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사 월급 200만원, 재원 마련보다 걱정되는 일

병사 월급 200만원, 재원 마련보다 걱정되는 일

윤석열 정부 병역 제도 전체 그림 알 수 없어… 종합적인 대책 필요한 시점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윤석열 당선인의 한줄 공약 ‘병사 월급 200만 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당선인의 공약 실현 의지가 크다’며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역 후 목돈 지급인지, 월급 형태의 지급인지 방법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다음주 발표될 국정과제로 확정된다면 현재 병장 기준 약 67만 원인 월급은 어떻게든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모두 병사 월급 최저임금 보장을 공약했던 것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대체 불가능한 젊은 날의 시간’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은 당연

윤석열 후보 군부대 방문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손식 육군 3사단장(오른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무엇보다 지금이라도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더이상 턱없이 낮은 임금과 징병제 시행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군 복무기간을 유지하며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 대체 불가능한 젊은 날의 시간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은 어디서 나오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윤석열 당선인 측의 추계에 따르면 이 공약을 실현하는 데 매년 5.1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병 인건비 예산으로 2022년 기준 약 2.3조 원이 책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병 인건비 총액은 7조 원이 넘게 된다. 외교부와 통일부의 올해 예산이 합쳐서 6조 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정책이고 맞는 방향이라면,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재원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 방위력 개선비 중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첨단 무기 도입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방법이다. 

‘초임 간부 월급도 200만 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현재 수당을 제외한 하사 1호봉의 봉급이 월 167만 원, 소위 1호봉의 봉급이 월 172만 원이다. 그러나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하사 계급 전체 평균 연봉은 3312만 원, 월 276만 원(2020년 기준)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병보다 초임 부사관이나 장교의 실수령액이 낮은 형태로 제도가 설계될 가능성은 낮다. 병 월급 인상과 연동하여 역할과 계급에 맞게 급여가 책정될 수 있도록 군 임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간부 월급 인상안도 검토하면 될 일이다. 

50만 명의 병력은 그대로?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병사 월급을 인상하겠다는 것 외에 차기 정부 병역 제도의 전체적인 그림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윤 후보의 공약집에서도 ‘무인·로봇 전투체계 도입으로 현역병 소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향 외에 구체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30만 명의 징집병을 포함한 50만 명의 병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병사 월급만 올릴 것인가? 모든 군인에게 최소 월 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50만 명 병력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월급 인상만이 유일한 해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뿐만 아니라 상비 병력 감축과 병 복무기간 단축, 부대 구조 개편을 포함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앞으로 50만 명의 대군과 18개월의 징집병 복무기간은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직시하고, 장기적인 병역 제도 개편안을 구상해야 한다.

한국군 ‘적정 병력’ 현실적으로 추산해야

한국군이 50만 명이라는 대규모 병력과 사단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사 시 북한 안정화 작전’ 때문이다. 유사 시 북한 지역을 ‘점령’한다는 것으로, 국제법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또한 더이상 군사력은 병력으로만 결정되지 않으며,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 국방비 지출은 이미 북한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절벽이 당면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적정 병력’은 현실적인 위협 분석과 실현 가능한 군사 전략을 바탕으로 추산되어야 한다.

징병제 국가의 인구 대비 병력 규모,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된 병력 감축안을 고려한다면 상비 병력은 30만 명 수준으로 얼마든지 줄여나갈 수 있다. 이에 맞추어 방어 중심으로 군사 전략을 전환하고, 군 구조를 축소 개편하고, 과도한 장교와 장성 숫자를 줄이고,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 역시 국방 개혁의 중요한 과제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병력 감축을 비롯한 보다 종합적인 대책 속에 추진되어야 할 일이다. 인수위와 새 정부가 병역 제도 개편 방안도 함께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병역 제도 시민사회안

▲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하는 병역 제도 개편 방향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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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본 병역 제도 개편 방향 시민사회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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