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7-07-13   2099

“나는 이라크 사람입니다!”

[평화학교 5강] ‘대테러전’시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무엇을 남겼나

2001년 초가을, TV 뉴스에서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큰 빌딩과 비행기의 충돌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이튿날 나는 어제의 그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 혹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연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미국의 세계무역센터와 보잉기의 충돌장면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미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애도와 묵념의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세계최강국인 미국의 본토가 공격 당한 것은 역사 이래 처음이었다. 미 부시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응징을 할 것이라 전 세계에 알렸고, 얼마 안 있어 첫 실행으로 아프간을 공격했다.

9·11테러로 인해 미국인은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구, 남편, 부인… 을 잃게 되었다. 그런 심정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미국이 선택한 응징은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 미 국민들 대다수가 부시의 강경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대신 이러한 경악할 만한 테러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돌아보며 미국의 일방적 외교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주장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냉전 종식 후 새로운 적을 찾던 미국에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9·11 테러로 인해 그 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무기들을 아프간 사막에 쏟아 붓는 끔찍한 전쟁을 펼쳤다.

2003년 이른 봄,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TV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어떤 함정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과 함께 ‘미국, 이라크 공격’ 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았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9·11 테러의 분노가 식지 않은 미국민을 설득하여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다. 침공한 지 얼마 안 되어 바그다드의 후세인 동상은 성조기로 뒤덮여 무너졌으며 미국은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동시에 한미동맹으로 인해 ‘반미면 어떠냐’ 라고 외치던 참여정부의 결정을 통해 나의 친구, 아들, 남편이었던 한국 군인들이 이번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침공 전부터 비난과 우려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과연 미국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계속해야만 했으며, 또한 한국군은 왜 참전을 해야만 했는가? 막상 세계 최강 정보력을 갖추었다는 미 CIA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도 못했다. 도대체 미국은 무엇을 위해…?

2007년 초여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주최하는 평화학교를 통해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김재명씨를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이 석유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는 보도가 나올 때 마다 나는 이런 사실을 의심스럽게 여겼다. 이번에 직접 이라크인들을 만나며 취재를 해 온 김재명 기자의 강연을 들으면서, 미국이 석유 쟁탈권을 노리며 이라크를 침공한 의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의 불법 수용시설에 대한 인권문제, 미군 포로수용소의 고문, 전쟁 중에 미군에게 성폭행 당한 이라크 소녀… 9·11 테러를 일으킨 범죄자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많은 이들이 미국의 일방적 외교에 희생당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나 자신과, 우리 모두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일가? 나의 친구가 이라크에 있거나 나의 남편 혹은 자식이 그 곳에 있는데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은 이라크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석유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이라크를 침략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계속 한국군을 이라크전에 참전시켜야만 하는 걸까? 이라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후세인 없는 평화? 시아파와 수니파의 분리? 아니면 미국식 민주주의?

강연 도중 김재명 기자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라크에서 이라크인들에게 “당신은 수니입니까, 시아입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 같은가 라고. 그들은 “나는 단지 이라크 사람입니다.” 라고 답할 것이라 했다.

이라크인들과 주고받은 이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밀려들었다. 특히 이번 전쟁에 대한 한국군 참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제 4기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 평화학교를 7월 2일부터 7월 23일까지 제 10강에 걸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평화학교에 참가한 최병택 씨가 5강 ‘대테러전 시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무엇을 남겼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최병택 (참여연대 평화학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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