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반도 핵군비경쟁 가속화할 비현실적 한미군사전략재고해야

한반도 핵군비경쟁 가속화할 비현실적 한미군사전략 재고해야

– 맞춤형 억제전략은 사실상 미 극동 미사일방어(MD)체제 편입선언 

– 핵우산 강화와 선제공격 시나리오, 한반도 핵경쟁 부추길까 우려

–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와 대중국 해양협력 강화는 맹목적인 대미추종  

– 한미동맹 60년, 군사협력 의존도 줄이고 평화에 기여해야 지속가능

 

지난 10월 2일, 서울에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포함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유사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한미는 북한에 대한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MD)능력, 미 전략핵무기를 동원한 핵우산 능력을 동시에 강화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미는 이같은 확장억제력이 갖추어지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되 지역적, 지구적 협력은 더욱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이 지향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과 더불어 유사시 재래식 및 전략핵을 이용한 선제공격 능력을 동시에 지닌 압도적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과 방패를 모두 가지겠다는 이 구상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매우 공격적이고 비현실적인 구상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미룬 채, 한미 간의 지역적, 지구적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 역시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의 맹목적이고 종속적인 선택이다. 한미양국의 군사전략은 한반도 군사갈등과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해결하기보다 더욱 부추길 위험이 크다. 

 

우선, 한미 양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가능케 하는 공격적 억제전략을 포함하고 있어 남북 간 우발적 군사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한 지난 4월 국방부의 국정과제 추진방안에 따르면 한미는 북한의 핵 위기 상황을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여 핵무기 사용임박 단계로 판단될 경우 대북 선제공격까지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임박 단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오판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선제타격이 성공하더라도 북한의 보복공격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 경우 한반도는 전면전에 휩싸일 것이다. 게다가 한미의 선제타격가능성으로 인해  북한은 북한대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기습전략에 호소하려 할 것이므로 우발적 무장 충돌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계획은 북한의 도발의지를 무력화하기 보다는 선제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북한의 핵미사일 기습능력 및 2격 능력 개발을 자극함으로써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둘째, 맞춤형 억제전략은 미국의 전략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하는 군사적 구상을 포함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를 도리어 역행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억지력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심화시키면서 북한에게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3월 남북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미국이 B-2, B-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의 핵전력을 한반도에 전개할 당시 북한은 오히려 강력한 핵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한 것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미국의 핵전력 과시는 북한 군부의 핵무기 의존도를 심화시킬 뿐이다.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심각한 핵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셋째, 한미 국방장관이 밝힌 맞춤형 억제전략은 한국이 사실상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Missile Defense, MD)에 편입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은 무적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갖는 군사전략의 일환으로서 태평양과 대서양 지역 모두에서 심각한 군비경쟁과 갈등을 야기해왔다. 양국은 그동안 미국의 MD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강조해왔고 ‘킬 체인(Kill chain)’이 미국의 실시간 탐지·타격 체계와 한국의 KAMD를 융합한 포괄적인 미사일 방어협력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킬 체인’과 한국의 KAMD는 사실상 미 MD를 위한 정보 공유 및 협력관계 구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이지스함 구입 이후 미국과 미사일 방어와 연관된 데이터 링크 훈련 등을 실시해왔고 미사일 정보도 공유·교환하고 있다. 올해 SCM 공동성명에서는 상호운용성을 증진한다는 계획과 더불어 우주에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 더욱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이 경우, 이른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사실상 미국의 동북아시아 MD 시스템의 하위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 미 측의 발언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 기자회견에서 한미간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사일 방어(MD)”라고 밝혔으며, 뎀프시 미 합참의장 역시 지난 30일 한미군사위원회(MCM) 직후 “공동 통합 미사일방어체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킬 체인’과 같은 실질적인 MD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겉으로 MD 편입을 부인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정부는 MD 참여가 주변국과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고 군비경쟁을 촉발시켜 오히려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 MD 시스템 편입 거부를 명문화해야 한다.

 

특히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관련하여 한국이 미국의 MD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SCM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미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연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의 MD 참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관진 국방장관은 3차 북핵실험 이후 안보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공공연히 전작권 환수 시기 재연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미 측에서 적극적으로 재연기를 요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먼저 나서서 전작권 연기를 구걸하는 것은 미 MD 편입의 구실을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한미군사동맹의 협력범위를 아태 지역과 범세계적 범주로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미 동맹을 아태지역과 범세계적 범주로 확장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우리의 독자적 이해관계를 종속시키는 것으로서,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이러한 구상은 필연적으로 중국 등과의 군사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는 맹목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최근 한미 해군협력과 한미일 해양군사훈련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년전부터 미태평양사령부는 각종 보고서에서 ‘아태지역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강화’와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을 같은 범주의 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미군사동맹 60주년을 맞는 올해, 한미관계를 보다 대등하고 평화지향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는 미루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명시한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군사노선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게다가 한미동맹의 세계화 구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한 방위범위를 넘어서고, 전수방위를 규정한 우리 헌법에도 배치되는 요소가 있는 만큼,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남한 독자적인 전수방위 구상을 구체화하지 않고 동맹의 세계화를 운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가 과연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동아시아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의 발전전략 속에서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천명하는 계획들은 대체로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고 그것에 대한 대책이 오직 압도적인 억지력 형성과 군사력 과시에 있는 것처럼 사고하는 군사관료들에 의해 주도되곤 한다. 더구나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를 우리의 그것으로 동일시하는 이념적 편향과 관성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남한의 군사전략은 한반도평화전략과 분리되거나 도리어 이러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왔다. 절대적 보복능력을 갖추어 북한 군부를 위축시키겠다는 군사전략은 현실에서 실패해왔다. 냉전시대부터 이어온 한미군사동맹을 더 강화하여 중국에 맞서겠다는 군의 발상도 갈수록 비현실적인 것이 되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를 스스로 연기하겠다는 군 지휘부의 발상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망감이 깊어가고 있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주요 합의 사항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힘의 논리가 아닌 상호 신뢰와 존중으로 동북아에 화해와 협력의 역내 질서를 구축하겠다며 밝힌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도 엄연히 배치된다. 진정한 동북아 평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협력질서를 형성할 국가전략을 분명히 하고, 군사전략이 여기에 기여하도록 군을 문민화하여 민주적으로 통제하여야 한다. 더불어 한미관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도 양국 관계에서 군사적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과 구실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한미군사동맹은 갈수록 양국 시민들의 회의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한반도는 냉전의 미아로 남아 남북 대결, 미중 대결의 한가운데 줏대없이 휘둘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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