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1-10-26   2451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2011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나는 방위산업 박람회에 갔다

10월 20일, 한 시간 넘게 전철을 타고 다시 한참 기다린 뒤에야 셔틀버스를 타고 방위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성남 군사공항에 도착했다. 거대한 천막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도네시아에 팔아보겠다고 잠입까지 했던 거대한 T-50과 번쩍거리는 삼성 간판이었다. 그 뒤로 현대, 두산, LIG, 풍산 등 웬만한 국내 대기업들도 방위산업에 열심이었다. 이렇게 열심인걸 보니 ‘위대한 가카’가 공언한 무기 수출 세계 7위를 조만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수출된 무기는 분쟁지역 곳곳에서 그 살상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각종 무기 판매는 거대한 전투기에서부터 소총, 탄약, 전투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살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뽐내며 구매자의 발길을 잡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집속탄이었다. 집속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다운 면모였다. 에어쇼를 펼친 전투기들은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냈다. 창공을 가로지르며 내뿜는 하얀 매연은 전투기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1000시간이 넘는 비행연습결과를 이런 에어쇼에서라도 써먹게 되어 다행이었다.

거대한 박람회장을 누비며 각종 살상력을 기록한 브로셔를 모으다 문득 가수 무키무키 만만수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아아아~”

 

나는 평화군축 박람회에 갔다

그 어렵다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휴학을 하고 입대한 사람이 있다. 연년생 누나 학비까지 더하면 서민 월급으로는 도저히 2명의 학비를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프간 파병에 자원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병 월급으로는 턱도 없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2012년 정부예산안에서 군사비는 33.2조원이나 된다. 1.8조원 더 인상될 예정이다. 매일 910억원을 북한 도발 대응에 사용하는 꼴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군사비로 16.6조원을 더 쏟겠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불고기를 먹어준 미국 가카를 위해 통큰 한국 가카는 내년에 미국무기 14조원 구입을 약속했다. 참고로 초중학생 전면무상급식에 1.9조원, 학생들이 물폭탄 맞아가며 요구하는 반값등록금에는 5.9조원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 무기수입은 인도에 이어 중국과 대등하게 공동 2위이고, 군사비는 세계 12위다. 우리나라 복지비는 OECD 중 세계 33위인데 말이다. 멕시코가 있어 그나마 꼴찌는 면했다.

 
뭔가 답답하지 않은가?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은가?

 
물론 북한은 위협적이다. 언제 도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100만원짜리 USB 만든다고 혈세 낭비 말고,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비싸고 비인도적이라고 외면받는 무기들 안 사고, 군사비 동결하거나 심지어 감축해도 사병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평화군축박람회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가 시작되었다.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10월 22-23일 제2회 평화군축박람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17개 시민, 평화, 인권, 대북지원 단체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담다 보니 무려 100여점의 전시물이 보신각 앞을 가득 매웠다. 위대한 가카 덕분에 작년에 비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아들이 총을 너무 좋아해서 총이 가진 위험을 알려주기 위해 온 시민, 제주해군기지가 논란이 되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온 시민, 한국전쟁 이후 비전투 상황에서 6만 명이 군대에서 사망했다는 한홍구 교수의 말에 “우리나라가 절대 그랬을 리 없다”며 언성을 높이며 지나가던 시민… 시작이 반이라고, 좀 더 왁자지껄 이야기하다 보면 한반도 평화는 이미 우리 곁에 있지 않을까?

 

※ 위 글은 월간참여사회 “참여연대는 지금“에 실린 김희순 평화군축센터 간사의 글입니다.

평화군축박람회 자료집 보러 가기 클릭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展

                                                  ▶ 몹쓸 나쁜 비싼 무기展

 

[제2회 평화군축박람회 스케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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