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1-10-21   784

[stopADEX][연속기고 ②] 에어쇼, 불편한 진실 감추는 ‘전쟁 프로파간다’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 전시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Seoul ADEX 2021 : Aerospace&Defense Exhibition 2021, 이하 아덱스)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됩니다. 세계의 주요 군수업체와 각국 정부의 국방 담당자가 참여합니다. 이 중에는 민주시위를 탄압하고 내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군수업체들은 자사의 무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홍보하며, 전시회가 성공적일수록 더 많은 무기가 거래됩니다. 무기 거래는 ‘국가안보’를 명분 삼지만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위협을 마주하며 우리는 더 이상 무기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덱스 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칼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덱스저항행동(stopadex.org)은 무기 전시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로 2013년부터 아덱스 무기 전시회 반대 활동을 해왔으며, 2021년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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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기 팔아 돈 벌고 인도적 지원? 대한민국의 끔찍한 이중성

② 에어쇼, 불편한 진실 감추는 ‘전쟁 프로파간다’

에어쇼, 불편한 진실 감추는 ‘전쟁 프로파간다’

[전쟁없는 세상을 위하여 ②] 군대의 환경 책임에 대하여

 

황준서 퀸즈벨파스트대학교 정치학 박사 과정

 

 

1997년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교토의정서가 체결되었지만, 미국은 1998년에 비준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군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배제했다. 하지만 이렇게 군대의 기후 책임에 면죄부를 부여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었고, 전 세계 군대는 계속해서 기후변화를 비롯한 소음공해, 대기오염,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군대의 기후책임 면책 내용이 새로운 기후 협약에서 빠지면서 더 이상 군대는 환경책임을 면제받지 않으며, 앞으로 군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는 각 국가 정부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즉, 적어도 군대가 초래하는 수많은 환경문제 중에서도 기후문제에 있어서는 군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최근 그린뉴딜, 탄소배출 감축목표 등 기후정책을 발표하면서 군대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군대는 계속해서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홍보선전활동에 열을 올려왔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0차례 정도 펼쳐지고 있는 공군 에어쇼는 그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블랙이글스 비행단을 통해 잘 알려진 공군 에어쇼는 대중들에게는 전투비행 볼거리를 제공하는 자리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어쇼는 단순히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새롭게 개발 중인 살상무기들을 선보이는 박람회라는 목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려한 박람회는 군대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지구환경을 파괴해왔다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에어쇼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투기를 비롯한 무기들을 실험하고, 수송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환경자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전쟁기계들은 결국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되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에어쇼가 가리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불편한 진실 1] 전 세계 국방비로 전 지구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매년 발간하는 전 세계 국방비 지출 동향 보고서의 최신판을 살펴보면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국방비 지출이 다른 15위권 이내 국가들의 전체 국방비 지출과 맞먹는다는 점이다. 둘째, 전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 15위권 국가들은 전부 산업국가들이다. 셋째, 한국은 계속해서 전 세계 국방비 지출 10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 15개국 (이미지=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한편 국제여성평화자유연맹은 2015년 ‘기후변화, 환경, 군사주의’ 포럼에서 군대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제공자이며, 무기 실험, 군수물자 이동 등 군사 목적을 위해 쓰인 전 세계 1년 국방비면 무려 615년 동안 유엔 전체 기관이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즉, 분쟁과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자원부족, 빈곤 등을 해결할 수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거나 새로운 무기를 개발 또는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불편한 진실 2] 전쟁과 군대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환경파괴를 야기한다

 

군사작전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부차적인 손실이라고 분류한다. 이는 지금까지 군대가 자연환경을 지배와 파괴의 대상으로 여겨왔음을 보여주는 인식이다. 하지만 전쟁과 환경파괴는 불가분적이며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군사작전 중 하나인 ‘초토화전략’은 대규모 환경파괴를 통하여 ‘적’의 터전을 황폐화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어쇼에서 선보이는 전투기와 헬리콥터, 수송기 같은 군용 항공기들이 바로 그러한 환경파괴 작전에 동원되고 있는 주요 전쟁기계이다. 베트남전쟁에서 ‘에이전트 오렌지’로 잘 알려진 고엽제를 살포하는 데에 수많은 전투기가 동원되었고, 구 유고연방 분쟁 당시 미군을 비롯한 나토군(NATO)은 끊임없이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하여 수많은 피해자와 자연환경 파괴를 초래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지금도 전쟁 당시에 남은 불발탄과 화학물질들로 인한 환경오염이 방치되어 있다.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는 당시 이러한 광범위한 환경파괴에 대해 나토의 책임을 묻고자 시도했지만, 국제법상으로 이러한 군대의 환경파괴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또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자연환경 파괴는 계속된다. 기름 및 화학물질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대기오염과 소음피해 같이 드러나는 환경문제는 군대가 초래하는 일상의 문제이다. 또한 이탈리아 샤르데냐 섬에서 진행된 무기 실험으로 인한 환경피해는 군대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이 장기적으로 인간과 동식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매향리 사격장처럼 60여 년 가까이 사격훈련장으로 쓰였던 지역들은 불발탄과 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열화학 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대기 및 수질오염 등의 2차, 3차 피해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불편한 진실 3] 전투기와 항공기는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2020 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국방부는 국방 사무 이외 국방 분야 탄소배출량 통계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통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유류 공급량을 기준으로 각 군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한 연구에 따르면 공군 항공기의 탄소 배출량이 전체 군 절반가량(46.7%)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높다.

 

전투기뿐만 아니라 수송기, 헬리콥터 등 군용 항공기들이 소비하는 유류량을 생각하면 탄소배출 규모는 더욱 커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방부가 밝히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대책에서 전투기와 항공기 수를 줄인다거나, 비행 빈도를 줄이는 방법을 검토한 적은 없다. 즉, 지금까지 국방부는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현실성 없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유지해온 셈이다.

 

 

해외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에어쇼

 

1988년 8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나토군 소속 이탈리아 전투기 3대가 에어쇼 도중 추돌하여 폭발했다. 전투기 잔해들은 에어쇼를 보고 있던 30만 명의 관중들을 향해 떨어졌고, 67명이 사망, 수백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독 정부는 이후 에어쇼를 금지했고, 이 결정은 독일 통일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에서조차 국방 지출을 줄이기 위한 흐름 속에서 에어쇼 예산이 가장 먼저 삭감되는 등 해외에서 에어쇼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에어쇼 중단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쇼가 감추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평화운동단체인 국제평화국이나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었던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가 이끄는 평화문화재단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군축’을 강조하고 있다.

     

전직 이라크전 참전 미군이자 현재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활동가인 마크 헤인스가 제작한 <Disneyland of War(놀이가 된 전쟁 – 저자 번역)>라는 짧은 다큐멘터리는 미국 미라마 기지에서 매년 열리는 에어쇼에서 “죽음과 파괴의 기계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군대도 이와 비슷하게 에어쇼를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기 위하여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하늘과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개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군대로 인해 오염되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슨 희망을 가져야할까? 앞서 지적한 군대가 유발하는 환경문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에어쇼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감추며 전쟁이 옳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쟁 프로파간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은 평화와 지속가능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국방비를 줄여서 사람과 지구에 투자할 수 있다는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평화와 환경을 위해서 그 대안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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