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4-16   2397

<안국동窓> 허세욱 회원의 명복을 빕니다

2007년 4월 15일 11시 30분 무렵, 허세욱 회원께서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들에서 산에서 봄놀이를 즐긴 일요일이었습니다. 산수유 꽃처럼 부드럽고 소박했던 허세욱 회원께서도 가족과 함께 봄놀이를 즐기고 싶었을 화창한 일요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허세욱 회원께서는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평소에 너무나 조용하신 분이었기에 허세욱 회원께서 한미FTA를 막기 위해 분신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분신이란 분명히 극단적 저항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고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민주적인 정부를 자처한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강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만한 참여정부가 겸손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여러 사람들이 분신으로 독재정권에 맞서고자 했습니다. 독재정권은 분신이라는 극단적 저항을 초래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습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특권층과 부유층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내세우면서 그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을 때 극단적 저항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므로 이제 더 이상 정부에 맞서서 분신과 같은 극단적 저항을 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의 민주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이루어졌더라도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를 제대로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허세욱 회원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집니다. 가족의 슬픔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정부와 정치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더 많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 손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산수유 꽃같은 허세욱 회원이여

당신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푸른 하늘 저 위에서

당신은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요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회원 모임에서 운영위에서

집회에서 술자리에서

당신은 늘 조용히 우리를 지켜주고 있겠지요

산수유 꽃같은 허세욱 회원이여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홍성태 (상지대 교수,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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