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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1.06.28
  • 2483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6월 22일, 국회 국방위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307 국방개혁안’을 성문화한 국방개혁법개정안과 군인조직법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방개혁법 개정안과 군인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명박 식 국방개혁은 일단락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군사안보전략과 정책들은 국회라는 대의체계를 거치지 않고 국방부와 청와대, 그리고 한미동맹기구들의 밀실 안에서 이미 결정되었고 그 일부는 집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비핵개방3000을 주장하고 6.15/10.4 남북정상합의를 무원칙한 합의라는 이유로 폐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에 우선하여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못 박았고, 서해상에서의 위기관리 방안으로 10.4선언에서 제시된 서해특별협력지대안도 폐기했다. 이 같은 정책들은 남한이 지닌 경제적, 군사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내내 정권 주변에서 빈번히 언급되어온 북한붕괴론이나 북한 비상사태 대비계획 준비 등은 이러한 우월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체제 붕괴를 가정한 작전계획 5029를 구체화시켰다. 그리고는 북한 유사시 주한미군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 접수와 해체를 담당하고 한국군은 북한 지역의 안정화를 담당한다는 새로운 군사계획을 공개하고 공공연히 관련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307 국방개혁안, 군사적 갈등을 부추기는 ‘능동적 억제전략’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대북군사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재구성하도록 하는 계기로 활용되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2010년 5월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같은 해 9월 대통령에게 한반도 방어 전략을 소극적 방위전략(적의 공격이 있은 뒤 반격)에서 능동적 억제전략(적의 공격징후 파악, 공격 가시화 전 조치)로 전환할 것,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는 첨단전력을 증강하고 합동성을 강화할 것 등을 보고했다. 불확실한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보다는 현존하는 북의 비대칭위협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절대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더불어, 적정수준의 군병력확보를 위해 2015년까지 사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려던 노무현 정부의 계획을 취소하고 22개월 수준으로 재조정할 것을 권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평도 사건 이후,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북의 국지도발’ 시 받은 공격에 비례하는 수준의 화력으로 대응하던 기존의 방침을 육해공을 망라한 압도적인 화력을 사용하여 보복대응하는 방침으로 변경했다. 비례성에서 충분성으로 대응전략을 바꾼 것이다. 북이 국지적 도발을 다시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하자면, 압도적 화력을 사용하여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물론 의지까지 완벽하게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러한 확대된 보복공격 혹은 선제적 공격도 정당방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공연히 일선 지휘관에게 유사시 ‘선조치 후 보고하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확정된 MB식 국방개혁, 이른바 ‘307 국방개혁안’의 핵심 골격은 북한 비상사태 대비와 현존하는 북의 비대칭 위협 대비, 능동적 억지전략 혹은 충분성에 입각한 전략적 보복능력 확보, 사실상 모든 부분에서 대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첨단전력 확보와 적정병력 유지, 합동성/즉응성 강화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 전략동맹에 따른국제 안보수요에 대한 공동대응, 세계 7대 무기수출국 진입 등의 목표도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군사주의 전략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현실적인 해법인지, 국민을 더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법인지 의문이다.

 

북한 붕괴라는 종말론에 사로잡힌 비현실적인 군비증강안
 
먼저 북한위기론과 북한 비상사태 대비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계획은 국제법적으로나 현실적용가능성에 있어서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첫째, 국제법상 남과 북은 유엔 가입국이므로 북한 내부의 비상사태를 이유로 한미가 북한지역에서 군사행동을 전개하는 것은 침략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북한체제의 취약성을 거론하며 북한을 사실상 점령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공공연히 훈련하는 것은 상대방인 북한과 그 동맹국인 중국 모두를 군사적으로 긴장하게 만들고 이들의 군사주의를 부추기는 부메랑효과를 유발한다. 셋째, 설사 북한 정변 이후 집권한 지배집단이나 대다수 주민들이 한미연합군의 휴전선 이북 진출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북 주민 혹은 군부 일부가 저항을 시작한다면 한반도 전역이 제2의 이라크 같은 장기분쟁지역으로 돌변할 수 있다. 넷째, 따라서 현실에서 한미연합군이 휴전선 이북으로 진출하는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고, 이 계획을 발전시키고 훈련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치적 군사적 비용과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 더욱이 10년 후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위상을 현재와 같지 않을 것임을 염두에 두면 한미주도의 북한진출 군사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라 할 수 없다. 차라리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붕괴와 비상사태라는 일종의 종말론이 야기하는 아주 맹랑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붕괴론 혹은 급변사태 대비론은 협력적 조치나 평화적 대책들을 유보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북한이 군사적으로 취약해져서 더 많은 군비가 필요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정당화는데 기여한다.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남한군이 북한을 점령하고 안정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확보하여야 하고, 그러자면 더 많은 군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변사태 대비론은 군으로 하여금 병력감축을 거부하고 대규모 육군병력을 유지할 논거를 제공한다.

 

절대억지의 함정: 북이 약해졌으므로 더 많은 군대와 무기가 필요하다?
 
