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2-07-11   1000

서해교전, 민족생존 문제로 접근해야

“서해교전 사태, 어떻게 풀 것인가?” 평화네트워크 주최 긴급토론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을 제의하는 등 물꼬를 트는 역량을 보여주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화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남쪽이 성숙해야 이번 사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평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대북 강경 여론을 우려하며 남북이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의 해결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7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평화네트워크 주최로 서해교전 사태를 맞아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를 막고,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는 △6·29 서해교전 사태의 원인 및 대응에 대한 평가 △교전규칙 개정, 필요한가? △6·29 서해교전 사태와 북미관계, 그리고 2003년 한반도 위기설 △6·29 서해교전 사태의 수습 및 위기 고조의 예방책 △NLL(북방한계선)의 평화적 관리 방안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위기 확대 예방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등이 주요토론 주제로 거론되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김연철(고려대 아세아연구소 북한연구실장), 정대현(통일연대 정책위원장), 김승국(자통협 홍보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기조발제를 한 김연철 박사는 NLL의 일방성과 어장확보를 둘러싼 남북한의 생존경쟁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으며, NLL의 평화적 관리와 남북한 어업협력 방안 모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한의 NLL고수가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북한연구실장
김 박사는 서해사태이후 북한의 반응을 볼 때 북한은 더 이상의 긴장을 원하지 않으며, 남한정부와 대화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특사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이유로 부시정부가 제네바 합의 이행이나 경수로 공사지연에 대한 후속대책에 대한 고려 없이 핵사찰만 언급하는 등 대화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햇볕정책과 관련해 “햇볕정책의 포기를 주장하는 야당이 ‘접촉을 통한 변화’정책의 절차적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는 “미국은 대화할 의지가 없고, 북한은 경제개혁과 외교관계 개선의 전략적 선택을 유보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의 평화 리더십”이라고 전제한 뒤 △교류협력 정책 지속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 △평화의 공감대 확대 등을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을 극복을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50여 명의 각계인사가 참석하여 3시간 가량 서해교전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가 일관되지 못한 점, 과거의 경험으로 예측할 수 있는 남측의 선제공격 내지 간접자극에 대한 의문 등에 주목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한 노력을 남북한 당국에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 사태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고 즉자적,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내 일부 언론 및 한나라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당리당략이나 남북 이해관계를 떠나 민족생존 차원으로 접근할 때만이 사태의 근본문제 해결과 재발방지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남북한 상호 유감 표명 △NLL에 대한 남한의 배타적 권리주장 철회 △꽃게 철에 한시적으로 공동어로구역지정 등을 위한 남북한 어업협상 △남북간 장관급 회담 개최 △햇볕정책 유지와 포기로 대립하는 여야를 견제할 제 3세력으로서 시민사회단체 결집 등을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해결방안으로 거론했다.

공격적 교전수칙으로 부시정부의 ‘낚싯밥’ 노릇 할건가

6·29 서해교전 사태의 원인과 관련하여 김승국 위원장은 “부시정권 등장후 한미일 군사공동체에 위협을 느낀 북한당국의 긴장”을 한 원인으로 지적하며 “조중동 등 일부에서 주장하는 선제공격 여부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혀서 포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대현 위원장은 “국방부가 북의 의도적 도발로 몰아가는 것이 남측의 피해가 크다는 비난에 대한 면피용이 아니냐”고 질타한 뒤 북한의 일련의 태도로 보아 정치적 목적에 의한 도발로 의심할 만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정구 교수는 ‘남한의 선제공격-북한의 사격-남한의 포격’으로 이어진 99년 서해대전을 상기시키며 “99년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선제 공격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우발적 충돌일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한 “99년의 사태이후에 남한에서는 사과는커녕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북한이 어떻게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전수칙 수정에 대해 김승국 위원장은 “부시의 군사독트린이 핵사용을 포함한 선제공격으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 군대가 냉전체제 고취시켜 (부시 정부 군사전략의) 낚싯밥이 되는 바보 같은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한탄하며 “NLL에서는 DMZ를 능가하는 전쟁억제력이 발휘되어야하며 전쟁억제력은 곧 수비지향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교전수칙의 공격적 방향으로의 수정이 근본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에 뜻을 같이하고 교전수칙을 바꾸는 것보다 근본적인 긴장완화를 위한 제도화에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NLL에 대한 기본인식 부족이 사태해결 어렵게 만들어

‘긴장완화의 제도화’에 선행되어 남한내의 강경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토론자들은 남북주장이 엇갈리는 상태에서 일방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남북대립을 불러올 뿐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토론자들은 NLL이 북한과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선포된 점, 96년 이양호 국방장관이 북한의 NLL 침범의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발언했던 점 등을 들며 서해가 분쟁수역임을 인정하고 평화적 관리방안 모색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이와 관련하여 강정구 교수는 “NLL에는 (서해 5도 이외에도) 많은 섬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중 다수가 북한의 땅”이라며 “휴전협정, 국제해양법 등을 고려해 볼 때 NLL이라는 것은 남쪽이 북쪽 마당에 들어가 무단점거하고 있는 꼴인데 언론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힘있다고 우리가 하와이를 점령하면 그게 우리 땅이냐”며 사태해결을 위한 올바른 상황인식을 호소했다.

토론자들은 ‘긴장완화의 제도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대현 위원장은 공동경비구역 지정(NLL의 JSA화)을, 김승국 위원장은 사용료 지급(NLL의 금강산 관광화)을 제안했다.

특히 강정구 교수는 “NLL에서 서해 5도까지를 평화해역으로 선언하고 군함은 통과만 가능하고 상주는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 통일조국의 물적 토대를 이룩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시민사회단체가 미국의 성급한 개입의욕 차단을 위한 제3의 세력으로 나서야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퍼주기론’ 등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을 실체와 거리가 먼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경계하며 이러한 국내정치용 정쟁은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론자들은 또한 북한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부시 정부의 눈치만 살펴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도출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토론자들은 우리 민족의 평화공존의 의지가 결연할 때 북미대화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제안했다.

참여사회연구소 주종환 이사장은 “호전적 정권인 부시정권은 한국내외의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햇볕정책과 교류협력은 전략적 차원에서 서로 다른 것이지만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점을 부각시켜 남북한 평화공존과 6·15선언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노력함으로써 북미대화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김승국 위원장은 조중동, 한나라당의 감정적, 무책임한 반응을 예로 들며 우리 사회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준비없는 점을 우려하였다. 김 위원장은 “국내의 강경대응 여론과 미국의 성급한 개입의욕을 차단하기 위해 제3의 세력이 필요”하고, “시민사회단체가 단결된 힘으로 가열된 분위기에 냉각수 역할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대현 통일연대 정책위원장
정대현 위원장은 “2003년 한반도위기설에 대해 특단의 조치 필요한 시점인 만큼 북측이 전향적으로 남북회담 재개에 노력해서 미국의 강경정책이 국내에서 지지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합리적 조사, 공동해결을 위한 군당국자 회담 등 장관급 회담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정 위원장은 “이를 위해 최소한 남측에서 전쟁선동의 극단적 분위기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토론을 마치며 앞으로 세분된 주제를 가지고 계속적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이 끝난 뒤 일부 참석자들은 토론자의 성향이 편중되어 있지 않았냐고 우려하며 이어지는 토론의 자리에는 강경대응의 목소리를 대변할 토론자도 참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계속되는 토론에서는 상호간 평행선을 긋고 있는 각 여론그룹이 의견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향 사이버참여연대 자원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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