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7-31   908

<안국동窓> 건축비 부풀려 놓고 서민대책?

유명 연예인들이 도배하는 아파트 광고, 휘황찬란한 가공된 별들을 내세워 서민들이 찾아나선 희망의 보금자리 모습을 아스라이 지워가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안방으로 날라다주는 텔레비전 광고나 신문 전단지에는 이젠 인간의 기본적 조건인 주거권이 보이지 않는다.

주거정책의 현실은 간이역조차 없는 선로의 기관차와 같이 서민을 태울 생각은 않고 앞으로만 내달린다. 열차의 요란한 굉음과 울림 속에 서민들의 한숨은 그저 가슴속에 응어리로 묻혀 선로 위에 깔릴 뿐이다. 이번에 다시 정부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발표했다.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값 상한제가 민간부문 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에까지 확대하여 시행되는 시점에 적정선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공공택지의 기본형 건축비 상한가격을 토대로 하여 항목만 재배치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새로운 사회적 제도를 만들 시점에는 잠시 간이역에 서서 서민을 함께 태우고 갈 수 있게 노선을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번 잘못 놓인 노선 위에 기관차를 올려 놓고 그저 달리기만을 재촉한다면 그 속도에 따라붙지 못하는, 집이 필요한 서민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상한제에서 상한가격은 말 그대로 상한값 구실을 해야 함에도 판교새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발표된 분양값은 상한가와 거의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분양되고 있다. 허울만 상한가이지 실제로는 시공업체들한테 가이드라인 구실을 하며 가격 담합의 근거가 되어 분양값 상승에 편승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가격과 엄청난 괴리가 나타나는 현실을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시가 공개한 장지·발산지구 분양값을 분석해 보면,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274만~326만원 수준이고, 여기에 가산비용을 더해도 349만~39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산정기준을 보면 소형 및 중대형 통합 기본형 건축비는 431만8천원, 여기에 가산비용(기본형 건축비의 20~30% 예상)을 더하면 518만2천~561만3천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정한 건축비 산정기준 역시 실제 시공현장에서 드는 건축비보다 여전히 3.3㎡에 120만~220만원 가량 부풀려져 있는 셈이다. 0.5% 정도 인하되었다는 발표는 다시한번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짓밟고 가슴속 응어리를 키웠을 뿐이다.

서민을 위한 진정한 주거복지를 내세우려면 제대로 설계된 정책노선과 노임 아래 열차를 운행해야 한다. 이미 서울시가 실질 건축비를 공개하였고 많은 전문가들이 기존 기본형 건축비에 거품 요소를 제거하여야 한다고 지적해 왔음에도, 기존의 잘못 산정된 기본형 건축비를 토대로 항목을 재배치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공사비 산정방식으로는 실질적 건축비 인하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가산항목 등 추가 요인 탓에 건축비가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친환경 건축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는데도 가산항목에서 제외시켜 주거의 질과 쾌적성도 떨어질 것이 염려된다.

정부의 발표는 재검토되어야 하며, 실질적인 건축비 인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희망을 함께 싣고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다시 깔아야 하며, 적정한 운임으로 함께 타고 갈 수 있는 기본형 건축비를 내놓아야 한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와 공급자가 함께 주거복지의 새 틀을 짜야 할 때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이윤하 (경희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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