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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_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2016. 12. 13.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참여연대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폭력을 내면화하는 군대, 이에 저항하는 유일한 비폭력 수단
“나는 병역을 거부합니다”

일시·장소 : 12월 13일(화)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와 참여연대, 전쟁없는세상은 12월 13일(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16년 12월 5일 입영 통지를 받은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입대 대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택했다. 참여연대 현직 활동가로서는 최초의 병역거부 선언이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 병역거부자 전원 즉각 석방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참여연대는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를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홍정훈 활동가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다시 학습된 폭력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압도한다”고 말하며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군대에 저항하는 유일한 비폭력 수단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 제도는 잘못되었고,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선택이 ‘양심적’인 병역거부로 지칭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비상식적인 국가에서 ‘상식적’인 국민의 길을 택한 것일 뿐입니다.”라는 말로 소견 발표를 마무리했다.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의 92% 이상이 한국에 있고, 해방 이래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이 병역을 거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소 399명의 병역거부자가 차가운 감옥에 있다.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대체복무제 도입과 더불어 모든 병역거부자를 즉각 석방하라는 유례없이 강력한 권고를 내렸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홍정훈 병역거부자와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군대가 아니면 감옥을 선택해야 하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 소견 발표와 더불어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조은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병역거부자,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병역거부자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자들은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를 적극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더불어 기자회견에는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정훈 병역거부 소견서>

 

 폭력을 내면화하는 군대, 이에 저항하는 유일한 비폭력 수단
 “나는 병역을 거부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남성 국민에게 요구하는 병역의 의무를 거부합니다.

 

저는 국가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활동가입니다. 국가 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감시하고,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길을 만들어가는 공익적인 목표 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는 국민을 아이로 머물게 합니다

 

우리 사회는 병역의 의무를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군 복무 시기에 대한 적절한 기준까지 제시합니다. 친구들은 보통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입대했습니다. 미래를 생각해서 군대를 일찍 다녀와야 한다고 지인들은 조언했습니다. 또래의 대부분이 미래를 위해 국가의 요구에 말없이 각자의 청춘을 희생했을 때, 저는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를 되짚어보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고 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아가는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얼마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적절하게 표현할 능력을 얼만큼 갖추고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국가의 요구는 그 자체로 정당하다’라는 생각을 국가의 교육 체계가 끝없이 주입시킨 탓에, 어쩌면 국가에 속한 개인은 그 능력 자체를 길러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군대는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됐지만, 음악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을 찾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가장 창의적인 이들의 향연이 이루어져야 할 집단은 반대로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에 물든 군대와도 같았습니다.

 

완장을 찬 헌병인양 스스로에게 권위를 부여하며 군림하고자 한 선배는 새벽 시간에 후배를 좁은 공간에 ‘집합’시키고, 기물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후배의 지위를 표시하는 군복과도 같은 옷을 강제로 입혀서 군복을 입지 않은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관등성명할 의무를 요구했습니다. 욕설을 퍼붓고, 군대식 얼차려를 시키고, 부당한 명목으로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생의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돈을 걷는 일도 있었습니다. 

 

“군대는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 따위의 말로 자기 자신을 자신을 합리화하는 선배, 그 선배와 똑같은 이유로 부당한 요구에 응하는 후배가 이루는 집단에 속했다는 사실 자체가 치욕스러웠습니다. 그 누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감히 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권위를 휘두르는 자들이 내세우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 두려워 그 요구에 순응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교수진이 이를 묵인하고 통제된 상태가 유지되기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대학 안에서 그렇게 훈련받은 이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역시나 군대식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괴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괴물로 길러지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엇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깊이 고민해봤습니다. 다만 그들이 자란 곳은 군대였고, 그들 역시 군대라는 공간에서 쌓인 분노를 풀지 못해, 학교라는 엉뚱한 공간에서 그 분노를 대물림했으며, 학교에서 터득한 생존 방법이 사회까지 연장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군대의 모습, 이에 저항하는 유일한 비폭력 수단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너무 늦게 찾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활동가의 길을 택했더라면, 훨씬 더 일찍 병역의 의무를 거부했을 것입니다. 제가 감히 시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가 여태까지의 삶을 통해 쌓아온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폭력은 그 목적을 불문하고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는 명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불과 수십 미터 거리에서 경찰의 물대포가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되는 장면을 목격했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차벽 앞에 좌절했습니다. 평화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좌초된 배에 갇힌 아이들을 구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국가가 가한 폭력은 국가에 의해 다시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국가 폭력에 대항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은 오히려 국가로부터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더럽혀졌습니다. 

 

군복무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은 국가라는 거대한 폭력의 굴레를 지탱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군대라는 공간에서 다시 학습된 폭력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압도합니다.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군대에 저항하는 유일한 비폭력 수단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군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복무제를 대폭 확대해 대체복무제를 완전 도입하는 길을 열어야만 군대가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체복무제는 지금의 병역 체계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 결코 아니며, 지금의 사회복무제를 일반 직업군에도 확장하는 것입니다.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의 병역 제도는 잘못됐습니다. 저는 대학을 자퇴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할 기회를 잃었고, 이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평화적인 신념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각자가 공익적인 가치와 수단을 지키고자 하는 일에 종사한다면 그 자체로 국가의 안보에 기여하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저는 군대와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지닌 개성과 신념이 존중받을 수 있는 배려가 깃든 사회를 원하는 것입니다.

 

저에겐 오로지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고 재판에 임해야 하는 길만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걸고 국가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잘못된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만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있고,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디 제 작은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만 제 선택이 ‘양심적’인 병역 거부로 지칭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비상식적인 국가에서 ‘상식적’인 국민의 길을 택한 것일 뿐입니다.

 

* 더 많은 사진 보기 >> https://flic.kr/s/aHskMYm9Et

 

20161213_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20161213_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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