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9-05-19   873

이명박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는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출범한지 1년 반도 채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성적표이다.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살피며 현 정부에 대한 비방을 삼가했던 북한도 연일 강도 높은 비난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급기야 지난 15일 개성공단 관련한 기존계약들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새로 제시할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반발해 이미 대남부서 인원 상당수를 교체했다는 보도는 북한의 계속되는 강경하고 거친 태도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설명해준다.


북한의 주장대로 개성공단 조성에 이르게 했던 6.15 합의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남북간의 합의정신이나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부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의 강경한 대응이 이유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식의 일방적인 선언과 압박 또한 기존 합의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감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문제해결의 방향을 모르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남북간의 대결과 적대 속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자, 좋고 싫음을 떠나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숙명과도 같은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개성공단의 향방은 남북관계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좌초될 경우 이에 따른 남북 상호간의 경제적 이익 상실은 전체 손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에게도 공단의 안정적인 유지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운 대북투자를 끌어내는데 부담이 될 것이다. 남측의 손실은 더욱 클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성공단 폐쇄 시 피해액이 1조 36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고 하지만 간접적인 피해는 그 규모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조성에 따른 북한 군사력의 후방 배치 조치와 그 반대로 더욱 긴장이 고조된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결코 남북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며, 악화된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의 좌초는 중대한 역사적 퇴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던 정부는 매번 북한의 강공 앞에서 진퇴양난이다. 개성공단 관련 현안만 하더라도 대북채널도, 대화의 기회도 갖지 못했던 정부가, 그것도 지난 개성접촉에 대해서 “남북간의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되었으며 그것이 정부의 실용적 접근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정부이기에 더욱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고, 북 측이 제시한 새로운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이는 입주기업과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공단운영에 관한 북 측의 통제권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국 남북이 대결적 자세를 유지하는 한 개성공단이든 서해나 동해상에서든 언제든지 위기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 없이 개성공단을 포함한 현안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은 나와 있다. 정부는 기존의 6.15, 10.4 선언을 존중하고 적극적인 합의이행을 공식적으로 약속함으로써 북 측에게도 계약 무효화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다시 남북간의 합의 이행 모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북한도 궁극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합의에 어긋나는 북한의 요구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다. 물론 대남 강경자세를 취하고 있는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현 정부 편에 있지 않다. 남북관계의 일시적 후퇴가 아닌 복원하기 쉽지 않은 대결과 단절의 시대로 역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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