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8-01-23   1222

[이제는 평화] UAE 연속기고 ② UAE에 원전 수출한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MB

이명박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비밀 군사협정, 핵발전소 수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국익’이란 명분 아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3회에 걸쳐 UAE 핵발전소 수출과 군사협력의 문제점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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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을 중동 전쟁의 들러리로 세우려 하나

② UAE에 원전 수출한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MB

③ UAE 파병·비밀군사협정, 위헌과 불법의 총체적 결정판

 

UAE에 원전 수출한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MB

[이제는 평화] 사용후핵연료 처분 약속 의혹,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금도 법정기념일인 UAE 핵발전소 수출 성공일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연말과 일요일 겹친 평화로운 휴일, 우리 국민들은 TV에서 갑자기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아랍에미리트(UAE) 핵발전소 수출 성공 기자회견이었다.  

 

다음날 모든 언론은 UAE에 핵발전소 수출을 성공했다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연일 특집방송이 이어졌고, KBS는 원전 수주기념 열린 음악회를 여는 등 축제 분위기를 북돋았다. 

 

당시 정부는 UAE 핵발전소 수출은 200억 달러짜리 성과라며, 쏘나타급 승용차 100만대를 수출하거나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80척을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수출 성과를 자평했다. 

 

 

▲ 지난 2010년 1월 30일에 방송된 한국원전수출기념 KBS 열린음악회 ⓒKBS 방송 갈무리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2010년부터 UAE 수출에 성공한 날(12월 27일)을 ‘제1회 원자력의 날’로 지정해 법정기념일로 삼았다. 1995년부터 진행되던 ‘원자력안전의 날(9월 10일)’이 있었으나, 2010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이를 원자력의 날로 통합해서 지금까지 ‘원자력 안전과 진흥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12월 27일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기념해 1964년 만들어진 무역의 날 같은 행사도 있지만, 단일 품목인 핵발전소 수출에 성공했다며 법정기념일을 만든 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것이다. 

 

고준위핵폐기물을 둘러싼 논란 

 

장밋빛 환상과 축제 열기 속에 UAE 핵발전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동안 금기였다. “핵발전소 수출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사업”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사설에 담은 언론사들은 “빨갱이 신문 폐간하라”는 항의를 받았고, 비판적 논조의 성명서와 칼럼은 어김없이 악성 댓글로 도배되었다. 

 

이후 UAE 핵발전소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 터져 나왔지만, 이는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UAE 핵폐기물 국내 반입설이다. 2011년 4월 <신동아>는 ‘한국이 UAE 방사성 폐기물 부담도 떠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UAE 측 문건을 보면 외국 공급자가 핵폐기물을 UAE 밖으로 가져가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고, 여기에 한국이 관여될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한전은 이에 대해 허위보도라며 <신동아>를 상대로 출판물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UAE의 정책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제3국에서 처리하는 절차에 한국전력이 관련돼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라며 한전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해당 기사가 실린 신동아는 정상적으로 판매되었지만, 핵폐기물을 둘러싼 진위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으로 시작된 논란에서도 당시 논란이 재연되자, 한전은 12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과 UAE 핵에너지공사(ENEC)간 주계약상 한전이 UAE의 핵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로 반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은 정확한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주계약이란 한전과 UAE 핵에너지공사(ENEC)간 맺은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건축 계약서에 건물 운영 중에 나오는 쓰레기도 치워달라는 계약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군사협력에 대한 MOU 역시 당연히 UAE 핵발전소 건설계약서에 담겨 있지 않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한전의 이 발표가 나온 시점까지 UAE 핵에너지공사(ENEC) 홈페이지엔 “UAE의 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키는 동안 현장(onsite)에 보관하고, 이후 핵연료를 갖고 온 나라(country of origin)로 돌려보내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은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최근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결정을 내릴 시간을 갖고 있으며, 정부는 가능한 옵션을 고려중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UAE 핵발전소 건설 이후 한동안 바뀌지 않았던 홈페이지 내용이 최근 논란이 되자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 UAE 핵에너지공사(ENEC) 홈페이지 FAQ 중 핵폐기물 관련 부분(2017년 12월 31일)

 

▲ UAE 핵에너지공사(ENEC) 홈페이지 FAQ 중 핵폐기물 관련 부분(2018년 1월 19일)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없기 때문에 UAE의 사용후핵연료를 한국에 처분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게 이뤄진다. 해외 위탁재처리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가장 잘 하는 나라가 UAE 핵발전소 건설을 두고 우리나라와 경쟁을 했던 프랑스다. 프랑스는 라아그에 사용후핵연료 핵재처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라아그 핵재처리공장에선 프랑스의 사용후핵연료 뿐만 아니라,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 각국과 멀리 일본의 사용후핵연료까지 재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는 UAE에 핵발전소 건설 옵션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함께 해줄 것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UAE는 우리나라에게 프랑스의 제안을 언급하며, “너희 나라는 이런 것 없냐?”고 물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해서는 해당 나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내야 하고, 재처리 이후 냉각과 보관을 위해 수년씩 그 나라에 보관하기 때문에 해외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를 하나 신설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생긴다.  

 

마치 해외 약탈 문화재는 ‘반환’하지 않고 ‘장기 대여’형식으로 돌려주는 것처럼 영구 처분은 아니지만 계약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씩 해외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해외에 보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계약은 보통 핵발전소 운영과정 혹은 사용후핵연료 발생 이후 수년이 지나서 맺기 때문에 계약을 맺는 시점에서는 계약서에 넣지 않아도 부속서나 MOU, 혹은 구두계약만 갖고도 충분하다.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핵 재처리 공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2007년부터 정부는 ‘미래 원자력 종합로드맵’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을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UAE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올 즈음엔 이런 것이 완성될 것이라고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와 조금 다른 기술이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임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계속 되고 있다.

 

이후 이어질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UAE 핵발전소 수주를 둘러싼 의혹은 핵폐기물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군사협력 문제 이외에도 60년 가동 보장, UAE와 한국 간의 신용 차이로 인한 역마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 있다.  

 

이들은 현재의 여당이 야당 시절 열심히 제기해 오던 것들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것 없다. 오히려 최근 국회에선 ‘국익’을 위해 UAE 논란을 멈추자는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왕정 국가 UAE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진짜 ‘국익’인지 따져볼 일이다.  

 

최종처분이든 재처리 등 외국의 사용후핵연료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이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핵발전소 장기 가동 보장이나 역마진 등의 문제 역시 공기업 한전의 경영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문제이고 매우 구체적인 피해로 연결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어느 때보다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적 청산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의혹과 비밀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도 포함된다. UAE 핵발전소 수출을 둘러싼 의혹을 지금 깔끔하게 풀지 못한다면 언제 풀 수 있겠는가?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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