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군비 증강 아니라 대화·협력으로 평화 구축할 방안 내놓아야

2월 3일,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외교·안보 분야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 한미 핵 공유 협정과 전투기 도입,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대부분의 후보가 군비 증강에 대한 공약들을 밝혀 우려스럽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와 협력으로 평화를 구축할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 대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평가를 살펴보시고, 널리 공유해주세요 🙂


대선 후보 외교안보 토론 논평

대선 후보들, 군비 증강이 아니라

대화·협력으로 평화 구축할 현실적 방안 내놓아야 

어제(2/3)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외교·안보 분야 관련 토론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후보는 무기 추가 도입 등 군비 증강을 강조했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한 현실적인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도 군사적 신뢰 구축 등에 실패하여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할 때, 차기 대통령이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비현실적인 방향에 집착해서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각 후보들은 무조건 무기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사드 추가 배치 공약

대표적으로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은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이다. 윤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고각 발사를 명분으로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남북의 거리가 가까운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에서 사드와 같은 상층 방어 MD는 효과가 낮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박근혜 정부 사드 배치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난 사실이다.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마저 “북한이 제정신이라면 무수단을 고각 발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윤 후보는 미사일이 어디서 어떤 각도로 날아오든 모두 방어하겠다며 다층 방어 체계 구축을 주장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수단이 다양화, 고도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주장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한정된 국가 예산 하에 과잉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능하지도 않은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면서 ‘요격 장소로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경상도든 정하면 된다’고 주장한 것은 무책임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다. 윤 후보의 선제 타격 주장 역시 미사일 발사 전 선제 타격을 결정할만큼 완벽한 탐지를 보장할 수도 없기에 비현실적이고, 선제 공격이나 예방적 전쟁을 금지한 유엔 헌장,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 대한민국 헌법의 평화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한국형 3축 체계를 이어가는 것은 결코 평화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각종 무기를 되는대로 도입하고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공격적인 군사 전략은 안보 딜레마를 격화하여 한반도 평화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 뿐이다.  

안철수 후보, 한반도 비핵화 어렵게 만드는 한미 핵 공유 주장

안철수 후보는 한국의 공군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에서 F-X 2차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전략무기 도입에 집중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군은 8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을 완료했고 한국형 전투기 KF-21 역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있다. 전투기 증강 논리에 도움이 될 사실만을 선택적으로 언급하며 불필요한 무기 도입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안 후보는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 핵무기 이용을 언급하며 ‘한미 핵 공유 협정’ 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이러한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한국과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이미 북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전략무기 도입이나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북한 역시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 강화를 지속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핵 보유국(P5)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핵전쟁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고 확인하며 핵 비확산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차기 정부는 핵 보유국들의 군축 의무 이행을 촉구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한반도 핵 위기를 해소해나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막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촉구하겠다는 정책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여건이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재명 후보, 평화체제 강조하며 핵추진잠수함 도입 주장 모순

이재명 후보가 안보 불안 조성이나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 군사적 긴장을 지양하고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균형외교를 주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나 핵추진잠수함 도입 공약은 이에 모순된다. 해역이 넓지 않은 한반도에서 핵추진잠수함은 시급한 전력이 아닐 뿐더러 농축 우라늄 사용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도입에 요구되는 난제도 산적해있다. 더불어 핵추진잠수함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규정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될 수 있으며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격화할 수 있는 무기로, 이러한 공약은 철회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는 비정상적인 ‘임시 배치’ 상태로 아직 정식 배치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드는 미국 MD 편입의 핵심적인 열쇠이며, 한반도·동북아 평화를 위해 반드시 철거되어야 하는 무기체계다. 기정사실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 후보가 강조하는 ‘실용’이나 ‘평화’에 사드 배치가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심상정 후보만이 전쟁 불가와 군비 증강 문제 제기 입장 밝혀

어제 토론에서는 심상정 후보만이 대통령은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위기나 기후 위기, 녹색 전환에 사용하기에도 모자른 한정된 국가 예산을 계속 국방비에 투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 것 역시 적절한 지적이었다.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 후보의 맹목적인 군비 증강 논리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무기 도입의 필요성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군사 전문가가 아니라 모른다는 식으로 피해 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 방안, 전작권 환수 방안, 병역 제도 개편과 감군 방안, 국방예산 문제,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 등 아직 각 후보의 정책이 검증되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앞으로 대선 후보들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보다 책임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70년간 이어진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로 가는 길을 내는 것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이뤄야 할 우선 과제로, 대선 후보를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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