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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9.01.14
  • 705


오바마 등장으로 북핵 해결과 평화 정착의 중대 갈림길에 설 한반도


작년 12월 8∼11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은 북한이 신고한 핵 목록의 검증 방법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결렬되었다. 논란의 핵심이 된 시료 채취(sampling)를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막을 내리고 오바마 행정부가 그 뒤를 잇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전개될 미국의 대북 정책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부시 정부의 정책과 비교하며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의 주관심사인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주관심사인 북미 관계 개선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하려면 대통령 취임 이후 몇 개월의 정책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대통령직 인수팀의 외교안보정책 구상과 북핵 관련 외교안보 진용을 살펴보면서 신중한 예측을 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은 ‘오바마-바이든 계획’을 통해 미국의 외교와 국토안보 정책에서 핵확산, 테러리즘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이들 문제 해결과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 회복을 위해 양자 대화, 다자 기구, 민간 자원 활용 등 외교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기조 속에서 오바마 당선자 측 정권 인수팀이 밝힌 외교안보정책 방침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핵 테러리즘, 적성국과의 대화와 관련하여 북한(북한 핵 포함)을 네 번 거론하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오바마 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핵 문제에 초점을 두고, 완전하고 검증한 해결을 지향하고, NPT 체제 위반 시 국제 제재를 밝힌 점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연속성을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해 그런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과 같은 적성국과도 조건 없이 “끈기 있고 직접적인 외교(tough and direct diplomacy)”를 밝힌 점이 차이다.


북핵 문제에 적극적인 오바마 정부

오바마 신 행정부의 대북 핵 정책은 매우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도록 체제안보, 경제지원, 관계개선 등 포괄적 접근을 시도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수준과 방식의 양자회담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 대선 직후 리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 일행이 미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11월 7일 전미외교정책협회(NCAFP)가 주최한 비공개 토론회에서 성김 국무부 북핵 특사,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외교자문팀장인 자누지(F. Zanuzi)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포함하여 전현직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이 토론회에서 미국측 참석자들은 북측 대표단에 과거 역대 미국 행정부 가운데 현재의 부시 행정부만큼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행정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측 참석자들은 “북측 대표단이 귀국해 진정으로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를 철폐하겠다는 구체적인 표시를 할 경우, 차기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인 몇 년 내 미국과 북한 관계에 근본적인 대변화(fundamental transformation)는 물론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정통한 외교 전문가가 밝혔다.

이와 같은 미국측 참석자들의 견해에 대해 북측 인사들은 “북한과 미국 간에 신뢰가 회복되고 미국의 핵위협이 없으면, 북한은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결국은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비핵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 인사들은 지난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6년이 지난 다음에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를 유지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북 로드맵

한편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측의 정책을 개발해온 미국진보센터(CAP)는 정책제안서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 외교 분야를 집필한 크레이그(G. Craig)는 “북한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노력과 직접적인 북미 양자회담이 여전히 궤도 위에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특사 파견 등 북한과 “직접적인 고위급 양자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측의 대북 정책 구상과 북한의 기대를 묶어서 생각해볼 때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북미관계는 낙관적으로 보인다. 즉 부시 행정부 때와 달리 오바마 정부는 북미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 그것을 북핵 문제 해결을 견인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고 거기에 북한이 맞장구를 치면, 결국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의 길이 함께 닦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바마 당선자측에서 2012년 상반기를 목표로 해서 ‘북핵폐기, 북미수교,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한다는 소위 ‘오바마 대북 로드맵’으로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책 갈등과 국내 정치적 제약의 우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을 살펴볼 때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를 묶은 포괄 접근보다는 검증을 바탕으로 한 북핵 문제에 더 무게가 있어 보인다. 우선 힐러리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엄격한 접근,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 강경 발언을 해왔다. 물론 힐러리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켜보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유세 기간 중 밝힌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살려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정책을 조정, 집행할 각료들 가운데 베이더(J. Bader)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캠벨(K. Campbell) 전 국방부 부차관보가 각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통인 두 사람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상황 파악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캠벨은 민주당 예비 경선 당시에는 힐러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한 경험이 있어, 힐러리를 보좌해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의 우라늄 생산 능력과 핵확산 문제를 거론하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아시아 정책통으로 알려진 베이더 역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핵 검증 추진에 오류가 있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어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외교가 적극적이되 대단히 신중하게 전개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동아태 부차관보에는 오바마 캠프의 외곽자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미첼(D. Mitchell)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힐러리 국무장관 내정자가 주요 국제안보사안에 대해서는 특사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6자회담 수석대표로 일해온 힐이나 다른 유력 인사를 대북 특사로 기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특히 대북정책은 큰 변화보다는 부시 정부 말기의 접근을 지속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지도력 행사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외교안보 관료들의 영향력

