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9-08-22   770

과감한 북, 언제든 대화하자면서 뜸 들이는 남


오늘(8월22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남북간의 고위급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북 측 조문단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은 오늘 결국 불발되었다.


오전에 있었던 현인택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동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현재로서는 별도로 발표하거나 알려드릴 사항은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일부 알려진 내용은 1시간 20여분 남짓한 만남에서 북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왔다며 청와대를 예방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논의 결과 면담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조문단 일행의 예정된 귀환시간이었던 오후 2시를 훌쩍 넘어선 이후였다.


분명 남북 당국간에는 지금의 경색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중대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짧지만 숨가빴던 이 시간동안 확연히 드러난 것은 북 측의 적극적인 행보에 비추어 정부의 대응은 마지못해 떠밀리는 듯 소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단 한차례도 남북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 측이 대화에 응할 것을 요구해왔다. 불과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진정 정부가 북 측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어떤 형태의 계기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북 측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과의 접촉을 두고 북 측의 제안이 먼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는 식의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과연 정부가 북 측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에 충분하다.   


이미 북 측은 전면적이고 적극적인 유화조치에 나서고 있다. 유성진 씨를 석방한 데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개성공단 활성화 등 5개항에 합의한 북 측은 북한지역 육로 통행에 관한 제한조치도 해제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조문단을 파견하였고, 고위급 실세들로 구성된 조문단은 남 측 정부에 먼저 대화를 제의하는 등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남북간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며,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교류도 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 간의 강경대응으로 단절 위기까지 치닫던 남북관계다. 이제 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북 측의 일련의 조치들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남북간에 해빙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명박 정부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이 더욱 아쉽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만들어 준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남북관계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날이 남북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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