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핵투하에 대한 사과도 과감한 핵군축 제안도 없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핵투하에 대한 사과도, 과감한 핵군축 제안도 없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핵무기 없는 세상’, 말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오늘(5/2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1년 만에 일본 히로시마 기념공원을 방문하여 위령비에 헌화하고, ‘핵 없는 세계’를 설파하는 연설을 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에서 핵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가 없었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말하면서 구체적인 핵군축 제안도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핵폭탄 투하로 인한 모든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 표명과 함께 과감한 핵군축 선언과 정책을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 연설을 통해 “이곳에서 죽은 수십만 명의 일본인과 수천 명의 여성, 어린이, 그리고 수천 명의 한국인”을 언급하며 수년간 피폭으로 사망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폭탄 투하로 인한 고통은 과거형이 아니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희생자들뿐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사과해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희생자 중 수 천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지만, 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 않은 것이나 한국인 피폭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재차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핵군축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핵무기 현대화에 1조 달러를 투입하고, 핵무기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천명하지 않으면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진정 핵무기 없는 세상을 기원한다면, 최대의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부터 핵군축과 완전한 폐기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당시 강조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의 전쟁범죄를 희석시키거나, 미일동맹을 과시하여 동아시아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위대의 군사적 활동을 촉진시키고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전쟁이 남긴 참화의 교훈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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