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4-07-29   2205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⑥] 어떻게 감옥 갈 생각 했냐고요? 여기선 가능해요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됩니다. 이에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오마이뉴스>는 대행진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적, 환경적 문제점, 입지타당성 문제 등 최근 들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의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① 바다에 가라앉은 150억, ‘너구리’ 탓만은 아니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② 생명의 발걸음, 평화의 몸짓에 함깨해주세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③ ‘부담’될 게 뻔한 제주해군기지,그만둬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④ 제주해군기지, 제2 세월호 될까 두렵습니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⑤ 연산호 가득한 바당밭, ‘강정바당’이 사라진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⑥ 어떻게 감옥 갈 생각 했냐고요? 여기선 가능해요 (김동원 강정지킴이)

 

어떻게 감옥 갈 생각 했냐고요? 여기선 가능해요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⑥] 누구나 할 수 있는 평화를 제안합니다

김동원 강정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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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백합, 몸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백합을 통해 마음으로 함께 한다. ⓒ 강정마을회    

제가 살고 있는 우리 강정마을 이야기, 이웃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우리 마을에는 백합삼촌이 삽니다. 왕년엔 귀신 잡는 해병이었지만, 지금은 한 손에 백합꽃을 들고 다니며 마을 곳곳에 말없이 꽃을 두고 가는 오뚝이 같은 몸매의 삼촌입니다.

오토바이 뒤에 작은 백합꽃 다발을 묶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분명 저 백합꽃은 누군가의 집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이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저 꽃이 혹시라도 우리 집에 가지는 않을까 하며 기분 좋은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이 마을에서 한 터전에서 3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백합삼촌의 삶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 7시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하루에 두 번은 꼭 강정지킴이들이 식사를 하는 삼거리 식당에서 사람들과 인사 나눕니다. 평화센터에 불이 켜지는 저녁이면 문 밖에 서성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는 그런 삼촌입니다.

그런데 삼촌의 한결같은 삶에 위기가 왔습니다. 자신과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땅이 해군에 팔린 것입니다. ‘절대 땅 파는 일 없을 것’이라던 땅의 원래 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았고, 그 주인은 다시 해군에 땅을 팔았다고 합니다. 삼촌은 이런 사실을 동사무소에 농업대출금을 신청하기 위해 갔다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30년 동안 버텨 온 비닐하우스를 자기 손으로 뜯어내야 하는 현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해군 70여 세대가 살 관사와 백합삼촌의 지난 30년이 거래되는 허망한 현실 앞에서 백합삼촌은 한숨만 내쉽니다. 강정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이제 강정에서는 농사지을 땅을 구할 수 없다고들 말합니다. 곧 있으면 삼촌이 곳곳에 나눠주는 백합이 꽃을 피울 자리도 점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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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스보다 높은 건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보이는 건물은 군인들이 거주할 관사. ⓒ 강정마을회    
 

‘강정’이란 말만 들어도 불길하다던 크레인 기사 아저씨

요즘 강정에서는 ‘평화를 위한 집짓기’가 한창입니다. 삼거리 식당이 있는 땅에는 이동식 형태의 컨테이너 집 여섯 채와 목조주택 한 채가 완성됐는데, 평화를 위해 이주한 사람들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집짓기 공사를 위해 컨테이너를 들여오는 일은 참 만만치 않았습니다. 좁은 올레길이었고, 길옆으로는 나무들이 무성했습니다. 한 크레인 기사가 삼거리 식당으로 들어오는 길의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컨테이너를 싣고 강정에 왔습니다.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지만, 전깃줄과 높은 나무들이 얽혀있는 틈새로 크레인을 들어 컨테이너를 내려놓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크레인 기사 아저씨는 크레인을 운전하면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렸다 내려놓으면서 짜증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하는 말이, “사장이 강정이라 말할 때부터 불길하더라, 에잇”이라며 다시는 안 올 것처럼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이틀이 지나 집을 다시 들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 생겨 크레인을 불렀는데, 지난번과 같은 기사님이 왔습니다. 좁은 길 그리고 나무와 전깃줄이 얽혀 있는 장소에서 일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온 것이지요. 크레인 기사님은 받아야할 인건비도 깎아주었습니다. 강정이라는 말만 들어도 불길했던 기사 아저씨의 마음에 신만이 알고 있는 일이라도 생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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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인 기사가 삼거리 식당 부지에 컨테이너로 만든 집을 내려놓고 있다. ⓒ 강정마을회    

2012년 봄,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었을 때, 구럼비를 닮은 많은 사람들이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강정에 왔습니다. 강정에 희망보다 절망이 앞설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희망을 자처하며 제주도를 한 바퀴 행진했던 지난날들을 기억합니다.

강정은 사라져 가는 것 앞에 참 무력하지만, 사라져간 것들이 새로운 모습의 새 생명이 되어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기적들은 이제 강정에서는 일상입니다. 그 일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기까지 참 오랜 시간과 고통이 따랐지만, 이제는 “평화는 그렇구나…”라며 넌지시 웃어  넘깁니다.

매일 정오가 되면 공사장 정문에서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잇습니다. 1.2km 띠를 이뤘던 구럼비는 사라져가고 있지만, 구럼비를 닮은 사람들이 구럼비만큼이나 긴 인간 띠를 만드는 꿈을 꿉니다. 비록 30년 동안 농사지은 땅은 잃었지만, 마음으로 위로 받고 의지할 이웃들이 곁에 있습니다. 그렇게 강정에서의 평화는 조금씩 우리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화를 제안합니다

몸을 던져 공사를 막아냈던 강정 지킴이들과 주민들이 이제는 온몸으로 벌금폭탄을 맞으려 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재판과 처벌에 불복종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옥에서 노역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고, 현재 세 명의 강정 지킴이들이 제주교도소에서 노역 수감 중입니다.

몸을 던져 공사를 막아내는 것이 아무나 하기 어려운 행동임에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이어 부당한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감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사람이 감옥에 가는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강정에서는 누구든지 범죄자가 된다고 말하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을 행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곳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강정에서는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여러분들에게 강정의 일상을 선물하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이어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화행동이 되고 있는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오는 29일부터 제주시를 거점으로 출발해 제주의 아픈 역사가 깃든 현장을 답사하며 강정으로 돌아오는 3박 4일의 역사기행이 시작됩니다. 강정에 돌아와서는 1박 2일 동안 강정천의 시원함을 느끼며 마을탐방, 인간띠잇기, 장승세우기, 이어도로 시장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하게 됩니다.

강정이 여러분들에게 일상이 되어 가듯, 평화도 많은 이들에게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누구나 할 수 있는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강정의 몫입니다. 여러분, 올해에도 정말 전국과 제주도 그리고 강정마을에서 열심히 준비한 ‘누구나 할 수 있는 평화, 2014 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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