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0-11-30   2383

[연평도교전] 대북정책 실패 반성없이 군사비 퍼부어 북한 도발 막겠다고?(인터뷰)

군사적 과잉행동, 평화없는 무장갈등 악순환 불러올 것


북한의 국지도발 막으려면 군사적 해법이 아닌 남북간 신뢰회복과 위기관리가 절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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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 (자료사진)

ⓒ 유성호



“이명박 정부의 네오콘적 접근으로 한국의 외교는 사라졌다. 패싸움만 남았다. 중국이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지만 서해상 한미연합훈련은 결국 한중 관계마저 꼬이게 만들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우려를 쏟아냈다. 이 처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는 오늘과 같은 군사위기는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대북 퍼주기와 평화를 구걸한 결과로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 키운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분명히 알게 됐다”면서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도 이제는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원인의 하나로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을 예로 든 것이다.

하지만 이 처장은 “이명박 정부 3년간 스스로 자초한 군사위기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이 전 정권의 햇볕정책만 탓한다면 그 자체로 너무나 면구스러운 일 아니냐”면서 “최소한 민주정부(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은 우리 영토와 민간인에게 북한의 폭탄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는데 뭐로 평화와 안보를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또 “실제 강남 여론만 해도 ‘돈 좀 줘서 해결하지 왜 이 난리를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많다고 들었다. 대통령이 보수 세력이 현 정권에 보내고 있는 일반적 메시지도 읽지 못하는, 상식에도 못 미치는 연설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실패한 한반도 전략에 대한 핑계만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호 처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엔 당면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할 핫라인이 없다”며 “교전 수칙도 점점 비대칭적 수준으로 바뀌고 있어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기는 심화되는데 이 문제를 풀 대안은 딱히 없어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포 대 포’, ‘전투기 대 전투기’, ‘미사일 대 미사일’의 대칭적 군사관계가 ‘포 대 전투기’, ‘전투기 대 미사일’ 식으로 점점 더 비대칭적 관계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할 최소한의 공통지침이나 신뢰기반마저 깨진 상태라는 점이 더 위협적인 상황이라는 게다.

“차라리 돈 좀 줘서 해결하지? 보수적 메시지도 귀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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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무엇보다 이 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굴욕적 평화’라고 말했지만 이는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굴욕적 안정화론’과 같은 맥락”이라며 “작계5029 등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압도적 무력을 가지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고자 했던 것은 그 연원을 따져보면 남한이 더 심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처장이 지적한 것은 2009년 11월 10일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인 대청도 동쪽 약 9km 지점에서 발생한 전투를 지칭한다. 일명 대청해전이라 불리는 제3차 연평해전이다. 이때 북한은 함선이 반파돼 다른 함선에 예인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북상했고 한국군 역시 함선의 외부격벽이 파손됐다.

이 처장은 “당시 북한군이 NLL 이남으로 넘어왔다가 남한군이 대응해 북한이 먼저 총을 쐈다는 것으로 기억하겠지만 내밀한 정보는 잘 모르실 것”이라며 “당시 북한군이 쏜 함포는 50발이었고 남한군이 쏜 건 3000발 이상이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함포가 NLL 이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남한 함포가 계속 쫓아가면서 함포를 발사했다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명백한 북한의 잘못이지만, 지난해 발생한 대청해전은 남한의 과잉대응이라는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해상 군사적 압력은 쓸데없는 ‘과잉대응’을 부른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잉대응을 하면, 남한도 과잉대응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군사행동은 점점 상호 간 상승작용을 일으켜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위기를 심화한다는 지적이다. 군사적 과잉대응은 눈덩이처럼 커져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천안함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국지도발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북한이 남한과 팽팽하게 맞설 군사력이 안 되기 때문에 특정분야에서 기습적으로 한정된 무기체계를 활용한 방법으로 비대칭적 우위를 점할 위협을 가하게 되고, 남쪽은 이에 대비해 전력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처장은 “문제는 아무리 많은 군사비를 쓴다 한들 북한의 기습적인 국지도발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전폭적인 신뢰회복과 위기관리를 통해서만 국지도발의 가능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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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중앙보훈회관 앞에서 열린 ‘전쟁도발 북한만행’ 규탄대회에서 보수단체들이 김정일 부자의 ‘화형식’을 진행하고 있다. ⓒ 홍현진

특히 이 처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훈련 내용에 대해 비판했다. 이 처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가 함께 해온 훈련은 ‘북한 대량살상무기 해체’와 ‘북한 상륙훈련’이었다”며 “유사시 북한에 들어가 북한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훈련을 펼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전략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접근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이 처장은 “우리도 북한의 군사행동을 강력히 규탄”하지만, “북한을 규탄하는 것과 남한이 공격적으로 군사전략을 구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구별했다.

지금까지 이어진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훈련이 아니었고, ‘북한 안정화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도 지나치게 군사주의적 대응을 하고 있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군사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남북관계와 외교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태도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군사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처장은 보수세력과 이명박 정부가 진보진영의 안보무능론을 제기했지만 정작 그들도 안보에 무능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평화는 어떻게 도래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한반도 평화는 누가 압도적 힘을 가진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외교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 역시 한국판 네오콘 외교를 펴고 있다”라며 “네오콘적 접근을 한 결과 한국의 외교는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처장은 “‘굴욕적 평화’에 반대한다면서 북한을 압도하기 위한 공격적 군사력을 형성하면, 다른 쪽은 고스란이 앉아서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굴종은 없다면서 보다 비대칭적이고 기습적인 대응을 준비할 것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안보딜레마가 형성될 것”이라며 “결국, 평화 없는 무장갈등의 악순환이 지속되므로 양자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처장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군사적 해법으로는 악순환만 낳는다라고 말했어야 옳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남측만 고려한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굴욕적 평화’는 남도 북도 원치 않는 것인데,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 양측의 군사적 수단을 늘리게 되고, 한반도 주민은 계속 걱정 속에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결과를 부른다는 우려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2010.1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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