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3-03-02   1033

전쟁의 검은 구름 걷어내고 평화의 한길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민족대회’ 남북 3·1민족선언 채택

▲ 만세삼창을 부르고 있는 북측대표단들.(사진 3.1민족대회공동취재단)
▲ 대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장재언 북측단장(왼쪽)과 김철 남측 단장(사진 3.1민족대회공동취재단)

첫 대표연설은 장재언(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조선 가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북측단장이 시작했다.

장 단장은 “3·1운동을 통해 우리 겨레가 원했던 것은 단군 민족끼리, 아리랑 민족끼리 서로를 존중하면서 떳떳하게 사는 것이었지만 겨레의 염원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가 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주가 외세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장 단장이 “자주만이 살 길이고, 자주는 민족공조에 있다”고 말할 때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남측 대표연설에 나선 김철(천도교 교령) 단장은 84년 전의 3·1운동이 종교인들이 주축이 되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남북종교인이 대거 참석한 이날 대회와의 공통점을 짚었다. 김 단장은 “자주와 평화는 3·1운동 정신을 압축한 것”이라며 “민간인들이 선조들의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무력이 아닌 평화적 행진에 나선 오늘은 역사적으로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연설도중 몇 차례 감정에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 3.1민족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성숙 북측대표와 한병관 남측 대표. (사진 3.1민족대회공동취재단)

이어 북측 임윤재 천도교 중앙위원회 책임부원, 남측의 이창복 민화협 상임의장, 북측 최창만 조선 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장 등 남북 각계 인사들의 연설이 뒤따랐다. 이들은 대부분 대치상태에 있는 북미 관계로 인해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한반도의 분위기를 의식, 반전평화를 주제로 말을 이어갔다. 특히 북측 대표들은 “지금의 위기상황의 책임은 외세에 있음”을 강조했다.

임윤재 책임부원은 “외세에 의한 전쟁의 검은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북남이 지금 맞잡은 손을 더욱 굳게 잡아야 한다”며 “반전의 방패가 되자. 평화를 한 목소리로 내고 민족공조하자”고 외쳤다. 최창만 부장 역시 “더이상 외세에 이 땅을 짓밟혀서는 안 된다. 존엄있게, 떳떳하게 살자”고 주장했다.

남북대표단은 이날 3·1민족선언문을 채택해 △민족자주정신을 세우고 자주권과 존엄을 실현할 것 △반전평화운동에 나설 것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확대하고 민족공조의 기반을 강화할 것 △6·15공동선언이행을 통해 통일을 성취할 것 등의 내용을 선언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후 강지영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의 선창으로 대회 참석자들은 “3·1민족자주통일 만세!”, “6·15공동선언 만세!”,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만세”를 불렀다.

▲ 건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 3.1민족대회공동취재단)

오후 7시에는 이날 마지막 일정인 환영연회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백도웅 목사와 장재언 북측단장의 간략한 환영사가 있은 후 원불교 인사의 제안에 따라 축배를 들기도 했다. “자비, 자주, 평화의 정신이 담긴 남북과 북남의 합환주를 들며 통일을 염원하자”는 제안에 참석자들 모두가 “건배!”를 외쳤다.

남북 해당종교대표단은 대회 이튿날인 2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명동성당, 소망교회, 봉은사, 천도교대교당 등에서 종단예식에 참석한다. 같은 시간 워커힐호텔에서는 민화협, 통일연대, 여성, 청년단체 등 남북의 각 부문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부문별상봉이 진행되고, 오후 3시부터는 남북공동학술토론회가, 9시부터는 대회의 폐회를 알리는 ‘기원의 밤’행사가 열린다.

한편, 1일 저녁 광화문에서는 여중생범대위와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이 함께 주관한 ‘3·1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 대행진’이 2천 여명의 시민, 학생,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3.1 민족선언(전문)

오늘은 우리 민족사에 애국운동으로 빛났던 3.1 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84돌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이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자주독립과 조국광복의 횃불을 높이 들었던 선열들의 애국적 장거를 되새기면서 오늘날 우리 민족 앞에 닥쳐온 위기를 막고 민족의 존엄과 정기를 드높이며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수호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자주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던 3.1의 함성은 오늘도 우리의 귓전에 쟁쟁히 울리고 이 나라 산천초목에 깊이 스며있다.

우리는 선열들의 애국정신과 의지를 되살려 진정한 자주권과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겨레의 절규를 모아 민족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엄숙히 선언한다.

1. 우리는 민족자주정신을 끊임없이 발양하며 자주권과 존엄의 실현을 위해 결연히 나설 것이다.

어제의 3.1독립정신은 오늘의 민족자주정신이다. 민족자주정신이야말로 5천년 민족사에 도도히 흐르는 우리 민족의 정통이념이며 대대로 이어가야 할 애국정신이다. 우리민족의 뜻은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확립이다. 우리는 “조선인은 자주인”임을 선언했던 84년 전의 그 때처럼 목소리를 합쳐 “민족자주”를 더욱 힘차게 외친다.

우리는 과거 일제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왜곡날조하고 군국주의 부활과 재일 동포들에 대한 공공연한 폭력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규탄한다. 우리는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워 민족의 존엄을 지켜갈 것이며 우리 민족문제는 우리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풀어 나갈 것이다. 나라의 자주권이 존중되는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는 나라들 사이에 자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 우리는 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우리 힘으로 지켜 나갈 것이다.

우리민족은 역사적으로 남의 땅을 넘보지 않고 인류의 화목과 평화를 도모해 온 평화민족이다. 나라와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온 겨레가 하나같이 분연히 일어선 것은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애국선열들의 후손들인 우리가 힘을 합쳐 평화를 수호하지 못한다면 단일민족과 삼천리 금수강산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선열들의 피와 넋이 스민 이 땅을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우리가 지켜 나갈 것이다. 민족을 사랑하고 오늘의 난국을 걱정하는 민족성원 모두가 애국의 단심으로 거족적인 반전평화 운동에 떨쳐나설 것이다.

3. 온 겨레가 손에 손을 굳게 잡고 민족의 단합을 반석같이 다져 나갈 것이다.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문화도 하나, 역사도 하나인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민족단합, 화해협력은 당연한 이치이며 생존방식이다. 민족의 단합과 화해협력 없이 하늘, 땅, 바다 길이 열릴 수 없고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시련을 극복해 나갈 수가 없다.

우리는 자신보다 민족을 사랑하고 각 당, 각 파의 이해관계보다 민족공동의 이익을 앞세워 애국애족의 기치 , 조국통일의 기치 밑에 단결하고 또 단결할 것이다. 우리는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남과 북사이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확대하여 민족공조의 기반을 강화할 것이다.

4.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6.15 공동선언을 변함 없는 조국통일운동의 푯대로 들고 나갈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민족의 자주선언이고 평화선언이며 통일선언이다. 우리 민족의 힘으로 조국통일을 성취할 수 있는 비결은 6.15공동선언의 이행에 있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이정표로 내세우고 우리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통일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7천만 겨레여! 오늘 우리 앞에는 6.15 공동선언의 시대, 자주평화통일의 새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민족의 힘으로 조국통일을 앞당기자!

3.1 민족자주정신 만세!

6.15 공동선언 만세!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만세!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민족대회 2003년 서울

김선중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