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7-04   1728

핵 재처리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 폐기 선언


현 정부가 핵정책마저 후퇴시키고 있다. 지난 7월 2일 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핵우산 명문화에 이어 한반도 핵위기를 부채질하는 무모하고도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미간 협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력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료의 공급이나 쓰고 남은 원료의 처리문제에 있어 상업적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국과 구체적인 협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핵연료의 재처리에 따른 심대한 환경적 위협을 간과하고 있으며, 지금껏 재처리를 통한 상업적 이익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또한 최근 일각에서 핵주권론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부가 핵무기 원료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처리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새롭고도 중대한 도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기 보다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보유와 핵재처리의 명분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또한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를 방치하고, 문제해결에는 뒷짐지고 있으면서, 국내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핵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지금 정부는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미 측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핵재처리는 경제적, 환경적 이유에서도 매우 부적절하지만, 한반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핵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미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신문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평화적 핵주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족쇄’라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원료 추출 시도를 한 사실은 무시한 채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걱정된다면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고, 재처리를 허용하는 일부 나라들과 비교하면 형평에 맞지 않는 “자존심” 상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동아일보의 논리는 북한의 입장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북한의 핵개발이나 장거리 로켓 개발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논리와 다르지 않다.

한국은 핵 재처리를 해도 핵무기 원료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처음부터 평화적 핵이용이 아니라 매우 위협적인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핵재처리에 나선 것이며, 한국의 핵 재처리를 제약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북한의 핵주권과 평화적인 우주 이용권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어길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당연하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NPT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지난해 핵협정을 체결하여 핵거래를 가능하도록 하는 등 이중잣대의 전형을 보여준 바 있다.

핵무기 보유나 핵 재처리가 어디 권장할 일인가. 게다가 한반도 비핵화가 불필요하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고,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라는 것인가. 북한의 핵포기를 어떻게 주장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자 정책방향이다.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고, 핵무기 사용의 위협도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그리고 핵무기 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인류와 환경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핵 재처리 활동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참고]

핵재처리로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현재도, 미래도 보장받아야 한다 –



○ 한나라당에 이어 어제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원료의 공급이나 쓰고 남은 원료의 처리문제에서 상업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핵재처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핵재처리는 아무리 ‘평화적’이라는 수사로 치장하더라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또한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는 사용후 핵연료는 그 자체로도 인류를 위협하는 물질이므로 생태계로부터 수십만 년간 영구 격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재처리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주변의 모든 것이 방사화 되어 더 많은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핵발전소가 일상적으로 내뿜은 방사성물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방출된다. 핵 재처리는 여느 쓰레기 재활용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류의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이다.

○ ‘상업적’, ‘경제적’ 이라는 이유로 핵폐기물을 재처리하자는 주장은 내용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 세계 핵산업은 일-프랑스로 재편되었는데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첨단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아오모리현에 건설한 재처리공장을 경제성과 기술의 문제로 인해 가동이 수년간 늦추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핵을 재처리하는 나라는 없다.

핵 재처리는 군사적인 이유, 즉 플루토늄을 확보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수 십년간 영국과 프랑스에 사용후 핵연료를 보내서 재처리해 와서 쌓아 놓은 3톤 가량의 플루토늄(히로시마 투하 폭탄은 45kg)은 그들의 주장과 달리 핵발전소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라늄-플루토늄을 혼합 한 신형 MOX연료 역시 핵발전소에 사용할 계획을 계속 늦추더니 최근에 다시 5년 연장을 발표했다.

○ 핵무기로 핵주권을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게 폭력으로 응수해서는 끝이 없다. 강한 자를 이기기 위해 더 강한 수단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의 결과는 공멸로 끝나고 만다. 인류에게는 핵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에 러시아의 메드베데프와 오바마가 만나 핵무기 감축에 합의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핵주권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기존에 이런 이해관계에 중심에 있던 핵관련 과학자 집단과 일부 수구 언론에 더해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외교통상부)가 앞장서고 있어 그 심각성이 크다.  

○ 부시가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어떤 화려한 수사를 붙이더라도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석유업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침공이었다.
핵재처리는 아무리 ‘평화적’이나 ‘주권’과 같은 수사를 이용하더라도 그 본질은 전 인류에 위협이 되는 플루토늄의 추출이며 생태계에 회복하지 못할 치명상을 남기는 핵폐기물의 증가와 오염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원자력협정 개악을 통한 한반도비핵화 원칙을 파기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2009년 7월 3일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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