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6-05-22   1108

<안국동窓> 평택 미군기지가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에 대한 정부 논리는 그럴싸하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한국 측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것이고, 게다가 5100만평의 공여지를 돌려받고 360만평의 새로운 부지만 제공하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과 다르고 왜곡된 것인지를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과연 평택기지가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것인지, 5100만평 돌려받으니 360만평만 주는 것으로 감지덕지할 일인지.

먼저 평택에 주한미군 기지가 대거 이전하게 되는 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2000년 3월 미국은 주한미군 기지의 통폐합과 이전을 한국 정부에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2002년 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LPP) 협정이 체결되었고 당시 평택에 새로 공여되는 부지 규모는 24만평이었다. 국회 비준동의가 있자마자 미국은 주한미군 2사단 재배치를 요구하였고 곧바로 한미양국은 LPP협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2003년 5월 한미양국은 미 2사단과 함께 용산기지의 평택이전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2004년 국회는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뒤로 하고 용산기지이전협정과 LPP개정안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이로써 새로운 공여지 360만평 중 평택지역 350만평에 미군이 이전하기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은 주한미군의 평택이전이 전적으로 미국 측 요구에 의한 것이며, 용산기지이전과 주한미군 재배치가 분리된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 평택기지는 용산기지 대체용인가? 현재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 350만평 중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52만평이고 미 2사단 대체부지는 223만평이다. 용산기지 대체부지 52만평은 정부가 폭력적인 공권력을 휘둘렀던 팽성지역에 38만여평, 공군기지가 있는 서탄지역에 14만평이 각각 조성되고 있다. 팽성 미군기지 예정지에는 30만평 안팎의 주한미군 전용 골프장이 조성될 계획인데, 이 골프장이 용산기지이전협정에 의한 대체시설이라면, 팽성지역의 용산기지 대체부지는 10만평 안팎 수준이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을 강조하면서 강제집행에 나섰다.

의문도 생긴다. 최소 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무엇에 사용될까? 미국 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미 2사단 대체시설과 용산기지 대체시설은 어떻게 구분될까?

평택기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미 2사단이다. 미군기지 재배치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04년 미국은 소위 ‘군사변환’이라는 것을 시도하면서 미 2사단을 전투력과 기동력이 강화된 세계 최초의 신속기동군(스트라이커 부대)으로 변모시켰다. 이들이 바로 한반도 이외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군사활동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실현할 부대이다. 미군의 평택이전의 목적과 평택기지의 용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360만평 주고 5100만평 돌려받는다는 것을 생색내는 것도 낯간지럽다. 반환되는 부지들은 지상군은 감축하면서 해공군 중심으로 전력을 배치하고 있는 주한미군에게는 의미 없는 공여지이다. 주한미군은 360만평 중 50만평을 대체부지가 아닌 공군기지 확장을 위한 신설부지로, 30만평은 골프장 용도로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부지를 대체하는 거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반환부지 중 많은 부분은 수 십년 동안 제대로 사용되지도 않으면서도,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되었던 공여지들이다. 이는 이미 오래 전에 당연히 반환받아야 했던 땅이지 미국 소유의 토지를 받는 것처럼 감지덕지할 일이 아니다.

이렇듯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의 의미, 문제점들을 왜곡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따져보면 미군기지이전 사업은 정부의 무능력과 거짓말, 국회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러한 미군기지이전 사업에 대해 국민 83.6%는 기지이전사업 검증을 위해 국회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82.2%는 평택기지의 용도변경과 이전비용 증액 시 미국 측과 재협상해야 한다고 답하였다.

이제부터라도 미군기지이전 사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졸속부실 협상의 결과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강행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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