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국방예산] 민생예산 확충은 외면, 국방비 증액은 계속


28조원이 훌쩍 넘는 2009 국방예산

현재 국회에서는 2009년 예산안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이다 보니 세입과 세출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와중에 국회나 국민들의 관심과 시선에서 빗겨나 있는 대규모 예산이 바로 28조원을 훌쩍 넘는 국방예산이다.


물론 심의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예산이 일부 삭감되고 있지만 전년도 대비 7% 이상 증액된 28조원의 국방예산에 비추어본다면 아주 미비한 수준이다. 대통령 전용기 구입 예산이나 당장 예산 소요가 없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창설 비용, 해외 이동할 예정인 아파치 부대의 군산 이전비용 등은 예산 책정의 목적이 사라졌거나 타당성이 없어 자연스레 예산삭감의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막대한 규모의 2009년 국방예산 중에는 불요불급한 사업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가 심의한 예산안의 주요 골자는 한국 방어를 넘어서는 선제공격용 무기도입, 중복투자나 과잉전력으로 불필요한 무기개발 혹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방예산 중 8조원이 넘는 예산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과거 회귀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국방부가 전력 확충을 우선시하고 병력 감축을 미루고 있어 앞으로도 국방부 예산 중 과반 이상이 병력운영비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군 구조 개편과 병력의 대폭 축소, 특히 정원을 초과한 장성과 장교 수의 축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불요불급한 국방예산 사례들

과잉투자의 사례로는 흑표사업 즉 차기전차 사업을 들 수 있다. 흑표 사업은 육군 중심의 기동전력 강화에 예산이 편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업이다. 2009년부터 10년간 5조 7,573억원을 투자하여 차기전차 6백대를 확보하겠다는 이 사업은 한국의 산악지형 특성상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이나 북한에 비해 한국의 전차 전력이 우세하여 전력화가 필요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국회 국방위에서도 획득비용만 6조원을 상회하고, 유지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전력화의 타당성이나 사업규모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받기도 했다. 더욱이 K1A1 성능개량 사업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과잉, 중복 투자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군에 대체로 우호적인 국회 국방위 의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 예결위에서나마 전액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144억원 중 73억원만 감액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가로 볼 수 있는 무기도입 예산이 대규모로 확충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중고고도유도무기사업으로 SAM-X 사업에 전년도 대비 117%나 예산이 증액된 4,684억원이 반영되었고, 탄도유도탄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할 예정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에 242억원, 탄도탄작전통제반22억원이 책정되었다. 국방부가 밝힌 바 있는 조기경보레이더 기종은 탐지거리가 중국과 러시아 지역까지 이르는 것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대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국방부는 줄곧 ‘한국형 MD’는 북한의 저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한 하층방어체계로 미국 주도의 MD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미국이나 일본으로 날아가는 탄도탄에 대한 조기경보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조기경보레이더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일부로서 징후 포착을 위한 센서 역할을 하기 위한 무기도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조기경보레이더 구입과 함께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와 KDX-III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DX-Ⅲ 역시 한반도 역외 작전이나 미국과의 MD공동작전 수행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구축되고 있으며, 연간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MD 구축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증강과 미사일 개발로 이어지고 있고, 체코와 폴란드에 MD 기지를 두려는 미국과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첨예한 갈등은 동유럽의 새로운 긴장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비단 북한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동북아 군비증강도 더욱 가열될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공식적 발표만 하지 않을 뿐 사실상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할 태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형 헬기사업의 경우 기동형 헬기(KHP) 개발에 이어 공격형 헬기(KAH)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공격형 헬기 사업은 KHP 사업이 타당성이 있을 경우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앞서 2004년 감사원이 KHP사업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지만, 현재 국방부와 국회는 KHP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기획재경부에서 삭감한 10억원의 예산을 다시 살렸다.