이제, 비대칭 위협 대비론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비대칭적 위협이란 통상 군전력 혹은 군사비에서 열세에 있는 상대가 우위에 있는 상대에 대해 전체가 아닌 일부 분야에서 상대에게 예측하지 못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능력을 보유한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이 비대칭적 위협이라고 해석한다면, 그것은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군비지출이 북에 비해 상당히 우월하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비대칭위협이 현존한다는 말은 북으로부터의 전면전 위협이 약화되었다는 주장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는 대신 전면전 대비 전력은 축소되어야 마땅하다. 예컨대, 현재의 과도한 육군 병력, 장교/장성 수, 과도한 기갑장비, 그리고 압도적으로 우세한 해공군력에 대한 군축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개혁 방안 어디에도 비대한 지상군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군복무기한을 늘이고, 군병력 감축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육군 중심의 대군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2011년 국방예산안에서 국방부는 ‘비대칭 위협 대비 전력’ 투자를 내세워 군이 이제까지 요구해왔던 모든 첨단군사전력 소요(탄도탄조기경보레이다, 차기유도무기, F-15K 2차, FA-50, 차세대전투기사업-보라매 사업, 이지스함 광개토-Ⅲ,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UAV 등)를 아무런 삭감이나 조정 없이 모두 반영하였다. 또한 ‘현존전력의 전력발휘 완전성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육군중심의 전력투자, 기갑화(K-2전차, K-21보병전투차량, K1A1전차 도입 등) 추진을 지속함으로써 이미 과잉투자된 전면전 대비 전력에 대한 추가적인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전력과 장비를 늘인다 하더라도 비대칭 위협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약한 적이라 할지라도 비대칭 위협 능력은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새로운 군사계획들은 사실상 북에 대해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아군 측은 완벽하게 방어하고 상대측에 대해서는 완벽한 공격능력, 나아가서 북한 안정화를 위한 점령능력까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절대억지를 목표로 한 군사계획은 북의 군부를 좌절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군사적 불안감을 고취시켜 또 다른 비대칭 전력, 즉 보다 비정규적이고 파괴적인 전력 개발에 몰두하게 하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개선, 그리고 새로운 게릴라전술의 개발 등이 그것이다. 전형적인 안보딜레마가 발생해온 것이다.

 

선조치 후보고? 통제받지 않는 군사력 사용의 위험성
 
즉응성과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즉응성을 강조하다보면 군사력 사용에 대한 적절한 통제, 특히 문민적 통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합동성도 금과옥조는 아니다. 합동성 개선이 3군이 서로 잘 협력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무기를 첨단화하고 전자화함으로써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작전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과연 우리 군에 즉응성과 합동성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일까? 우선, 천안함 사건을 보자. 천안함을 누가 침몰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다만 분명한 것은 천안함 침몰 당시 서해바다에서는 한미연합군의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 중이었고, 이들은 천안함이 침몰하자 백령도로 집결하지 않고 훈련을 중단하고 평택항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미군만큼 결심과 실행에서 신속성과 합동성이 뛰어난 군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에서 즉응성/합동성의 부족을 문제점으로 도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연평도 사건도 마찬가지다.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가장 큰 문제는 포사격 훈련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훈련 중이던 K-9자주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심지어 대포병 레이더도 작동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2차 포격을 당할 당시 이미 연평도 인근에는 F-15가 공중에 떠 있었다. 유사시 F-15로 포격원점 주변을 초토화한다는 매뉴얼도 있었다. 말하자면 해병대가 전투하는데 공군이 협조하지 않았거나 우리 군에 첨단장비가 부족해서 ‘합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복공격을 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군이 최근 창설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서해 5도와 한반도를 안전하게 지켜내기보다는 더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 사령부는 서해도서들을 요새화하고 북의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해 이른바 ‘선조치후보고’라는 대응방침에 따라 능동적 억제(보복)전략을 실제로 구현할 예정이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방위 대상을 NLL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NLL에 대해 정부와 군은 해상영토경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NLL자체가 남북간에 합의된 경계선이라 할 수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남한 측의 주장이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NLL 인근 해역은 별도의 위기관리 장치나 평화적 이용대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남북간 무장갈등이 발발할 수 있는 사실상의 분쟁수역이다. 이런 살얼음판 같은 환경 속에서 ‘선조치 후보고’라는 미덥지 못한 절차에 의거하여 새 국방개혁안에 반영된 능동적 억지전략이 실천에 옮겨질 것을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악몽이다.

 

MB식 선군주의와 문민통제의 후퇴

 

MB식 국방개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정부라 해서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잘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그 후퇴의 수준이 더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의 남북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힘의 우위에 입각한 대북강경정책을 표방했을 때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약화될 징후가 엿보였다. 북한 붕괴론에 입각하여 작전계획 5029같이 국제법적 근거가 취약한 공격적인 북한 비상사태개입계획을 구체화한 것은 문민통제 약화의 시작이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제재조치를 선포하고 나아가 대북 심리전 재개 같은 군사행동을 단행했을 때, 문민통제는 큰 위기를 맞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시민들의 정보공개 요구를 묵살하고 국회를 통한 검증요청도 사실상 거부한 채 이 사안을 유엔으로 가져간 것은 문민통제의 낙후한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선조치 후보고’, ‘충분성’에 입각한 보복공격을 공공연히 천명하면서, 남북간의 군사적 위기관리구조가 사실상 붕괴된 서해상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신설한 것은 문민통제의 위기를 넘어 한반도 위기관리 장치 그 자체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 당국을 비밀리에 만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정치적 타협을 시도한 것 역시 문민통제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그 밀실회담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위기관리 장치를 복원하자는 취지의 논의가 오간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남북의 안보세력들이 시민들이 알아야 진실을 정치적 담합을 통해 왜곡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MB식 선군주의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힘의 우위를 자신하고 힘에 의한 안정화를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동안 한반도는 더 불안해졌고, 군사적 충돌은 더 빈번해졌다. 이명박 식 힘자랑은 북한의 선군주의와 맞물려 한반도에 전형적인 안보딜레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이명박 정부를 더욱 더 통제되지 않은 군사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군사적 해법이 아닌 평화적 해법, 군사안보가 아닌 인간안보에 초점을 둔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 위 글은 6월 24일자 통일뉴스에 실린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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