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4-05-04   1609

[인터뷰]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국장

“한명이라도 더 만나봐야지 불신을 해소하지요”

“더 빨리 보내주겠다는데 육로개방을 거절하다니…이거 원…”,

“현장확인도 없이 어떻게 지원부터 해줄수가 있어?”

보수단체까지 가세한 동포애가 담긴 용천구호물자들이 연신 인천항을 떠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섭섭함을 통크게 받아 안는 사람이 있다.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외치는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국장은 “조건없이 도와주자고 했으면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도와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실체부터 제대로 알아야

-어떻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일하게 되었나?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에서 지역사회운동을 했었다. 활동 중 북한이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보안법 철폐운동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아픔을 같이하는 민족화해운동도 중요한 통일운동이라 생각해 1997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일하게 되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1996년에 창립돼 당시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참사를 알리는 사진과 비디오를 공개했다. ‘우리 동포들이 죽어나가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1999년도에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평양위원회와 상호교류에 대한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 후,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직접 물품을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농업협력사업과 보건의료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실제로 국민들은 많이 호응한데 비해, 정작 운동단체들은 ‘어떻게 북한을 가난하고 엉터리 나라라고 말할 수 있냐’며 우리의 활동들을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공개하는 것이 북한붕괴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는 이해되지만, 가치판단과 실체파악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한민족으로서 돕자는 것이지, 북한이 붕괴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다.”

“조건없이 도와주자”했으면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북녘동포돕기운동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가?

“전라남도와 평안남도, 전라북도와 황해남도, 경기도와 황해북도 등의 지방자치정부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사업, 단순한 식량지원보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농기계 지원 및 농기계 수리센터 건설 등 지원운동을 통해 남북동포들이 서로 직접 만나고 있다. 이것은 50여년이 넘게 단절되었던 벽을 대화로 극복하는 과정이며, 대북교류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다.”

-북쪽의 폐쇄적인 태도로 인해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섭섭함은 없나? 의료진과 육료개방에도 소극적이다.

“우리는 충분히 북한을 이해하고 있다. 북한이 안보여주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북쪽에 가서 거짓말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측이 ‘이거 해주겠다’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보여달라 요구하고, ‘걱정 마십시요’라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이 되니, 북쪽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실망을 했겠는가. 이렇게 불신이 많이 쌓여있다 보니 북한도 ‘지원부터하고 현장도 확인하고 하시죠’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육로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빠른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보면 그렇다. 우리가 ‘조건없이 도와주자’라고 했다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는 게 옳다.”

창구단일화가 아닌 ‘매칭펀드’확대로 민간 사업 격려해야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의 모금활동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격세지감을 많이 느낀다. 이번 총선에서도 나타났지만, 북한이 적이 아니라 같이 가야할 우리민족이라는 것을 룡천역 폭발사고가 터지면서 확인한 것이다.”

-북한 정부의 용천역 사고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또한 국제사회와 남측에 사고를 축소보도했던 북한의 기존 태도와 달리 이번 용천역 사고는 사태 전반이 공개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는 북한 정부가 용천역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북측은 구호물품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해왔다.”

-구호물품전달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사실 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인들과 농기계 관련 기업이나 단체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한다. 또한 민간이 모으는 액수의 일정 비율의 금액을 정부가 보조하도록 하는 매칭펀드 제도(matching fund)도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한국 정부는 민간이 100을 모으면 30-40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캐나다 같은 경우는 400을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내가 1만원을 내면 5만원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용천 사고 피해구제를 하는 것에 관련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정부는 북녘돕기창구를 대한적십자사로 단일화하자고 이야기한다. 너무 많은 단체들의 모금활동은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수도 있고, 지원내용물의 중복없이 필요한 물건들을 효율적으로 보내자는 것인데,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적십자만을 통해서 보내면 북한은 남한 정부만 지원했지, 남한 국민들이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정부는 오히려 매칭펀드의 한도액을 늘려 민간단체들이 북쪽과 신의를 맺고 함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단히 큰 참사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남북한의 동포애를 확인하는 민족화해의 큰 이정표가 되는 상징적 도시로 용천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이후 통일운동의 방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상영 부국장은 “학생때는 거대담론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보니 구체적인 사안이 눈에 들어온다”며 “어떻게 하면 한명이라도 더 만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이 앞선다고 털어놓는다. 전신주가 무너지면서 생긴 불꽃으로 대형폭발사고까지 일으켰지만, 동포애를 지니고 있는 남북동포들, 이들의 손을 맞잡게 하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운동가들이 있는 한, 사고는 절대 그들만의 참상으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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