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1-02-22   1555

[시국회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3년에 대한 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 평가문

이명박 정부가 출범 4년을 맞이한다. 지난 3년간 서민경제는 힘겨웠고, 양극화는 심화되어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현안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러낸 독선과 아집, 개각 때마다 드러난 사회 특권층의 불공정과 탐욕에 국민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갔다. 국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의 자유도 심대하게 침해당했다. 국가폭력과 검열이 횡행하여 사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생겨났다.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했고 국제사회도 인정했던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준이 현격하게 후퇴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평가하고자 하는 남북관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한의 붕괴를 공공연히 의도하는 대북정책이 남북 사이의 대립과 군사적 충돌 위기를 가중시켰다.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와 국민을 무시하는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일말의 기대조차 접고 있다.
 
 
1. 대북정책 총괄 평가

이명박 정부 3년의 대북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하였다. 우선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지 못했다. 군사적 대치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비핵화도 후퇴하였다.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 대신 선핵폐기만을 앞세웠고, 결과적으로는 북의 핵능력만 강화되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아예 실종되었다.

 
남북경제협력도 현저히 축소되어 개성공단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끊어진지 오래다. 인도적 지원도 봉쇄되었다. 민간의 사회문화교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정부는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의 급변사태를 공론화하고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를 의도하는 정책 집행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과 정책은 남북관계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뜻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2. 분야별 평가


1) 진정성 없는 대북정책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동안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끊일 날이 없다. 결국 지난해에는 정전 이래 최악의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하였다. 뒷걸음질을 계속해 온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기로 치닫게 되면서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충격과 불안감은 매우 컸다.

지난해 초입은 남북관계에서 신뢰 회복의 기회였다. 국민들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의 기대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그 시기에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2,3년 내 북 정권 붕괴’를 거론했고, ‘북 급변사태 시 군사적 개입’을 노출시켰다. 진정성의 상실이다.  

지금 한반도는 남과 북의 군사 대비 태세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남북 상호간에 그 어떤 자극적인 군사행동도 또 다른 긴장만 불러올 뿐,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는 법이다. 

 

2) ‘선핵폐기론’ 집착과 6자회담 방기, 실종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이명박 정부의 비핵화 전략은 실현가능성 없는 공허한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비핵개방 3000’, ‘그랜드 바겐’은 모두 ‘선핵폐기론’에 입각해 있다. 북을 견인할 수단이 없으니 현실성이 없다. 북의 핵포기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북에게 핵능력 강화의 시간을 주었고, 그만큼 핵폐기의 장벽도 높아졌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핵갈등 역사상 가장 무능력하면서 위기를 촉발시킨 정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은 데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선핵폐기론 속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위험시되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북을 제재하고 압박하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에 갇혀 북과의 ‘대화’를 경원시했다. 이러한 태도가 6자회담 재개를 방해하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북의 핵폐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미관계 정상화와 에너지 및 경제보상,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 9.19공동성명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갔어야 했다.  

3) 벼랑 끝에 선 남북경협, 막혀버린 한반도 경제공동체 비전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남북경협은 계속 축소되어 왔다. 남북교역의 감소지표는 전년 대비로 2008년에 15.4%, 2009년 27.0%, 2010년 36.6%이다. 특히 5.24 대북 봉쇄조치가 취해진 지난해에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액이 4억 7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199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남북경협의 축소는 북중경협으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지난해 북중 교역은 33억 달러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남북경협의 대폭 축소는 명백히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남북이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여 대륙을 향해 가는 꿈은 요원해지고 말았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년간 쌓아 온 남북경협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핵과 연계된 경제협력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는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환경 조성’이라는 원칙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정책이었다. 남북경협이 만들어 낸 이익에는 눈을 닫고, ‘퍼주기’라는 이념에만 집착해 온 결과이다.  

4) 모든 창구가 막혀 버린 사회문화교류


남북 사회문화교류는 평가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약화되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3년간 사회문화 분야의 회담은 단 1건에 불과하였다. 민간 차원의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사업도 2008년 3건, 2009년 0건, 2010년 1건이었다. 19건을 기록했던 2007년과 비교해 볼 때 감소폭이 선명하다. 그 결과 남북 민간 접촉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화와 교류는 언제나, 다양하게 열려있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접촉만이 통일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민간 교류가 갖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통일준비를 말하면서, 통일로 가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을 봉쇄하고 있다. 

5) 인도적 지원 봉쇄, ‘정치적 압박수단’인 인권 논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지난 해 대북 쌀 지원을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시 북에 닥친 수해 복구와 식량난 해소를 위해 각계에서 대북 쌀 지원 요구가 있었다. 남쪽의 남아도는 쌀을 북으로 보내 남쪽 농민과 북쪽 주민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는 의논이었다. 정부는 계속 반대했으며,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이를 허용했을 때조차도 정부 차원의 지원은 끝끝내 하지 않았다. 

 정부 법규에 ‘인도적 대북지원 처리에 대한 규정’이 있다. 여기서 인도적 지원의 범주는 이재민의 구호와 피해복구,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개발 지원, 보건위생 상태의 개선 및 영양결핍 아동과 노약자 지원, 자연재해 예방차원에서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노력 등 매우 포괄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인정하는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에게 직접 전달되는 ‘직접성’, 당장 지원이 필요로 되는 ‘시급성’만이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자의성은 지난해 영유아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방북조차 불허하고 만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북한 인권 논의는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지나치게 인색한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고 나서고 있으니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북방송 지원, 전단 살포 등 체제를 자극하는 일로 인해 서로의 긴장만 높인다면 이는 인도주의에 배치될 따름이다.  

 
인도주의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는 이산가족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이산가족 수시 상봉을 위한 면회소가 완공되었으나, 상봉 행사는 2009년, 2010년 각 한차례씩만 진행되었다. 우리는 상봉 행사 전후의 곳곳에 묻어 나온 정부의 무성의를 아직도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하였다. 정부는 대북 압박정책의 효과가 조만간 날 테니 좀 더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오히려 정부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실질적 수단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 이속에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 위험해져 간다. 국민은 불안하다. 정부 정책이 담지하고 있는 이러한 불안정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 정부의 대북 정책 조정은 위험 관리 수준에서 취급될 수밖에 없다. 

 

2011년 2월 2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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