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2-03-19   2516

[칼럼] 후쿠시마, 이후 1년: 핵안보가 아닌 핵 없는 세상을

 

핵 없는 세상

 

핵안보가 아닌 핵 없는 세상을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장

 

오는 3월 26~27일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2012 Seoul Nuclear Security Summit)가 열린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0년 처음 열린 회의로, 이번 회의에는 55개 국가 정상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가 안보 분야 최대 정상회의 개최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규모 면에서 G20의 두 배가 넘는 대규모 행사이다. 굳이 4월 총선 이전에 개최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역력하다.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핵테러 방지이다. 국제사회 최대 안보 위협이 핵테러라고 규정하고, 테러 집단에게 핵무기나 핵물질이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하자는 것이다. 핵을 테러로부터 지키기 위해 핵시설의 방호도 중요하다.

  핵테러 예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핵테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지구상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있으며 핵억지력이라는 이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핵위협을 느끼는 나라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애쓰고 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운 핵발전소의 확대는 핵물질의 막대한 축적으로 이어졌다. 지금 전 세계에 존재하는 2천 톤 이상의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만으로도 1945년 일본에 투하되었던 핵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를 12만 개 이상 만들어낼 수 있다.

진짜 인류를 위협하는 건,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실질적인 위협이다.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이다. 지금 대규모 정상회의를 통해 핵군축과 핵발전 중단이 아닌, 핵테러 방지를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난 2월 15일 제야당들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모토로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출범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 없는 세상’이며, 핵무기의 완전 철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핵테러 방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핵안보정상회의를 연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지난 2010년 러시아와 전략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맺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의 대폭 축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핵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유지할 것이며,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선언에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전략핵무기감축협정에는 실전 배치되지 않은 전략핵과 모든 전술핵무기가 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알려진 미국의 전략핵무기는 1790기에 달한다. 또한 미국은 핵무기금지협약 제정에 관한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비핵국가를 핵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안전보장협정 체결에 관한 결의안에도 반대하거나 기권해왔다.

 

지켜야 할 것은 핵이 아닌 인류의 안전!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핵군축을 요구하는 데 소극적이다. 한국의 경우 핵우산 강화 정책을 펼치는 한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핵재처리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고,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와 핵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면서 후쿠시마 핵사고를 한국 핵발전소 수출의 절호의 기회로 삼기까지 한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핵산업계회의가 “핵발전소의 테러 방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일 뿐”이라고 하지만, 정부 홍보책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과 원전사업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후쿠시마 핵사고는 핵테러나 외부 공격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핵무기나 핵물질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 역시 국제사회에 핵확산 방지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핵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고도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위험천만한 집착 때문이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상’을 말하면서 정작 폐기해야 할 ‘핵’의 안보를 논의하는 역설이다. 지켜야 할 것은 인류 공동체의 안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안보가 아니라,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감축하고 폐기하는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 집중행동기간 (3/19~3/27)

 

3/19          핵없는 아시아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3/19~24     반핵아시아포럼(NNAF) 
3/22          국제포럼 ‘핵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한 국제시민사회 이니셔티브 
3/23          핵산업계회의(Nuclear Industry Summit) 항의 집회
3/23~24     합천 비핵평화대회 피폭자 증언대회(주최 : 합천평화의 집)
3/25          핵안보정상회의 대항 집중 집회 ‘핵안보가 아닌 핵없는 세상을’
3/26~27     핵안보정상회의 항의 행동

 

 

* 위 글은 참여사회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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