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1-09-28   1165

“평화운동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한 한국사회의 과제’ 시민사회 대토론회 열려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YMCA 강당에서는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한 한국 사회의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가 열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하고 경실련통일협회, 녹색연합, 시민의신문,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9개 단체가 주관한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1부 ‘미국의 대외정책과 테러참사’, 2부 ‘미국 테러 참사와 한반도 정세’, 3부 ‘평화를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약 5시간동안 진행되었다.

미국의 탈레반정권과 빈 라덴에 대한 보복전쟁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긴급하게 열린 이날 대토론회는 이번 테러 참사와 관련 그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이로 인해 한반도의 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시민사회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등이 깊이 있게 논의된자리였다.

석유 독점 욕심이 부른 왜곡된 중동정책

이날 첫 발제를 맞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얼핏 이슬람 위협론이 등장하며 문명충돌론이 가장 설득력있는 국제질서의 설명모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핵독점을 지향하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더불어 다분히 공격적이고 일방주의적으로 진행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테러의 성격에 대해 그는 “테러가 그 자체로 이념도 아니며, 조직도 아닌 하나의 전술이자 수단으로 이번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이나 미국인을 목표로 하기 보다 미국의 실패한 중동정책에 대한 응징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중동지역에서 석유이익을 챙기기 바쁜 미국이 이 지역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양축으로 하는 중동정책을 전개해 미국의 이익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견제하고 이 지역의 인권 등을 파괴한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편 이번 테러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서보혁 평화네트워크 평화문제연구회 회장은 “북한이 이번 테러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반테러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제한 후 “이는 북한이 미국의 반테러활동이 대북 강경정책으로 번질 가능성을 막을 필요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테러사태와 무관하게 대미 접근에 있어서 기존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북미관계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며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성향이 테러사태로 더 높아질 것이고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북한의 과거 핵규명 압력을 가할 경우, 양국간 대화재개는 물론 양국관계가 제네바 합의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을 제1주적으로 삼아 MD체제 구축을 강행했으나 이번 테러로 단기적으로 MD체제에 대한 재검토 요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부시행정부가 힘을 통한 유일패권 질서의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했던 개입과 확대전략을 유지하면서 이른바 ‘불량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포용정책을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반테러선언 뿐만 아니라 과거의 테러에 대해서도 사죄, 반성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남쪽에서도 북한의 전력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상적인 평화운동이 필요한 시점

이날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한 시민 사회의 과제에 대해서는 국제 반전평화운동과 연대할 것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며 이를 막아 아시아 평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구체적으로 평화운동과 교육을 할 수 있는 다각적인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현백 여성단체연합 통일평화위원장은 “9월 11일 사건이 터졌는데 국제 평화단체로부터의 공동대응의 부탁이 도착한 것은 20일 전후였다”며 “국제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작동을 위한 다각도의 방향모색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방식이 원론적인 성명서 발표나 선언 등의 입장표명이었다”고 지적하고 “다분히 일회적인 방식을 청산하고 국제연대 부분에 기동성이 뛰어난 인력을 배치하는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동북아의 평화연대를 위해 일본, 대만과의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모색할 것도 제시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시민단체간의 평화연대체를 빨리 결성하여 공동으로 대처할 것, 평화운동을 대중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급히 개발할 것 등을 제안했다.

현 사태를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에 대해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우선 UN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9월 12일 결의문을 통해 테러를 비난하고 미국의 자위권을 인정했다”며 “이로인해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미국정부가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토대형성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의 시민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는 “주요 주장으로서 테러반대, 테러의 근본적인 원인 고찰 요구, 미국정부의 과잉대응 자제 요구, 테러범을 법정에 세울 것 등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서 그는 “테러사태의 근본적 원인 해결, 민간인 희생과 인도적 지원 문제, 군사적 해결이 아닌 법적, 도덕적, 정치적 해결 과제 등이 남아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 시민사회가 전쟁반대 서명운동이나 공동연대체를 구성해 국제연대에 나서며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전쟁반대 활동을 개발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

그밖에도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자위권 수준을 넘어선 대량 보복전쟁에 대한 우려△한국정부의 세계정세 변화에 대한 안목부족 및 장기적인 국익우선정책 미흡과 평화에 대한 정책 부족, △일본의 고이즈미정부가 추진 중인 자위대법 개정과 전쟁협력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 △시민사회의 반전·평화운동의 구체적 노력 필요 등이 제기되었다.

한편 이날 전국의 553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보복전쟁을 통해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희생될 것을 우려하고 따라서 전쟁을 중단할 것과 김대중정부의 전쟁 지원에 반대하며 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명분으로 삼아 재무장을 시도하려는 일본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이를 막기위한 아시아 각국의 연대를 호소했다.

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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