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참여행사 2013-11-25   1863

[후기] 북촌의 역사문화를 찾아서

 

[후기] 북촌의 역사문화를 찾아서  

 

비소식이 들리던 지난(11/16) 토요일, 예상과 달리 화창한 날씨속에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북촌으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북촌 역사탐방을 당일 불암산 마당바위에 가서야 기억해냈다. 전에 한양도성 답사에 함께 갔었던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물어볼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혼자 갈까 고민하다가 옆에 있는 엄마께 물으니 쿨하게 ‘같이 가자’고 하신다. 뭐, 그래. 이렇게 엄마와 참여연대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고, 나는 황평우 선생님을 다시 뵐 수 있었다.

 

처음 역사탐방이 시작된 곳은 ‘육의전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탑골공원 옆에 있는 10층이 채 안되는 건물의 지하에 있었는데, 평소 내가 생각하던 박물관이 아니라 의아했었다. 반신반의하면서 지하로 내려가니 바닥은 유물들을 볼 수 있게 투명한 유리로 덮여있었고, 유리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덧신을 신어야 했다. 건물을 짓기 전 이곳에 문화유적이 묻혀있다는 것을 안 황평우 선생님은 건물주에게 지하를 박물관으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수년 동안의 회의와 심의끝에 이곳을 완공하셨다고 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좀 더 다이내믹한 이야기들이 있었겠지만) 선생님은 이 곳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유적의 배치, 조명, 설명을 하는 방식과 단어 선택 등이 기존의 박물관과는 달랐다. 그런 것들에 대한 설명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문화 유적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과 함께 나도 어떤 것을 할 때 내 분야에서만큼은 이만큼 특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했다.

       육의전 박물관

      > 육의전 박물관 

 

육의전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피맛길이다. 피맛길은 보통 백성들이 고위관료들의 말을 피하는 길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선생님은 그것이 아니라 왕의 행차를 피하는 길이었다고 설명하셨다. 물건을 가게 외부에 산처럼 쌓아놓고 파는 상인들은 왕의 행차 때마다 몇 시간씩 장사를 할 수 없었고, 행차를 보자면 절을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신경쓰이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행차 공지가 있을 때마다 가게의 반대편으로 나 있는 좁은 피맛길에 물건을 쌓아놓고 모였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니 놀이를 하기도 하고 술도 마셨다.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피맛길   육의전 박물관 내 16세기 시전행랑 유적

       > 육의전 박물관 내 피맛길 원형          >육의전 박물관 내 16세기 시전행랑 유적

 

선생님은 피맛길 뿐만 아니라 북촌과 남촌을 가르는 청계천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집권세력이 살았던 북촌과 비집권세력이 살았던 남촌 사이에 흘렀던 청계천 주변에는 도편수나 화가 같은 예술하는 사람들, 통역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외국을 많이 나다니는 사람들이 책과 물건을 팔면서 청계천에는 또 나름의 상업문화가 발달했다. 왕과 이름난 관료들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사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렇게 내가 지나치는 공간과 얽힌 일상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역사가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관심이 생겼다. 한국사 교과서가 이렇게 이야기책과 같으면 좋았겠다라는 조금은 게으른 생각을 해보았다.

 

육의전 박물관을 둘러본 이후 우리는 북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한국 최초의 초등학교인 교동초등학교, 운현궁 양관, 현대사옥 건물 앞에 있는 관상감 관천대, 그 옆 건축가 김수근이 설립한 공간사옥, 몽향 여운형이 중심이 된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건물, 정독도서관, 헌법재판소 뒷편의 백송 등을 둘러보았다.

 

      북촌역사탐방  북촌 역사탐방

      > 우리나라 최초의 교동 초등학교   

        천도교 중앙대교당     운현궁 양관

        > 천도교 중앙대교당                > 운현궁 양관

그동안 내가 버스를 타면서, 빌딩 숲들 사이에서 지나쳤던 곳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선생님은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해주셨지만 나는 어서 빨리 남자친구를 만들어서 손잡고 여기로 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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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서 따로 필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역사는 기념해야 하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기념할 것은 기념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역사에는 기념할 것보다 기억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고, 많아야 하는 것 같다. 열정을 다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황평우 선생님과 진행을 도와주신 간사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그곳에서 만난 낯이 익은 분들도 내심 많이 반가웠었다. 올해의 마지막 역사탐방이라는데, 후기가 너무 빈약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년 프로그램도 더더욱! 기대된다.


이 글은 사회학을 전공하는 새내기 대학생, 전미영 회원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2013년 역사탐방은 상반기에 북촌과 한양도성을 다녀왔고, 하반기에 청계천과 북촌을 다녀왔습니다. 진행해 주신 황평우 회원님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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