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618

<파병반대의 논리> 자녀·국익 모두 잃을 것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옛날에는 개인들이 용병으로 활동했으나 요즘에는 국가들이 그런 일을 한다. 역사는 유동적이며 미국은 역사적 변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조류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의 역사책은 용병을, 탐욕으로 피를 부르는 타락한 짐승으로 보고 있다.

처음부터 정규전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정규군에 승리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많은 아랍 지식인들은 미국이 안정과 이라크인들의 전면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가졌다. 미국의 대중매체가 떠든 것처럼 미국인들은 이라크인이 자신들을 해방자로 여겨 장미와 카네이션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했다. 바그다드에서 사담 후세인의 동상을 무너뜨리는 행사에 불과 몇 백명의 사람들만 나타난 것은 그들에게 충격이었다. 이라크인들이 후세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미국에 대한 증오가 후세인에 대한 증오 못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부분의 아랍 나라에서 증오를 받고 있다. 심지어 많은 페르시아만 지역 아랍인들도 미국인을 미심찍고 메스꺼운 눈초리로 본다. 많은 아랍인과 이슬람교도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오는 것을 환영했다. 미국이 대결의 복잡함을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폭발물을 터뜨리기 위해 미국 본토에 가는 대신 미국이 제발로 찾아온 것이다.

많은 아랍인과 이슬람교도들은 미국에 맞선 성전에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려 하며 처음부터 게릴라전을 준비했다. 게릴라전은 미국내에서 행정부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를 위협할 것이다. 아랍인들은 아랍의 부를 착취하고, 아랍의 독재를 지원했으며 이스라엘에 모든 원조를 쏟아부은 그들(미국)에게 복수할 아주 훌륭한 기회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라크에서 전쟁은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부터 시작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미국이 다른 나라의 병사들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에 대한 공격은 ‘컴퓨터 게임 전쟁’에 행복해 했던 미국인들을 일깨워 전쟁의 명분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전쟁의 도덕성, 특히 미국에 우호적인 아랍 나라들이 독재국가라는 점에 의문을 품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것이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즉 미국인들 대신 다른 나라의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죽도록 하는 것이고 그는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많은 작은 나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금융지원이라는 유혹을 받은 몇몇 나라들은 국제평화와 협력이라는 미심쩍은 구호 아래 사랑스런 병사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비록 일부 아랍 나라들은 용병 국가의 노력에 감사할지 모르나 그들은 자신의 병사들은 보내지 않을 것이다. 아랍 지도자와 그들의 주인인 미국은 아랍의 병사들이 미군과 고용된 외국군 병사들과 싸우는 이라크인 전투원들을 도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랍 지역에서 일반 대중은 미국의 요구에 응해 군대를 보내는 것을 아랍에 대한 침략행위로 보고, 한 웅큼의 달러를 위해 희생을 치르는 것을 바보같은 짓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존엄과 자존, 자긍심이 한국 문화와 전통의 특징이라고 확신하며 한국인들이 미국의 석유 이익이나 이스라엘을 위해 자국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일에 말려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대개 아랍인들은 동아시아 사람들을 대단히 존경한다. 특히 한국인이 그렇다. 나는 한국인들이 이것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이런 뿌리깊은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고, 한국인의 아랍인 친구들을 매우 당혹스런 상황에 빠뜨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면 한국의 국익을 해칠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한국군 전투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침략행위이고, 한국군은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투부대의 병사들은 숨지거나 다칠 수 있다. 오늘 박수갈채를 보내며 떠나보낸 사람의 주검을 내일 고통과 눈물로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미군 병사의 부모들은 이제야 교훈을 깨우쳤다. 나는 한국의 부모들이 좀더 현명해지기를 바란다.

이기사는 한겨레신문 2003년 10월 7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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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 대학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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