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후기] 800만 청소년 전부 군인 만들 작정인가

고등학교 때 해병대 4박 5일 캠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대입 수능을 준비하기 전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오자는 담임선생님의 제안이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레펠 훈련, 같은 동작을 수백 번 반복하던 유격훈련, 1등만 쉴 수 있는‘선착순’까지. 돌이켜보니 신병훈련소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떠들었다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한겨울에 샤워를 중단시키고 알몸상태로 밖에서 벌을 세우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하면 공부할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와 같이 생각하는 학생들, 학부모들이 수두룩할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굳건한 안보태세를 강조하는 정부와 병영캠프에서‘불굴의 의지’를 기를 수 있을 것이라는 학생의 기대가 만나 유사 군대캠프는 현재 성행중이다. 그리고 저도 모르는 채 군대문화, 호전적 사고에 익숙해져 간다.  

기사를 정리하면서 깜짝 놀랐다. 병영캠프 및 안보교육에 관한 기사 26건 중 절반 이상(14건)이 특수아동이나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 전부 대상으로 한 교육까지 범위를 넓히면 초등학생 참가 교육은 검색 대상 중 무려 40%(11건)에 이른다. 교육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초등학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다. 병영체험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살상무기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친밀감을 가진다면, 호전적인 성향이 성인이 되어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이나 부대에서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실시한 병영체험교육 비율이 높은 것도 인상적이다. 평범하게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병영캠프 개최보다는 특수 아동 대상 교육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정부와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에 안보교육 강화 방침을 하달했다. 20, 30년 전에 유행한 군부대와 개별 학교의 자매결연을 통해 병영체험교육을 강화하거나 특별 활동 시간의 안보교육을 늘리기도 했다. 군복을 입은 고급장교들이 각 학교를 돌며 안보교육을 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 내용은 평화통일에 관한 숙고 없이 북한의 공격을 비난하고, 강력한 안보태세 확립만을 주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과거 ‘반공교육’에 버금가는 안보교육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북한에 대한 적개심만을 키워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각 기관과 군 당국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학생들에 대한 병영체험과 안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표면적 취지는 건전한 안보관 확립과 나약한 의지 배양 등이다. 하지만 강하고 건전한 정신력을 가지기 위해서 어린 학생들이 왜 사격술, 제식훈련, 화생방 훈련 등을 해야 하는 지 의문이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과연 우리 사회가 바라는 모습인지 묻고 싶다. 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 내용을 제외하고도 올바른 안보관을 확립하고,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양성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유사군사훈련 캠프나 편향적인 안보 교육은 지양돼야 한다.

<천안함 사태(2010.3.26) 이후 초·중·고등학생 병영·안보교육 보도 기사 분석>

□ 검색 기간: 2010.3.27 ~ 2010.12.31

□ 검색 조건: 주요 신문을 비롯한 지역 신문 기사 

□ 검색 대상: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병영체험·안보교육에 대한 기사 (개인적 병영체험 사설 캠프는 제외)  

□ 총 검색 기사: 총 30건 (동일 내용 기사들은 하나로 처리)

▷ 병영캠프 및 안보교육(26건)  
    ▸ 교육 대상에 따른 분류
    재외동포청소년 2건
    특수아동          6건
    고등학생          3건
    중등학생          4건
    초등학생          8건
    초중고 전부      3건    

    <안보교육 및 견학>
    땅굴, 전망대 방문
    화기 관람
    고급장교 순회강연
    전시관 관람부대
    군생활관 견학
 
▷ 교육청 및 정부 방침 소개 (4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