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2-05-23   3548

[성명] 자승자박의 덫이 된 5.24조치, 이제는 해제해야 할 때다

– 국내외 동의기반 없는 정략적 과잉조치, 인도적 지원까지 차단
– 경협참여 기업 고통 가중, 남북 관계 악순환 부르는 걸림돌로 전락
– 5.24조치 근거가 된 천안함 폭침설, 19대 국회가 투명하게 검증해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단정하고 5.24 대북봉쇄조치를 취한 지 만 2년이 되었다. 그 결과 수년간 쌓아온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남북 간 원색적인 상호 비방이 오가는 가운데 한반도 주민은 갈등과 일촉즉발의 전운과 불안에 휩싸여 살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명박 정부가 5.24대북제재조치를 폐기하고 남북대화를 재개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즉각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시작으로 전향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5.24조치가 남북관계 경색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지만, 정작 5.24조치의 근거가 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진상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오히려 조사과정 내내 정부와 군의 말바꾸기가 계속되면서 정부 발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상실됐다. 무엇보다 천안함이 어뢰폭발에 의해 침몰되었는지 여부가 과학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뢰부품과 천안함 본체에서 폭발재(산화알루미늄)가 발견되었다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해, 해당 물질이 폭발재가 아닌 침전물(황산염알루미늄수화물)에 불과하며 최종보고서 어디에도 폭발 흔적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다는 과학적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뢰발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정부, 그리고 미국 조야의 일각에서도 천안함 폭침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하여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체를 명확히 지목하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합리적 문제제기를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5.24 조치는 정략적인 의도에서 성급하게 추진되어 그 정당성과 합의기반에 중대한 흠결을 지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침몰한 지 두 달이 채 안된 상태에서, 심지어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어뢰부품이 발견된 지 5일만인 5월 21일, 지방선거운동 개시일에 합조단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지방선거가 한창인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자극적인 방법으로 경제봉쇄는 물론 군사적 조치까지 포함한 5·24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발표와 5.24조치 발표가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계기를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에 의해 무리하고 자극적인 내용과 방식으로 강행된 것이다.

 

5.24조치로 인한 대북제재 효과는 미지수인 반면, 도리어 남북한 경제교류에 종사해온 한국 기업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2011년 9월에 발간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남북경협 실태조사단의 백서에 따르면 5.24조치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직접손실액이 약 45억 달러에 달하며, 2011년 3월 경협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한 남북경협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1,017개 업체 중 400여개 업체가 이미 연락이 되지 않거나 폐업한 상태이다. 5.24조치로 인한 북측의 피해는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5.24조치로 인한 남측의 피해는 5.24조치의 부수적 피해라 하기엔 지나치게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와 이들 업체들의 피해를 해결할 어떠한 뚜렷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5.24 조치만을 고수하고 있다.

 

5.24조치는 남북 경제협력 단절만이 아니라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남북관계의 부침에 큰 상관없이 지속되었던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마저 중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5.24조치를 통해 모든 남북 교역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하고 대북지원 사업을 원칙적으로 보류시켰다. 그 후 시민사회의 강력한 문제제기에 직면하여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을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식량, 아동급식용 원자재, 보건의료 기자재 등 대북지원은 가로막혀 있고, 남북사회문화교류도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명작 정부는 2년간 포괄적인 제재조치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요구한다. 이제 정부가 먼저 나서서 5.24조치를 해제함으로써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차원의 사회문화교류는 어떤 전제조건 없이 즉각 허용해야 한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더불어 집권 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언급하거나 검토하지 않았던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북한을 만나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놓자고 제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천안함 문제로 꽉 막혀버린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우고 남북관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자 했던 것 아니었는가?

 

국회에 요구한다. 19대 국회에게 제시된 주된 사명의 하나가 남북관계 회복이다. 한반도의 위기관리와 민생복지가 별개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정부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국회가 앞장서서 먼저, 5.24 대북제재조치 해제 및 남북관계 복원을 19대 국회의 이름으로 결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5.24조치의 근거가 된 천안함 침몰에 대한 검증작업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의문점과 정황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5.24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회의 천안함 진상조사 검증작업은 폭침설을 믿는 이들이든 믿지 않는 이들이든 모두에게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국회는 초당파적 국회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