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5-07-28   639

<안국동窓> 핵확산 부추기는 부시행정부의 이중적인 핵정책

현재 세계 핵확산 논란의 중심에는 북한과 이란 그리고 미국이 있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라는 이름으로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이들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고 민간부문의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도 제약하려고 한다. 원자력을 이용한 핵에너지 개발을 원천봉쇄하여 핵무기 제조 원료의 생산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핵정책이 세계 핵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사실 세계 핵확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북한, 이란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또 일부 국가들은 언제든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기술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또 몇몇 국가들은 평화적인 핵 이용권리를 내세우며 비밀스럽게 핵무기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며, 비핵국가로서 일본은 전세계 유례없는 대규모 핵재처리 시설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시 대통령은 인도 만모한 싱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민간부문의 핵 기술을 공유하기로 결정하였다. 즉 인도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미국의 핵 기술과 시설을 인도에 팔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6월 인도와 미사일방위협력에 합의한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이미 미국의 보수 일각에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 대해 토를 달지 않고 있는 인도를 ‘비 나토 동맹국’으로 규정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결정은 핵 비확산의 후퇴를 가져오며, 자국의 이해에 따라 이중적인 핵정책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이중적인 핵정책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 동안 부시 행정부는 일부‘불량국가’들이 NPT를 준수하지 않고 있음을 비난해왔으며, 올해 5월 NPT 검토회의에서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 기술의 이전을 전면 금지하고 평화적인 핵 이용도 제한할 것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 보유 국가로 나선 인도에 대해 다른 국가들에게는 금지시키려는 핵기술 이전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 역시 국제사회의 이해와 납득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파키스탄은 어떠한가? 현재 부시 행정부가‘비 나토 동맹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파키스탄 역시 1998년 인도에 맞서 핵실험을 감행하여 핵무기 국가임을 선포한 국가이다. NPT에 전혀 구속받지 않는 파키스탄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핵기술 거래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다. 게다가 연속적인 쿠데타를 통해 군부세력이 통치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국이 언제나 주창하는 민주주의나 인권과는 거리가 먼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과 미국은 밀월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기지를 제공해주고 있고, 올해 초 부시 행정부는 15년간의 금수조치를 파기하고 파키스탄에 대한 무기판매를 결정하기도 하였다. 그런 부시 행정부는 EU의 중국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철회 방침에 반대하면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거론하기도 하였다. “EU의 엠바고 철회가 대만해협을 둘러싼 힘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무기제조기술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 미국 측의 반대 논리이다.

일본은 또 어떠한가? 일본은 올해 12월부터 로카쇼무라에 있는 재처리 시설을 실험 가동한 후 200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40톤이 넘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일본이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매년 1천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8톤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북한의 핵 물질 보유량이 수십 kg(IISS 추측으로는 4~15kg)이라는 점에 비하면, 일본의 어마어마한 핵무기 제조 원료 생산에 대해서 미국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리비아, 이란, 북한 등의 핵위협으로부터 세계를 지키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새로운 핵무기-탄도미사일, 벙커 버스터, 그리고 소형 폭탄을 포함하는-의 실험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내부에서도 NPT 약화의 주범은 미국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그러나 미국은 또 다시 국제사회를 미국의 우방과 적으로 나눠 전자에게는 핵개발을 허용하고 후자에게는 채찍만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와 허구적인 명분으로 어떻게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나. 오히려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일시적인 미국의 제재를 버티다 최종에는 핵보유 국가로 대접받는 길을 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박정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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