악하기 위해 아직 정강정책은 없지만, 창당준비위의 공개된 자료들이나 각종 언론 기사를 훑어봤다. 그러나 과거 개혁당, 열린우리당을 거쳐 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압박과 설움에 억눌려왔던 ‘참여파’를 결집시키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의지 이외에 국민참여당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념과 가치와 정책은 무엇인지 분명한 언술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묻는다. 국민참여당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가?
최근 국민참여당에 입당한 유시민 전 의원은 민주당을 두고 새로운 당을 창당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미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또한 국민참여당은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당’이며, ‘멀고 험한 길을 가겠다’고도 했다. 유시민의 근거에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의 민주당이 변할 수 있을까에 회의적이다. 때문에 나는 민주당과 다르다는 국민참여당의 ‘미래’에 관심을 두고,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것이 ‘정당민주화’라면 반쪽의 답은 될 수 있겠다. ‘정당민주화’를 위해서라면 민주당 내부에서 싸우는 것도 하나의 유력한 경로일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반쪽은 다른 근거 즉,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수렴되지 않는 정치공간에 부유(浮遊)하고 있는 정치적 욕망에 호응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적 전망 즉,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다른 철학, 가치, 노선, 전략, 방법론에 관한 비전의 제시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 국민참여당의 프로세스에는 아직 그 단서조차 발견할만한 무엇이 없다. 유시민은 민주당에 ‘이상의 향기가 없다’고도 발언했다. 이 또한 공감한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이상의 향기’가 ‘정당민주화’일 뿐인가? 그 밖의 차이는 구상한 바도, 합의한 바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참여당은 혹 권력의 핵심에 있다가 어느 날 집안의 권력투쟁에서조차 주변화되어 버린 현실을 참을 수 없는 이들이 차린 ‘작은 집 살림’은 아닌가?
노무현의 계승, 노무현의 단절 
국민참여당의 구성 주체들은 대체로 ‘노무현 정신 계승’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공감 수준을 넘어 정치적 결집의 동기이자 기준이라 볼 수도 있겠다. 노무현을 둘레로 한 강한 정신적 결속력 때문에 ‘친노신당’으로 불리기도 하고, ‘친박연대’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다소 모욕적인 질문까지 받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것도 사실이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변함없이 그를 존중하고 추모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와 추모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 현실 정치의 모토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 집권 시절의 공과에 대한 평가에 근거해 계승할 것과 극복할 것은 무엇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와 같은 구분 없이, 더 정확하게는 노무현 정부 집권 시절의 정치적, 정책적 과오에 대한 인정과 성찰 없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내세우는 것은 추모행위라면 모르되 현실정치에서는 지나치게 정서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태도다.
정의와 원칙을 중시하고 특권을 배격하는 노무현의 가치는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은 그것만이 아니다. 권력을 시장에 넘기고, 재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의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고, 한미 FTA를 추진했으며,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이 유산들은 어쩌면 그가 남긴 추상적 가치들 보다 훨씬 더 국민의 삶을 가까이서 옥죄는 현실로 남아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국민참여당이 노무현의 계승 다른 한편으로 노무현 시대와의 단절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의 무엇을 계승하고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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