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대북압박 이전에 정보조작 의혹부터 해명하라

미국 워싱턴 포스트 지는 20일자 기사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을 판매한 국가가 북한이 아니라 파키스탄이었다는 것을 알고도 한중일 3국에 ‘북한이 판매원’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판매한 국가로 지목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으며 전문 연구기관이나 IAEA 관계자들 역시 부시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일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고의로 정보를 조작한 것이라면 부시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분노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주지하듯이 지난 2월 초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미 언론들이 북한의 핵물질 수출을 앞 다투어 보도한 바 있고 당시 마이클 그린 미 NSC 아시아 담당 국장은 한중일 3국을 방문하여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절묘한 시점에 북한의 핵물질 수출을 제기하고 나선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 의도된 거짓말이었다면 그것이 북핵 협상에 지대한 파장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유연한 북핵 협상 자세 전환을 요구받고 있던 부시 행정부가 악의적으로 거짓정보를 통보함으로써 대북압박공조를 시도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리비아에 핵물질을 판매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북한의 6자회담 참가 중단과 핵보유 선언 등 북한 측의 강경한 반발을 불러왔으며 그 결과 북핵 협상을 더욱 헤어나기 힘든 교착상태에 빠지게 하였다. 따라서 이번 정보조작 의혹의 경위와 진실을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정보조작 의혹은 그 동안 부시 행정부가 제기해 온 대북정보의 신뢰성과 윤리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이미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은폐, 조작했던 전력이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P) 보유 의혹을 제기했던 시점과 근거에 대해서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2년 남북관계 및 북일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예상되던 시기에 맞춰 북한의 HEUP 보유 의혹을 제기했던 부시 행정부는 지금껏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HEUP 보유 시인을 압박해왔다. 또한 CVID라는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핵포기와 검증을 요구하면서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막아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관련 기술 거래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시행정부가 파키스탄의 핵물질 이전조차 그 혐의를 북한에게 떠넘기려 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했던 라이스 국무장관의 행보는 지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종용했을 뿐 정보조작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이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미대화와 대북 에너지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일부 유화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혹 해명을 미룬 채 인내심 운운하며 안보리 회부를 거론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가 부도덕한 방식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고립시키려 했다는 강력한 의혹은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만을 말하기에 앞서 미국이 행한 일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6자 회담 각국 정부와 한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번 정보조작 의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충실한 해명여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협상 의지를 가늠케 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부정확한 정보전달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6자 회담에 대해 북한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국 정부는 즉각 이번 정보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사실 확인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정부는 진실을 호도당한 국민을 대신하여 미국정부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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