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윤병세 후보자, 전 정권 판박이 정책, 실패도 답습할까 우려

[인사청문회 후기] 

윤병세 후보자, 전 정권 판박이 정책, 실패도 답습할까 우려

 

기존의 외교안보정책과 크게 차이없어, 실패도 답습할까 우려

지난주 2/28(목)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외교통상부 장관 직위를 수행할 적임자인지 판단하기 위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2월 이뤄진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문제를 비롯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내용과 전략, 4강 외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통상분과의 산업자원부 이관 등 여러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윤병세 후보자는 전 정부가 취해온 정책방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대답으로 일관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것은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다뤄진 의제와 윤병세 후보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북핵문제 대응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던 만큼 북한에 대한 제재, 특히 군사적인 제재까지도 가능한 지에 대한 질의가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윤 후보자는 해당 질의에 대해 유엔 안보리 국가 모두 군사적 제재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논의될 확률은 적다고 답했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점을 들어 윤 후보자는 북한 핵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대북 특사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보다는 국제공조를 통한 제재가 더 중시된다고 말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에 6자회담을 폐기하기보다는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6자회담이 아니더라도 다각적인 협상자리로 한·미·중 간 전략대화, 정부와 민간을 포함하는 1.5트랙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장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핵과 관련해 미국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입장을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 윤 후보자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핵 군축협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한미 양국간에 공유하고 있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최대한의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는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순환 논의가 필요한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윤 후보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필요하다면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대북제재를 취할 수 있지만 강경일변도가 아닌 대화의 창은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대화와 제재를 적절히 혼용해 필요에 따라 억지력과 협상력을 모두 발휘하겠다는 투 트랙(Two Track)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도 할 수 있고 제재도 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의 신뢰프로세스란 결국 전 정부의 비핵개방3000에서 전제를 ‘신뢰만 쌓이면’으로 조금 바꾼 모양새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전략이 없다는 추궁에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정치 상황과는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상호 호혜적인 사업은 조건 없이 진행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뢰프로세스가 강력한 억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지금은 북한에 북핵 불용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남북 긴장관계의 물꼬를 트고 상황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국의 핵정책

반면 윤 후보자는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한국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모범적인 당사국으로 핵무장에 대해서는 그 동안 비핵화 입장을 천명해 왔으며, 전술핵 재배치가 우리 안보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고려할 때 정부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물질의 재처리와 농축을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윤 후보자는 미국이 비확산 정책에 비추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한국이 세계 5대 원전국가로 올라간 지위를 반영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가 협정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핵 재처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핵확산을 우려한 미국은 이를 상용화, 보편화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순수한 플루토늄만을 축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확산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미양국은 공동연구를 통해 이를 추후 판단하기로 한 상태이다. 

 

여기서 한국 정부는 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원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원하는 것인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습득은 곧 핵무기 원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 축출을 용이하게 한다. 한국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부인해왔지만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또다시 핵무장 주장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습득하려는 한국의 의도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가 쌓여만 가는데 저장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를 재처리·재사용함으로써 저장공간도 줄이고 우라늄 원료구입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재처리했을 경우 방사성 물질 세기와 농도가 더욱 높아져서 오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폐쇄해가는 게 바람직하다. 

 

도덕성 논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이날 인사청문회 직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윤 후보자가 30년 동안 외교부에서 근무해 전문성뿐만 아니라 경험과 능력을 갖췄다며 `적격 의견`을 제시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윤 후보 역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도덕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의혹, 딸의 ‘가계곤란 장학금’ 수령 묵인,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미납 등의 지적사항들은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질의가 이루어졌으나 기존의 정부입장을 대변하는 식의 윤 후보자의 대답은 후보자의 소신과 철학을 충분히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이 한반도 안보상황에 까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동북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정책과 비전에 대한 질의가 부재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만큼 외교부의 수장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주변국과의 대외협력 관계를 개선해 한반도·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작성 평화군축센터 이미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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