‘오바마 대북 로드맵’으로 알려진 낙관적인 대북정책 전망에도 오바마 행정부가 실제 대북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위와 같이 전문성을 갖춘 외교안보 조직 혹은 관료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과거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타개에 집중해야 할 오바마 행정부에게 북한문제가 높은 정책적 비중을 갖지 못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관련 기구 혹은 고위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정책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현상이 만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 사이에도 나타난다면 대북정책의 순조로운 추진은 어려워질 수 있고, 그렇다면 위와 같은 낙관론은 빛바랜 기대에 그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측에서 내놓는 대북정책 대안이 유화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분명 오바마측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과 같이 강압적이거나 오락가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핵개발 국가 혹은 핵보유국에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를 축소하면서 ‘핵 없는 세계’ 건설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행사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는 가을 유엔 총회에서 있을 반테러전략 재검토 회의와 2010년 봄의 핵확산금지조약 재검토 회의를 통해 이런 구상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내고,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과 이란이 완전한 핵 포기에 응하도록 경제와 안보상 대가를 지불할 용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과도한 대가를 얻을 심산으로 ‘위기 외교’를 전개하거나 지연 전술을 사용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안보 모두 중대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의 부담

오바마 행정부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외교안보정책을 수행함에 미국 예외주의, 자국중심주의 등 미국 내 전반적인 보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바마 당선자가 어려웠던 출신배경이나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들어 클린턴 대통령보다 더 자유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을 보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같은 이유로 그에 비판적인 미국 내 보수주의적인 주류 외교안보정책 집단이나 여론에 자기검열식으로 먼저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데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틀을 이끌어내고 북핵 동결과 불능화 이행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비핵화는 오바마 정부가 직면할 핵 폐기와 검증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북핵 폐기와 검증으로 나아가기까지 미국은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과 함께 북한에 △미인도분 중유 40만 톤 상당의 에너지 지원, △국제금융기구의 차관 지원, △민수용 경수로 2기 제공, △대규모 식량 원조,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미국 국내정치 구조에서 쉽게 진행될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수립 기회로 삼아야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 수립하는 올 상반기 동안 북핵문제는 또다시 중대한 시간에 들어서고 있다. 불능화를 완료하고 폐기 단계로 나아갈 교두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단계의 연결고리는 지난 6자회담이 남긴 과제, 곧 북한이 신고한 핵 시설과 프로그램을 검증할 방법을 합의해내는 것이다.

힐 대표는 12월 11일 회담 결렬 직후 베이징 공항을 떠나면서, “북한이 검증의정서 채택에 반대하는 것이 차기 행정부를 기다리는 것인지 단지 지금 의정서 채택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많은 관찰자들은 첫 번째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의정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점들에 대해 문서 보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작년 10월 1~3일 힐의 평양 방문에서 양국 간 핵신고 검증 합의문의 모호성을 인정한 발언이자 북한과 추가 협의가 필요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작년 11월 12일 북한과 미국이 “(힐의 평양 방문시) 문구로 합의한 내용”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현장방문, 문건확인, 기술자 인터뷰”로 “한정”했다고 밝히고, 미국 등에서 요구하는 시료채취는 “미국을 포함한 5자도 그에 상응한 행동조치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반응했다. 이는 북한이 시료 채취를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을 중유 100만 상당의 지원 완료로 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불능화와 검증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북한은 중유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새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양쪽은 대화의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적 자세로 자국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여, 공통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차이를 줄여나가는 지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자세를 적용하면 핵검증 의정서 채택 합의와 중유 100만 톤 상당의 대북 지원을 동시에 완료한다는 목표에 따라 회담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양국 관계의 미래 청사진을 공유하고, 그에 필요한 논의 범위와 해결 방식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대화를 전개해나가는 일이다. 가령 ‘미래 북미관계 고위급대화’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논의 틀은 양국 간 상호 이해와 공통목표 증진을 기본 취지로 대화를 진행하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과 관련한 어떤 주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관계는 남북 관계에도 중요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는 양국만의 관심사가 아니고, 특히 한국으로서는 사활적인 이익과 남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한미 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핵문제의 논의 방식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의 유용성, 한미일 대북정책조정회의(TCOG) 부활 필요성, 한미 전략 대화 가동 등. 그러나 이 문제는 각국의 대북 정책이 검토, 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윤곽을 드러내든 간에 그것은 한국의 국가이익과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대북 정책에 관해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이때 한국이 유의할 것은 △미국의 국가 이익이 한국의 국가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한국이 일방적 기대와 주관적 관념으로 미국에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며, △한국의 국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동맹도 중요하지만 다른 주변국들과의 선린우호 외교 강화도 필요하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점에 유의하면서 오바마 정부와 대북 정책 공조에 나설 경우 남북, 한미, 북미 삼각관계가 모두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지 조화 상태를 연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수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이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릴 때이다.


* 이 글은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원 연구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가 월간 <참여사회>2009년 1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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