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5-03-17   674

<안국동窓> 전범국 일본의 독도침략

2005년 3월 16일 일본의 시마네현은 독도를 시마네현의 땅으로 규정한 조례를 제정했다. 명백한 침략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또 다른 전쟁과 패전을 향한 길로 접어들었다. 독도침략은 일본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제국주의 일본’에서 사실상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계획을 오래 전부터 열렬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독도침략은 물론이고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하는 잘못된 계획도 단호히 막아야 한다.

2004년 9월 21일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은 일본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수상은 그 동안 일본이 국제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보았을 때,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공로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두가지로 줄일 수 있다.

첫째, 유엔분담금을 비롯해서 많은 해외원조비를 지출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재정적자로 허덕이면서 유엔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일본은 유엔분담금은 물론이고 가장 많은 해외원조비를 지출했다. 그러니까 가장 많은 돈을 낸 만큼 유엔에서 가장 중요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돈으로 사겠다는 것이다.

둘째, 유엔의 요청에 따라 국제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평화유지군’ 활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일본을 이용하고자 하는 미국의 속셈과 평화헌법을 폐기하려는 일본의 속셈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일본은 국제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대를 보유하기 위해 ‘평화유지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일본은 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하는가? 그 까닭은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유엔안보리는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유엔안보리만이 전체 회원국에게 구속력을 가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유엔안보리는 유엔을 좌우하는 핵심기구이다. 유엔은 안보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15개 이사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의 5개국은 영구적인 상임이사국이며, 나머지 10개 비상임이사국은 유엔 총회에서 2년마다 선정한다. 상임이사국은 안보리의 변화를 비롯해서 유엔헌장의 수정을 승인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이 사실상 유엔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안보리의 재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엔 개혁의 핵심과제였다. 1993년에 유엔은 ‘안보리 개혁을 위한 연구진’을 꾸렸다. 그런데 그 활동에서 서구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의 의견이 크게 갈렸다. 먼저 독일과 일본은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은 대체로 공감하였다. 반면에 제3세계 국가들은 안보리의 회원국을 대폭 늘리고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민주적 재편안을 제출했다. 유엔이 만들어지고 어느덧 6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런 만큼 유엔 개혁은 필연적인 과제이다. 그 방향은 소수 강대국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60년 사이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제3세계 국가들의 성장과 발전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명실상부한 ‘국가들의 연합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3세계 국가들이 유엔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엔안보리가 어떻게 재편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독일과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 나라가 인류가 영원히 기억해야 마땅한 인류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들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인다면, 유엔의 신뢰성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특히 일본은 패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는 너무도 후안무치한 나라이다. 일본은 패전 직후부터 지금까지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한 자신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전승국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전범들을 신사에 안치해서 나라를 지키는 귀신으로 만들고 총리가 해마다 이 귀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복을 구하고 있다. 일본은 전범들을 희생자이자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본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범국’이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을 유엔이 인정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의 전쟁범죄는 나찌의 유태인학살만큼이나 잔악했다. 그들은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다가 노동을 시켰고 죽였다. 또한 수많은 여성들을 잡아다가 ‘위안부’라는 비인간적 삶을 강요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만주에 ‘731부대’라는 비밀부대를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저질렀다. 이런 극악한 범죄에 대해 일본은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을 정상적인 민주국가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일본을 지배하는 것은 과거의 제국주의 일본을 지배했던 우익들이며, 일본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제국주의 일본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단순히 패전국이 아니라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본은 제국주의 일본의 상태에서 벗어나 참된 민주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유엔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일본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보통국가’의 이름으로 군사적 부활을 줄기차게 추진해왔다. 일본이 주장하는 ‘보통국가’란 군대를 보유한 국가를 뜻한다. 물론 일본은 이미 엄청난 전력의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위대’는 그 이름이 시사하듯이 여러 제약을 안고 있다. 일본은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보통국가’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일본이 저지른 극악한 전쟁범죄 때문이다. 일본은 자신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쟁범죄의 인정과 배상은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일본은 이것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본이 추구하는 ‘보통국가’는 결코 ‘보통국가’가 아니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또 다른 전쟁범죄를 준비하는 ‘전범국가’이다. 일본은 ‘보통국가’의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자 한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그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또 다시 침략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16일 일본의 시마네현은 독도를 시마네현의 땅으로 등록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 명백한 침략행위에 대해 일본의 중앙정부는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 제지는커녕 주한 일본대사는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이처럼 일본이 또 다시 침략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미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을 소련과 중국에 맞서기 위한 교두보로 여기고 최고전범인 천황을 용인하는 것을 비롯해서 일본의 지배세력을 사실상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731부대’의 만행에 대해서도 그 자료를 모두 넘겨받는 조건으로 어떤 처벌도 하지 않고 용서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기시 노부스케같은 A급 전범이 수상이 되어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하게 되고, ‘731부대’의 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소장같은 자가 동경대학의 총장이 되는 황당한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다는 것은 유엔을 욕보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일본의 소망 자체가 이미 유엔을 욕보이는 것이다. 독도침략은 일본의 기형성, 후진성, 침략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일본을 이렇듯 기괴한 나라로 만든 것은 전후 일본의 ‘개혁’을 총지휘했던 맥아더였다. 이런 점에서 그야말로 독도침략의 먼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를 ‘해방자’로 기억하는 것은 친일파를 독립군으로 기억하는 것과 같다. 또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배상책임을 헐값에 해소한 박정희와 김종필도 독도침략의 원흉이다. 박정희는 일본에 굴종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 때문에 일본의 독도침략 구상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박정희의 친일행위는 단지 일제 시대의 관동군 이력으로 끝나지 않고 이렇듯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므로 일본의 독도침략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과제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민주화이다. 전범세력이 일본을 지배하는 한, 일본은 언제나 또 다른 침략과 패전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본의 시민사회는 침묵과 굴종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일본의 독도침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째, 일본을 자신의 실제적인 ‘조국’으로 여기는 국내의 친일세력들을 척결해야 한다. 공공연히 반민족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에 대해 프랑스가 나치부역세력에게 했던 것처럼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통해 동북아는 비로소 평화의 구조를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홍성태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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