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12-27   1977

[UAE 파병 연속기고③] 허구적인 ‘국익’ 논리/ 평화군축센터

MB 정부 경제 치적 욕망과 軍의 ‘근육질 자랑’이 만날 때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면서 직권상정으로 ‘끼워넣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전사 파병안도 통과시켰다. UAE 파병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여연대와 평화군사법연구회는 파병의 타당성이나 위헌성, 처리 절차상의 문제를 정리해 근래 들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한국군 파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법학자들과 국제문제 전문가들, 시민단체의 시각을 담은 연속 기고를 4차례에 걸쳐 싣는다.
1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본부대 파병을 앞두고 정부는 27일 선발대를 파견한다. 야당들은 날치기로 통과된 파병동의안은 무효라며 파병동의안 철회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아랍에미리트행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날이 지난 11월 3일이다. 그리고 일주일만인 11월 9일 파병동의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UAE 파병같은 비즈니스 성격의 파병이 정당한지 토론 한 번 하지 않고 12월 8일 기습적으로 동의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의 협조까지 더해 UAE 파병은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의 목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선과 일방통행은 UAE 파병에도 여지없이 확인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파병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UAE 파병이 곧 ‘국익’이라는 것이었다. 원전 수주 위한 파병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도, 이란과 대립 관계에 있는 UAE의 군대양성 지원이 중동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밀실협상으로 파병이 추진되었다는 것도, 국회 공청회는 물론 야당과 토론 한번 하지 않고 처리한 것도 이들이 내세운 ‘국익’ 앞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법적이고 부당하기 짝이 없는 파병동의안 처리과정도 문제이지만, UAE 파병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파병 논리 역시 허구적이다. UAE 파병은 절차와 내용 모든 면에서 심한 하자가 있다.
국방부는 파병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인 11월 4일 설명자료를 통해 UAE 특전부대 파견이 “국익 창출 및 전투력 향상에 기여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안보, 걸프 지역 안정 차원의 안보 협력, 평화 증진에 기여, 방산 수출 협력 확대의 유리한 여건 형성, 중동지역 파병 소요 증대에 대비하여 상이한 작전환경에서의 해외전지 적응능력 훈련 가능, UAE 및 현지 주둔 선진국 군대와 임무수행 능력 배양 등을 파병의 효과로 들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실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국방부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안보전략지침(2008. 8. 18)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평화유지와 재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밝혀왔다며, 따라서 “UAE 파병은 국가안보와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UAE 파병을 국제평화유지나 재건활동의 일환인 것처럼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이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언제든지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비지니스 파병 논리가 이미 현 정부의 안보전략지침에 내재되어 있었다는 것 모두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일각에서도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한국군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 왜 파병을 문제 삼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파병에 따른 이익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구현될 수 있는 이익이고,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UAE 파병을 통해 얻겠다는 ‘국익’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것을 과연 ‘국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따져 보자.
정부는 UAE 파병으로 중동평화 기여, 에너지 안보 확보, 방산수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국익’을 얻기 위한 파병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놀랍게도 UAE 파병 논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군 파병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들어왔던 이러한 논리들은 실제 대부분 거짓이었거나 기대사항이었을 뿐이다.
먼저 UAE 파병은 국제평화유지나 재건활동과는 무관하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고, 이란과 대립하며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의 군대 양성을 도와주기 위한 파병이다. UAE와 군사동맹을 맺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을 포함해 서방국가 부대들과 연합훈련도 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중동평화나 국제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갈등의 한 축에 서서 대립을 촉진시킬 우려가 크다. 또한 한국의 대중동정책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고려될 뿐 중동 지역의 평화와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중동지역 국가들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재차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백번 양보해서 평화와 정의의 가치를 접어두더라도, 에너지 안보 같은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2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아니더라도 이란은 한국에 호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고, 이란과 각을 세우고 있는 UAE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특전부대를 파견한다.