제주해군기지건설비용도 국회에서 증액 편성되었다. 주민들의 강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432억원의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 국방위 의원들은 조속한 기지조성을 위해 일괄부지 매입이 필요하다며 국방부가 추가 요청한 301억원을 더 증액해주었다. 그것도 군 스스로 해군기지라고 주장하는 군항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으로 수정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국회는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항으로 검토하라는 부대조건을 제시했지만, 해군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사실상 군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 의회조차 부대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성토하고 있고, 도민들의 불만 여론도 고조되면서 주민들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방개혁 조정에 따라 향후 제주도에는 대규모 해군부대 뿐만 아니라 해병대까지 주둔할 예정인데, 잠복되어 있는 공군기지 건설까지 가시화될 경우 제주도는 그야말로 ‘평화의 섬’이 아니라 군사요새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비준동의안 제출되지도 않았는데 심의없이 예산 통과

어처구니없는 예산 편성 중 하나는 방위비 분담금이다. 국회 국방위는 정부가 내년 76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 제공 합의를 포함하여 향후 5년간 유효하게 될 방위비 분담 협정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예산을 통과시켜 버렸다. 국회 심의나 비준동의 없이 예산 먼저 통과시키는 일을 국회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회가 정부의 비준동의안 처리 이전에 예산이 먼저 확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부대의견까지 달았지만, 결국 국회 스스로 국회 권한을 포기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예산은 방위비 분담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 이외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을 위한 시설부지지원’ 비용이 별도로 잡혀 있다. 일례로 군산 탄약고 주변 민가이전, 임대주택부지 사용료 등 249억원이 별도로 책정되어 있다. 미군들에 의해 공무상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기타 분담금 등까지 포함하면 내년에만 8000억원에 가까운 주한미군 지원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2009년 주한미군 지원에 대한 국방예산만 1조 528억원

이 또한 특별회계로 잡혀있는 미군기지이전비용과는 별개이다. 미군기지이전비용은 평택기지사업과 LPP(연합토지관리계획)사업, 평택시 지원금, 미 측이 부담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다 부담하고 있는 반환기지에 대한 환경오염조사와 치유비용, 기타 기지이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경상경비 등이 2009년에만 2,680억원이 잡혀있다. 주한미군에게 제공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조세감면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도 2009년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 예산은 1조 528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국방개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여전히 형편없는 군 사병들에 대한 급여나 복지혜택 수준을 방치하면서도,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액만큼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방예산 편성을 보면 각 군의 효율적인 전력배분이나 합동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각 군별로 전력화가 이루어지면서 과잉, 중복투자 사례가 많다. 이러한 고질적인 폐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형 사업의 경우 일단 사업으로 선정되면 사업 타당성 문제나 운용상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사업이 중간에 백지화되거나 중단되지 않는다. 관행적으로 군이 예산을 요구해도 국회가 사업과정에서의 예산 집행이나 타당성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예산에 대한 시민사회 감시 필요


이 같은 국방예산 편성은 국방예산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대로 된 감시활동이 부재하고, 군비증강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그들만의 밀실, 졸속심의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무조건 비싸고 성능 좋은 무기에 대한 매니아적 집착이 타당성, 경제성, 합리성 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최첨단 무기로 알려진 F-22 전투기에 대한 국내 군사 매니아들의 열정과는 달리 미국의 게이츠 국방장관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냉전적 시각에서 계획된 것이라는 이유로 F-22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대조를 이룬다. 최첨단 무기를 구비하고 막대한 군비를 쏟아 붓는다고 위협이 줄어들고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군비 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이 오늘날 처한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은 이미 국가재정에서 군비지출이 차지하는 규모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군비증강을 당연시하고, 그러한 이유로 군사력이 아닌 다른 분야의 개발과 지원을 외면하거나 포기해왔다. OECD 국가들 중 한국은 국가재정에서 군비가 차지하는 규모가 2배 이상 높은 반면, 사회 복지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규모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서민들과 중소자영업, 취약계층에게 막무가내로 증액되고 있는 국방예산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강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처한 생계와 생존의 위협은 나라 밖의 모호하거나 때로는 과장된 위협보다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축소지향의 국방예산 편성 필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축소지향의 국방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비효율적인 부분만 제대로 가려내면 얼마든지 훨씬 더 많은 국방예산을 줄일 수 있다. 그것은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용으로 돌려져야 한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의 군비증강을 들며 군축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습관과도 같은 발상이다. 주변 국가들도 한국의 군비증강을 그들의 군비확장의 명분으로 삼는다. 군비증강의 악순환은 상대방이 먼저 군축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군축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발상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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