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1120

<파병반대의 논리> 이라크라는 사막의 늪에 빠진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군사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신보수주의자들 (Neo-con)들이 이라크라는 사막의 늪에 빠졌다.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둘 때만 해도 하늘 아래 무서울 것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 이후 오히려 미군의 사상자가 계속 늘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전쟁 부담이 늘기만 하면서 이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는 딕 체니 현 부통령, 그의 보좌관인 루이스 리비를 비롯해서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노만 포도레츠, 존 포도레츠, 윌리엄 크리스톨 등 힘을 내세운 일방주의 외교를 주장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클린톤 행정부 시기 일치단결하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PNAC)라는 단체를 구성, 2000년 미국의 국방을 재건하며라는 보고서를작성했다. 당시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이 보고서는 그대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다.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여 미국의 우월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도전자의 등장 자체를 사전에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은 1991년 걸프전에서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지 않은 것을 큰 실수라고 주장하며 그 때부터 이라크의 정권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9-11사태 직후 PNAC는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반테러전쟁을 지지하고, 사담 후세인이 직접적으로 9-11에 관련이 없더라도 그를 권좌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주장의 뒤에는 이 일대에 미군을 영구히 배치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다. 미국의 국방을 재건하며라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이를 표현하고 있다.

미합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페르시아만 지역안보에서 보다 항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라크와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기도 하지만, 대규모의 미군을 이 지역에 배치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은 후세인 정권이라는 문제를 초월하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은 이러한 신보수파로 채워진 국방부내 2개 특별부서에 의해 치밀하게 주도됐으며 이들은 행정부내 공식기구도 제친 채 이라크 관련 정보를 조작하고 보수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파했다.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밑의 특별계획처(OSP)와 근동 및 남아시아국(NESA)이 정보조작 등 이라크 침공을 밀어붙이기 위한 전진기지로 활약했다. 두 부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과 알카에다 조직간의 연계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자료를 분석검토할 목적으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만들었는데 국무부와 국방정보국, 중앙정보국의 퇴역 정보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 두 부서가 백악관에 관련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이라크 정보를 과장하거나 왜곡했다고 비난해 왔다.

두 부서 요원들은 리처드 펄 국방자문위원과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전직 부하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역시 국방자문위원으로 이라크 침공을 일찌감치 주창한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장, 케네스 아델만 전 국방부 부차관보 등과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이들을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정보가 일반에 널리 퍼지도록 했다. 또 아흐메드 찰라비가 주도하는 이라크 반체제인사들의 모임인 이라크국민회의(INC)가 조종하는 망명자들에게도 브리핑을 했다. 아울러 관련 정보를 <위클리 스탠더드>,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면 담당자들 등 동조적인 보수언론이나 찰스 크로서머 등 보수파 칼럼니스트들에게 주었다. 이들 두 부서 요원들은 이미 지난 1월에 이라크 침공 뒤에는 이란을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듯 기세등등하던 이들이 최근 복지부동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했던 거짓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손 쉽게 거둘줄 알았던 전쟁이 갈 수록 미궁에 빠지며 미국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일부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비난의 화살이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월포위츠 국방부장관에게 집중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9-11사태를 주도한 테러리스트와 연계가 있다는 주장은 이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서 럼스펠드 국방장관 조차도 부인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의 또 다른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도 이제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중앙정보국 출신 데이비드 케이를 단장으로 하고 1400명의 조사원으로 이뤄진 이라크 서베이 그룹을 파견, 지난 6월부터 이라크 전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수색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연구소와 발사장치는 물론 핵·화학·생물무기 물질의 미세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고, 침공 전에 이라크가 시리아 등으로 반출했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중간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보조작은 이제 뜨거운 정치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한 CIA비밀요원의 신분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 정보조작 폭로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2003년 초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 구입시도를 했다고 주장,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미 2002년 3월 전직 이라크주재 미국대사인 조지프 윌슨은 니제르에 파견돼 조사를 벌인 뒤 이라크의 우라늄 비밀 구입 시도설은 “잘못된 정보”라는 결론을 내고 이를 부시 행정부에 보고했던 것이다.

윌슨은 이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과장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7월 기고문을 통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니제르 우라늄 구입시도 정보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이라크전 개전의 명분을 위해 연두교서에 이를 집어넣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컬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이 두 명의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윌슨의 아내인 밸러리 플레임이 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윌슨의 기고문이 나간 1주일 뒤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백악관이 CIA 비밀요원 신상을 누설했다는 의혹과 관련, 법무부에 대해 백악관을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별검사의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CIA가 조사를 요구한 의혹은 백악관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핵위협이 과장됐다고 비판한 전직 이라크주재 미국 대사인 조지프 윌슨에 대한 보복으로 윌슨의 아내가 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누설했다는 부분이다.

한편 지난 4개월간 이라크 침공과 관련한 정보를 검토하고 있는 하원 위원회는 대부분의 정보들이 부수적이고 오래 묵은 것들이라서 침공을 정당화하기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한 비판은 공화당 정권에 특히 우려스러운 것인데, 이러한 비판적인 서한을 CIA에 보낸 위원회의 위원장이 전직 CIA직원이며 조지 테넷 현 CIA국장 후원자인 포터 그로스 의원(공화)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세력에 대한 불만이 이렇게 도처에서 터지고 있으나 역시 비난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인 것 같다.

최근 미국이 국방부의 반대에도 유엔의 개입을 공식 요청한 데서 보여지듯, 이라크 정책결정 과정에서 럼스펠드의 입김은 약화되고 있다. 특히 럼스펠드는 그동안 국방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분야에도 개입하길 좋아했는데, 최근엔 그의 행동반경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에 대한 의회의 평가는 더욱 좋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개전 명분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보유 등과 관련한 일부 “잘못된 과장 정보” 동원 및 이라크 전후 처리과정에서의 문제에 책임을 지고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럼스펠드의 이라크 문제 처리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군부도 그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5월 퇴임한 토머스 화이트 전 육군장관은 1960년대 국방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자신이 항상 옳다는 신념 때문에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럼스펠드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문제는 육군과 해군내에서 럼스펠드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육군은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장기적으로 군사력을 훼손할까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군내 서열 2위인 존 킨 장군은 육군이 혹사당하고 있고, 너무 압박을 받고 있다고 걱정했다. 만약 이라크에서 전투가 내년 봄까지 계속된다면, 럼스펠드 장관은 외교정책의 재앙을 가져온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 14일 이라크가 럼스펠드에게 조종을 울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쟁비용 및 미군 사상자의 증가와 함께 럼스펠드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국내외 정책에서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을 떠받쳐왔다. 따라서 그의 위기는 곧 신보수주의자들의 위기이자 부시 대통령의 위기이기도 하다. 럼스펠드의 정치적 성패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의 앞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서재정 (코넬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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