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참여행사 2012-05-24   1747

[후기] 밥상공동체로 지켜낸 항쟁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5.18 민중항쟁 32주년 기념특강 후기]

 

밥상공동체로 지켜낸 항쟁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는 5.18민중항쟁 32주년을 맞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홍성담 화가에게 듣는 ‘오월은 다시 창조적 고통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특강안내 바로가기) 이날 특강에는 총 26명의 수강생들이 참석했고 특강이 끝난 이후에도 1층 카페에서 2시간 가까이 뒷풀이를 하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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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홍성담이 말하는 ‘오월은 다시 창조적 고통이 필요하다’ 특강(사진=참여연대)

 

강의에 앞서 홍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5.18 판화가 전시되고 있는 세계의 여러 미술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는데 듣다보니 정말 많았습니다. 만약 홍 선생님께서 보통 작가였다면 개인의 자랑처럼 느껴졌겠지만 평생을 광주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신 홍 선생님께서 판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5.18의 의미를 생각하니 오히려 듣고 있는 제가 더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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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고 선생님께서는 약 50여 점에 달하는 본인의 5.18판화를 PPT로 보여주며 당시의 상황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유신잔재 척결 대회에 모인 사람들’이라는 판화에서는 모인 군중 한명 한명의 사연과 포즈를 설명해주셨는데, 그 동안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사실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설명을 다 마칠 때 쯤, 선생님께서는 ‘시체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판화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한 외국인으로부터 ‘시체의 발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서 시체의 발만 보이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발이 하얗게 표현된 것이 더욱 인상 깊었다’는 평을 받고난 후 더 애착이 가게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판화에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경험한 광주를 몇 개의 에피소드를 나누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Episode1
“광주는 피와 밥으로 맺어진 저항의 공동체였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밥상에 얽힌 이야기였는데, 항쟁 초기 시민군과 운동권간의 갈등을 해결했던 촉매제 역할부터 광주항쟁 기간 동안 밥이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광주항쟁 당시 총이 5천개 이상 풀렸는데도 불구하고 총기사고, 오발사고, 절도강도사건 하나 없었던, 인류역사상 벌어진 민중항쟁 가운데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했던 항쟁(어디서 많이 들어 본 표현이죠?)이라고 하시면서 그렇게 되기까지 ‘광주 여성들이 내 놓은 밥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를 두고 ‘밥상공동체로 지켜낸 항쟁’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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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2
“내 손을 자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당시 부산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26일 쯤 인가 라디오를 통해 미국 항공모함의 부산 정박사실을 알게 됐는데 당시는 시민군 지도부들은 민주주의가 발전한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온 것으로 착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실을 대자보로 써서 광주 시내 곳곳에 붙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 항공모함의 정박 이유가 광주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군부가 광주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도 북한이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던 대자보를 쓴 자신의 손을 자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생님께서는 양손잡이였던지라 그러지 못하셨다고 했습니다.

 

Episode3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구나!”

 

세 번째 에피소드는 ‘도청 진압 이후’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도청이 진압되던 마지막 날 밤 선생님께서는 진압군에 쫓겨 밭고랑에 몸을 숨겼고 거기에서 새벽을 맞이했는데, 당시 들었던 감정은 ‘패배’, ‘걱정’ 둥 부정적인 것들이 아니라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총과 탱크 소리가 진동하던 광주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들을 들으며 야속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희망을 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 되는구나.”라고 말입니다. 또 선생님께서는 당시 사람들은 광주 그러면 죽음, 피, 학살이라고 관념적으로 생각하는데, 우리가 항쟁 10일 동안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그걸 모른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후 선생님께서 광주에서 문화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광주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목표를 ‘전 한반도의 오월화! 광주의 전 한반도화!’로 정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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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강 중인 화가 홍성담 선생님 (사진=참여연대)

 

이후 간첩죄로 피고인 신분이었던 홍 선생님과 대법관이었던 이회창씨와 인연, 아시아인들이 K-POP에 열광하는 이유, 등 80년대를 넘어 90년대 2000년대 이야기들을 해주셨고 마지막으로 광주 5.18민중항쟁의 의의를 “광주는 시민을 탄생시켰다!”, “현대의 시작을 알렸다.”라고 정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아시아 전체의 민주주의에 큰 영향과 교훈을 주었다고도 덧붙이셨습니다.

 

“참여연대도 공동체적 성격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그동안 참여연대 느티나무의 강좌에 참여했거나, 참여연대 회원들이 “나 자신이 겪은 5.18, 그것이 지금 나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늦도록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분이 여행지에서 당일 가져온 주먹밥과 어묵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광주항쟁이 하나의 밥상공동체였다고 하는데, 역시 뒷풀이시간에도 이렇게 아주 맛있는 걸 나눠먹으니 분위기가 더욱 좋았습니다.
마지막 홍성담 화가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습니다. “참여연대도 단지 시민’단체’로만 존재하면 안돼요. 공동체적 성격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광주 항쟁을 통해 비로소 시민이 되었다”라는 말씀처럼 당시 광주를 지켰던 시민군으로써, 이후 광주 오월 정신의 계승과 전파를 위해 문화운동에 몸 바치셨던 예술가로서 운동가로서의 고뇌와 신념이 묻어나는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 많이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홍성담 선생님께(홍성담의 그림창고 바로기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 : 아카데미느티나무 천웅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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