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12-23   1483

[UAE파병 연속기고②] 국회 처리의 절차적 위법성 / 정태욱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면서 직권상정으로 ‘끼워넣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전사 파병안도 통과시켰다. UAE 파병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여연대와 평화군사법연구회는 파병의 타당성이나 위헌성, 처리 절차상의 문제를 정리해 근래 들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한국군 파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법학자들과 국제문제 전문가들, 시민단체의 시각을 담은 연속 기고를 4차례에 걸쳐 싣는다.

‘신개념’ 파병, 군국주의적 자본주의가 도래하나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개념의 파병’이라고 한다. 새로운 국익창출 모델 혹은 군인들의 일자리창출 모델로서의 파병은 우리 헌법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 불법적 침략전쟁이었던 이라크전 파병이 헌법 위반이듯이, 이와 같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파병도 헌법 위반이다.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군의 역할을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로 한정한 우리 헌법은 거듭 무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군사주의가 점점 커지면서, 우리 헌법파괴의 진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동의안 처리는 실체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절차적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헌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함께 통과시킨 파병동의안은 실질적으로 국회의 동의권을 형해화시킨 것이다.

국회에서 모든 의안의 일반적 처리 절차는 위원회 심사 – 본회의 심의 – 표결의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 국회법 제93조(안건심의)는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다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여야 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의결로 질의와 토론 또는 그중의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의안 처리는 첫째,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았으며, 둘째, 본회의에서의 질의와 토론이 없었다는 점에서 위법적인 것이었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국군의 해외 파병에 관한 동의안은 일반 법령에 규정된 동의안과 달리 헌법에서 바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국군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민주적 통제를 대원칙으로 하는 문민주의를 취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한, 혹은 군대의 자기이익을 위한 해외파병은 우리 헌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심사와 검토는 엄격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동의안 처리는 너무나 소홀하게 처리되었다. 집권여당이 행동대장처럼 나서 정부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국회의 ‘동의권’ 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동의안은 위원회의 심사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우리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운영에 있어 위원회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실질적인 토론과 심의는 소관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혹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이루어지고 본회의는 그것을 최종 검토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동의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심사과정을 전혀 밟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군대의 해외파병과 관련 동의안들의 경우에 비추어 보아도 전례가 없는 졸속처리였다.

물론 국회법에서는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제85조(심사기간)에서는 “①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박희태 국회의장은 관련 위원회에 심사기간을 정하여 통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동의안을 단독강행처리 한 것인 12월 8일 오후였는데, 심사기간을 통보한 것은 바로 그날 아침이었고, 심사기한도 그날 당일 오전 11시까지였다. 정말 놀랍다. 이를 두고 심사기간을 정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놓고, “해당 위원회가 이유없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설사 그렇게 위원회의 심사는 건너뛰었다고 해도 다시 국회법 제93조의 규정에 따라 본회의에서라도 제안설명 및 질의와 토론을 하였어야 하는데, 그것도 전혀 없었다. 당시 회의를 진행한 국회부의장은 질의와 토론를 진행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국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당시 회의록을 보면 “회의장 소란으로 인해서 제안설명 및 심사보고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한 제안설명 및 심사보고는 단말기의 자료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고는 바로 파병동의안 처리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에 대한 심사보고서는 과연 국회의원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인가? 적어도 국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는 단지 표지 한 장밖에 없었다.


처리과정에서 질의와 토론도 없었다. 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거짓말쟁이들! 사기꾼들이야! 패키지로 안 한다고, 절대로 안 한다고 해 놓고는 어디서 국민들을 팔아먹어! 너희들은 군대 안 가고 남의 자식들만 군대 보내서 어디에서 군인을 팔아먹어!?”(회의록)라는 한 야당의원의 절규가 전부였다.

국회의 ‘동의권’은 바로 정부의 독재와 권력오남용을 제한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며, 국민적 논의과정 혹은 비판적 검토과정을 국민의 대표로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의권 행사의 주체는 결국 국회의원 개개인들이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국민의 대표로서 그들의 의무와 책임은 양보할 수도 없고, 침해당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집권여당이 야당의 비판적 의견을 봉쇄하고, 심지어 자당 내의 다른 견해까지 무시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관철시킨 것은 국회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국회의 동의절차에 대한 헌법적 원칙을 파괴한 것이다. 따라서 의안 심의와 토론 과정에서 배제된 의원들은 그에 대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신청을 함과 동시에, 이번 동의안의 무효를 다툴 수 있다. 관련하여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최근 UAE 파병동의안 날치기 처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한편 국방부 대변인의 설명으로는 이번 파병이 2006년 UAE와 체결된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즉 이미 과거에 정해진 것을 이행할 뿐이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굳이 새롭게 어려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동의안 처리가 당연하다는 취지라고 생각되지만, 그 헌법에 대한 무지와 헌법위반성은 더욱 심각하다. 우선 조약은 조약이고, 파병은 파병이다. 파병에 대한 국회동의절차가 법에, 그것도 헌법에 바로 문언 그대로 규정되어 있는데, 조약에 이미 포함되었다고 하여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한 발상은 헌법, 국회 심의절차,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리에 대하여 전혀 무지하거나 개념이 없음을 방증할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만약 그러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 협정 자체가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용적으로도 위헌일 뿐더러,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헌법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그 협정에 군대파병이 포함된 것이라면, 그 협정은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회의 동의를 받았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조약이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조약의 경우, 즉 국내 법률에 준하는 정도의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기본질서와 관련한 조약이라면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애당초 협정을 체결할 때에는 파병이 없는 것처럼 하여 국회 동의를 피하고, 이제와서 이미 그 협정에 포함된 내용이므로 동의절차를 간략히 하여도 무방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무슨 논법인가? 자기들 이익에 따라 편리하게 이리저리 헌법을 조롱해도 좋은가?

우리 시대 자랑이었던 민주주의, 그리고 그 성취와 결과였던 우리 헌법은 이렇게 ‘왕따’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국가주의와 군사주의는 점점 기세등등하고, 시민의 인간적 자유와 평화는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인간의 삶과 노동을 황폐화시키더니, 이제 전쟁과 군사력을 경제양식으로 삼는 군국주의적 자본주의가 대두하는 것인가? ‘신개념의 파병’은 어쩌면 그러한 불길한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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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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