주지하듯이 UAE와 이란 사이에는 섬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게다가 현재 이란과 갈등하고 있는 미국과 UAE는 핵물질을 거래할 수 있는 협정을 맺은 상태이며 대이란 제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라크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가 국제 원유가격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정부 스스로 시민들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정책을 줄곧 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UAE에 파병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어디로 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파병으로 방산수출의 호조건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국방부 주장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이다. 관련해서 참여연대는 국방부가 파병을 통해 ‘국익 창출’할 수 있다고 든 사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는 모두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 왔다. 그 중 국방부가 “경비용 장비, 탄약, 차량, 장구류 등 방산물자 2,006만 달러 수출 계약”을 파병이 가져올 이익으로 설명한 것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계약 관련 문서는 해당 개별 기업의 해외 영업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당사국과 외교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서”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방사청은 “2,006만 달러 상당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실적은 개별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른 통상적인 수출로 UAE 파병 사안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무기 수출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 혹은 중동평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관한 논의는 차치하고 보더라도 방사청의 이러한 답변은 UAE 파병을 통해 더 많은 무기수출을 꾀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한다. 국방부가 개별기업의 수출실적을 파병의 효과로 과장하기 위해 끌어다 썼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국방부는 UAE 파병의 효과로써 UAE 원전 고용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원전 관련 채용으로, “‘2010-2015년간 2600명 충원, 10년간 연인원 11만 명 고용계획”이 있다고 자세히 밝힌 것이다.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용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는 그 산출근거 자료를 요청했는데, 담당부처인 지식경제부는 그러한 사항과 관련된 문서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애초 정보공개요청에 대한 답변을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국방부는 해당 사항을 지식경제부로 이첩했고, 지식경제부는 아무런 문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원전 고용계획에 관한 문서가 ‘비공개’가 아니라 ‘문서 자체가 없다’라는 답변은 이 역시 국방부가 UAE 정부나 다른 부처와의 협의도 없이 자의적으로 원전 고용계획을 판단, 발표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가 파병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국익 창출’의 내용이 근거 없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UAE 파병이 중동평화, 에너지 안보, 방산수출 그리고 원전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한다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반면 중동평화를 저해하고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사실 정부의 이러한 주장들은 원전 세일즈와 군의 해외 전지훈련을 위한 파병이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UAE 파병은 군대도 경제적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다는 가치관 아래 원전수주를 대단한 ‘치적’으로 삼으려는 현 정부와, 끊임없이 해외 파병을 모색하고 있는 군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그러나 군을 경제적 도구로 삼는 것은 전세계를 보더라도 빈곤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빈곤국가들이 국제평화유지군(PKO) 파병을 가장 많이 하는 것도 경제적 이유에 있다. 그러면서 국격을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더욱이 한국은 젊은 청년들에게 군 복무를 강제하며, 이에 부응하지 않으면 형벌에 처하는 나라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고 군복무를 법률로 강제하면서, 군을 경제적 도구로 전락시켜 군의 존재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와 군 당국이다.
원전 수출의 경우를 보면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까지 UAE 원전 수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앞으로 대규모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한낱 해프닝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미 알려진 대로 최근 한국은 유력하다던 요르단과 터키에서의 원전수주에 실패했다.
대신 이번 파병은 가능한 해외 파병을 많이 하고자 하는 군 당국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었다. 군은 줄곧 해외파병을 해외작전경험과 연합훈련 등 전투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 왔다. 이번 UAE 파병에 대해서도 군은 중동지역 파병 소요 증대를 대비한 해외전지훈련과 현지 주둔 선진국 군대와의 임무수행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향후 군은 파견 지역의 분쟁여부도 따질 것 없고, 경제적·상업적 이유의 파병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UAE 파병을 전례 삼아 추진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UAE 파병은 비분쟁 지역 파병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군에 대한 민간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
UAE 파병 논리가 기존의 파병 논리와 다르지 않았듯이, 향후 모든 한국군의 파병도 ‘국익’ 논리로 귀결될 것이다. 이번 UAE 파병이 그러하듯 군은 ‘국익’을 앞세워 국토 방어를 넘어 군사적 개입력을 해외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군의 이익이 곧 국익일 수는 없다. 정당하지 않은 군의 해외파병이 빈번해지는 것이, 중동지역 내 첨예한 갈등의 한 축에서 무기 판매 등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아류 제국주의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 군대가 원전 수주용으로 전락한 것이 국익이 될 수는 없다. 국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날치기로 해외 파병을 강행하는 것 역시 어떤 의미에서도 국익이 될 수 없는 일이다. 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깎아 내리는 일일 뿐이다.
UAE 파병은 한국 민주주의에 큰 흠결을 남겼다. 중동과 국제평화를 위한 한국의 기여라는 측면에서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UAE 파병에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없다. 단지 근육질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군의 이해(Interest)만 있을 뿐이다.
<출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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