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통일부 장관, “핵 평화적 이용은 북 권리” (연합뉴스, 2005. 8. 11)

‘북 평화적 핵이용권’ 한미 입장차

7일 휴회한 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최종 쟁점으로 부각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한 한미간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1일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농업용, 의료용, 발전 등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 권리는 북한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분야의 2인자인 정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서는 경수로를 비롯한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우선 정 장관의 발언은 전날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민간용 핵불용이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천명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라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평화적 핵권리’라는 원칙에 집착하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달 말로 예정된 4차 6자회담 속개회의 역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과 이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10일 북한이 경수로를 포함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하지 말고 기존의 모든 핵프로그램 해체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5일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활동 권리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전쟁패전국도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핵활동을 할 수 없느냐”며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의 ‘평화적 목적 핵이용 권리’ 발언과 미국의 모든 핵폐기 주장이 배치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폐기라는 미국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수용 등 국제적인 의무를 이행해 신뢰를 쌓으면 북한도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일반론’을 염두에 둔 듯 하다.

정 장관도 “경수로에는 평화적 이용 목적의 경수로와 (현재 중단된) 신포 경수로가 있다”며 “신포 경수로 대신 전기를 주겠다는 것이 우리측의 중대제안”이라고 말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영변 5㎿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목표는 ‘현재의’ 핵관련 시설을 일단 모두 폐기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국제적 신뢰를 깨고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등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일단은 신뢰회복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영원히’ 제한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과거 제네바 합의 파기에서 보듯이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 핵이용 운운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힐 차관보도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관점”이라며 과거 북한의 전력을 거론한 뒤 “우리는 경제적 문제와 에너지 문제, 핵폐기와 핵프로그램 포기, NPT 복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그가 “평화적 이용권에 대해 논의하는것은 잘못된 주제”라고 말하면서도 ‘현시점에서는’이라는 단서를 단 것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북한도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신포 경수로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도 10일 SBS와의 대담에서 “북한은 구체적으로 경수로 제공을 요구한 적은 없으며, 북한의 요구는 경수로와 같은 평화적 원자력 이용권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당연한 권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폐기를 위한 현재의 조치로서의 북한의 모든 핵폐기를 말하고 있는 미국과 이를 인정하면서도 한발짝 더 나아가 언젠가는 누려야 하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차가 4차 6자회담 속개회의 전에 어떤 식으로 조율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다음 주에 워싱턴을 방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에 관한 양국의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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