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3-10-24   4623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⑰] 월북 시도 시민에 대한 총격 사살, 정당한가?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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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시도 시민에 대한 총격 사살, 정당한가?

불확실한 안보의 이익이 생명보다 우월한가?

 

성상희 변호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9월 16일 오전 임진강에 뛰어들어 북한지역으로 향하던 한 대한민국 국민이 군 초병들의 집중사격에 의하여 사살되었다. 이 사건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언론에 속보로 보도가 되었으나 곧 시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 이후 군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조사하고 처리하였는지에 대한 보도도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월북자의 사살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 네티즌들의 논쟁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초병의 입장에서는 사살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분히 당시 정황을 돌아보면서 한국사회의 인권감수성과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라는 한반도 상황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남북 접경지역의 철책선

▲ 남북 접경지역의 철책선 ⓒ김하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6일 오후 2시 23분쯤 경기도 파주시 서북방 최전방 지역에서 임진강을 통해 월북을 시도하던 남성 1명을 군 초병들이 집중사격을 하여 사살하였다. 숨진 남성은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철책 지역에서 배회하다가 갑자기 임진강으로 뛰어들었으며, 남쪽으로 돌아오라는 우리 군 초병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북쪽을 향하여 헤엄쳐 갔다. 이에 당해 초병이 사격을 하였고, 인근 소초에 근무 중이던 초병 30여 명이 중대장의 지휘로 사격에 가담했으며 소총으로 수백 발을 발사하였다. 피살 남성은 남씨 성을 가진 여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실탄 두 발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남 씨는 일본정부에 난민으로서 망명을 신청하였으나 거부되고 이후 일본에서 추방을 당했다고 한다.

 

이 사안은 국내법, 그리고 국제관계를 규율하는 국제법과 관련되어 있으며, 남북한의 관계라고 하는 한반도의 특수한 국제정치적, 민족적 상황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일단 적법한 행위인가, 그다음에는 적절한, 혹은 피할 수 없는 행위였는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사람이 죽은 사안으로서 법률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우선 법의 기준으로 사안 분석을 출발해 본다.

 

피살자는 대한민국 국적의 시민이며 민간인으로서, 전투원이 아니고 당시 정황이 전투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일단 전쟁에서 살상행위를 규율하는 전쟁법이나 국제인도법의 적용을 먼저 받을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있을 때 이를 규율하는 국내법, 즉 형법을 적용한다면 이 경우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사안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250조의 살인죄에 해당된다. 이를 형법학 이론에서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전 상태의 남북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그 분계선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였고, 군의 지휘체계와 야전규범에 따른 행위였다고 한다면 과연 살인죄가 성립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속에서 규칙과 명령에 따른 행위로서 형법학 이론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법성의 배제 여부는 우선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초병이 소초상황실에서 남 모 씨를 발견했을 때 이 사람이 영농인인지, 군 작업인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강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담당 중대장이 출동”했으며, “남 모 씨가 경고에 불응하고 계속 도강을 시도하자 초소의 개인화기로 사격을 실시했다”고 한다. 정황을 종합해 보면, 피살자가 이미 도강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휘관이 출동하여 취한 조치가 일제사격이었고, 그 사격으로 그는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무장 민간인이 남한의 경계를 넘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해 요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월경을 저지하기 위하여 살해의 방법을 취한 것은 휴전선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위법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책임의 영역에서는 마지막으로 책임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가라는 또 하나의 심사관문이 남아 있다. 군사분계선을 두고 대치한 남북의 긴장, 분계선 지역 근무자가 가지는 긴장감, 지휘관의 명령 등을 고려하였을 때 월경하여 북한 지역을 향해 가는 사람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살인죄의 책임을 져야 할 일인가라는 마지막 심사관문을 거치는 것이다. 이를 형법이론에서는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 책임이 배제된다고 표현한다. 적어도 해당 병사들에게는 이러한 측면에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러나 비무장 민간인이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였다면, 적어도 형사입건이 이루어지고 형사책임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법률적 문제와 더불어, 과연 그 경우에 사살을 하여 월북을 막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민간인이 월북을 하는 것을 사전에 제지하지 못하였다면 생명을 박탈하면서까지 월북을 막으려 하였던 것은 과도한 것이며, 불확실한 안보의 불이익을 내세워 절대권인 생명을 확실하게 해친 것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인권과 안보를 둘러싼 논쟁의 지점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였다. 우선 한반도에 정통성 있는 유일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이고 북한은 반국가단체이므로 북한지역으로 탈출하는 사람을 사살하는 것은, 자유를 찾아 탈북을 하는 북한주민을 북한 정권의 군대가 살해하는 것과는 다르며, 집중사격을 한 초병들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견해가 다수 표출되었다. 이 견해에 대해서 한 사람의 시민이 북한 지역에 넘어감으로써 대한민국의 안보에 어떠한 위해가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체제가 과연 무엇을 위하여 지켜질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군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월북을 강행한 것으로 보아 간첩일 가능성이 많았으므로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근무하는 초병으로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하였다는 견해도 보인다. 그러나 군사요원이라는 것이 확실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민간인 복장의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전시 하에서도 위법한 행위로서 살인죄로 처벌받는 행위이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월북(탈남)을 시도하는 자국민을 사살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을 살해 혹은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인도적인 행위라는 견해가 있다. 기본적으로 옳은 의견이다. 어느 국가권력이든지 자국의 국민으로서 삶을 비관하여 타국으로 이주하려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그러나 자국을 탈출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체포 등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법한가라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들을 살해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확립한 보편적 인권기준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것에 이론이 없다. 이 사건 피살자는 일본에 난민신청을 한 전력으로 보아,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한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대한민국을 탈출하고 싶어 한 예비난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당시에 그는 무장을 하지 않았고, 군사정보와 관련된 스파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 훈련된 간첩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였겠는가.

 

당시 군사적 위험의 정황이 없었다고 전제한다면, 그를 사살한 것은 북한 정권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를 살해한 것이나, 동독 군인들이 장벽을 넘는 동베를린 시민을 살해한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집중사격의 근저에는 대한민국의 경계를 넘어 북한 지역으로 탈출하는 자를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를 사살한 것은 국가안보가 한 개인의 생명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전체주의식 사상에서 우리 군인들과 국민들조차도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이 제대로 된 문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군사분계선 지역은 북한의 압록강 국경이나 베를린 장벽과는 다른 특수성, 즉 적대세력 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의 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곳에 근무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그것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복무해야 하는 젊은 병사들에게 모든 것을 다 고려하여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즉 단순한 탈출자의 사살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 하에서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행위는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 지휘관은 이 경우에 냉철히 상황을 파악하고 국민의 생명보호와 최선의 방어태세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명절 직전의 이 사태는 우리 군대가 우리 시민을 죽인 비극적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싫어서 탈출하다가 잘 죽었다는 정도의 감정적 태도는 이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접근법이다. 평화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 군대가 요구됨을 인정하고, 그 군대의 젊은 병사들에게 소임을 다할 것을 요구함과 함께,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인권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에 대하여 외경심을 갖고 그것이 안전하게 지켜지도록 눈을 뜨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국가안보의 이익보다는 확실한 한 명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것,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결국은 동독이나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를 해체하고 자유와 평화가 숨쉬는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이미 정치적 통일을 20여 년 전에 이루어 낸 서독과 동독의 역사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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