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1-05-04   3360

[2011 아프간모니터①] 빈 라덴의 죽음, 아프간은 더 안전해질까

연일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미군에 의해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워싱턴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듯 하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상은 더 안전하고 나은 곳이 됐다”며 “우리 조국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빈 라덴의 사망으로 과연 세세상이 더 안전해질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한 것을 ‘정의구현’으로 등치시킬 때 대테러전쟁으로 희생되고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세계 언론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지금도, 아프간에서는 누군가가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2010년에 많은 아프간 민간인들이 다치고 죽어갔던 것처럼.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는 10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아프간에서 여전히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아프가니스탄 권리 모니터(Afghanistan Rights monitor, ARM)의 2010년 보고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프가니스탄 권리 모니터(ARM)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길고, 비싸고, 치명적인 전쟁“

아프가니스탄권리모니터(Afghanistan Rights monitor, ARM)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 “ARM Annual Report Civilian Casualties of War January-December 2010″에 따르면, 무장 충돌 사고가 일주일에 100건이 넘게 일어나는 등 아프간의 전쟁은 전쟁 발발 10년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2010년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 부대와 아프간 정부군의 숫자는 350,0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지난 9년 동안 3000명에서 5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탈레반 군을 ‘소탕’하는데 3750억 달러를, 그리고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참여한 나토국들은 700억 달러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쏟아 부었다. 한 명의 탈레반 군과 싸우는데 8900만 달러에서 1억 4800만 달러를 쓴 셈이다. 미국과 나토국가들은 이러한 어마어마한 전쟁 비용을 들여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탈레반을 비롯한 반정부군 5000명 이상을 사로잡거나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쟁은 아프간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수천 명의 정부군과 외국 군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특히 민간인들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201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적어도 5,691명(2,421명 사망, 3,270명 부상)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매일 민간인 6-7명이 목숨을 잃고, 8-9명이 부상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ARM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민간인 사상자가 있었을 것을 감안한다면 수적으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가옥 파괴 등으로 재산을 잃은 사람, 생명의 위협을 느껴 외국으로 피난을 떠난 사람, 전쟁 중에 가족을 잃은 사람 등 민간인이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 피해 정도는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상자, 상반기보다 하반기 증가


ARM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민간인 사상자의 수는 총 5,691명(2,421명 사망, 3,270명 부상)으로, 상반기에만 2,574명(1,074 사망, 1,500명 부상)이고, 하반기에는 사상자가 3,117명(1,347명 사망, 1,770명 부상)으로 상반기에 비해 그 수가 훨씬 증가했다.

또한 ARM은 보고서에서 민간인 사망의 63%(1,531명)와 부상자의 70%(2,288명)는 반정부군(Armed Opposition Groups, AOGs)에 의한 것이고, 민간인 사망 21%와(512명) 부상자의 22%(655명)은 미군과 나토군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인 사망의 12%(278명)와 부상자의 7%(239명)는 친정부군에 의한 것이이며, 나머지 약 4%의 민간인 사망(100명)과 3%의 부상자(88명)는 알려지지 않은 무장단체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반정부군, 미군과 나토군, 친정부군 등에 의해 민간인 사상이 발생하는 요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반정부군이 시도하고 있는 악명 높은 급조폭발물과 자살폭탄 공격에 대해 비난하면서, 미군과 나토군도 민간인들을 ‘반란군혐의자’로 간주하며 사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친정부군의 경우 아직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상태에서 치안을 맡고 있는 것이 민간인 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반정부군이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반정부군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의 60% 이상이 발생하고 있고, 그에 비해 미군과 나토군은 20%를 조금 넘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사실은 반정부군을 ‘소멸’시키기 위한 미군과 나토군의 군사 활동을 정당화시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프간 민간인 피해, “누가”가 아닌 “무엇 때문”인지를 봐야

그러나 아프간 상황은 그렇게 간단히 설명될 수 없다. 비록 반정부군이 시도하고 있는 민간 거주지역에서의 급조폭발물(IED) 공격과 자살폭탄 공격으로 많은 수의 민간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정부군의 목표가 미군과 나토군, 친정부군이며, 만약 이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반정부군의 이러한 공격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민간인들의 피해가 ‘누구’에 의해서 발생했느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프간 상황에서 더욱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미군과 나토군 그리고 친정부군과 탈레반을 비롯한 반정부군과의 전쟁과 군사활동이 바로 이토록 많은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는 원인이며, 이러한 군사행위가 종식되지 않는 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ARM 보고서는 반정부군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군과 나토군의 민간인 살상에 대해서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반정부군 혐의자’란 이유로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거나 억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과 나토군, ‘반정부군혐의자’란 이유로 민간인 살해한다는 의심받아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미군과 나토군이 수행한 군사작전에 의해 51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655명이 부상당했다. 그 외에도 217명은 공습에 의해, 42명은 포탄과 수류탄 공격에 의해, 192명은 직간접적 사격에 의해, 61명은 또 다른 무장충돌사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0년 여름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에 대한 미군과 나토군의 대공습 당시 미군은 수천명의 탈레반을 비롯한 반정부군을 사살했거나 사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고서는 미군이 ‘반정부군’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모두 ‘탈레반’과 ‘반정부군’이었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으며, 그들 사이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사작전이 벌어졌던 남부 지역의 주민들이 이들이 ‘반정부군’이라는 미군과 나토군의 주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군사작전이 벌어졌던 지역의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미군과 나토군이 ‘검은 터번을 하고 수염이 있는 젊은 파슈툰족 남자’를 쉽게 ‘반정부폭도’로 분류해 이들을 사살한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 보고서는 미군과 나토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례를 보여하고 있다. 그 중에는 2010년 2월 13일 가르데즈(Gardez) 지역에서 나토군 특수부대가 야간습격을 하면서 임산부 2명, 십대 소녀 1명, 다른 시민 2명을 사살한 사실을 나토군이 처음에는 강하게 부인하다가 결국 인정했던 사례, 2010년 8월 26일 동부 쿠나르(Kunar)의 산악 지역에 대한 나토군의 항공기 폭격으로 6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던 사례 등이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국군에 의해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많은 아프간인들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미군과 나토군에 대한 이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와 관련된 시위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보고서가 더욱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은 미군의 집속탄 사용 문제이다. 위키리크스(Wikileaks)는 2008년 12월 집속탄금지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CCM)에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Hamid Karzai) 대통령이 서명했을 때 미국정부가 극도로 화를 냈다며, 이는 미군이 집속탄의 군사적 효과를 믿기 때문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관련하여 집속탄금지협약(CCM)에 카르자이(Kazai) 대통령이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가 아직 실질적으로 집속탄의 비축과 운반, 사용을 불법화하지 않고 있어 미군의 집속탄 비축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군이 이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어 미군이 아프간에서 집속탄을 실제로 사용하였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집속탄 사용으로 인해 전세계 곳곳의 민간인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집속탄 사용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아프간 상황, 군사력 대신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아프가니스탄 권리 모니터의 보고서는 미군과 나토군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권고하고 있다.

– 혐의가 없는 민간인들을 ‘반정부군 혐의자’로 몰아가지 말 것
– 소위 ‘대테러작전’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 민간인에 대한 안전을 보장, 강화할 것
– 집속탄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 비정규 무장부대와 민병대를 대테러작전 수행을 위해 고용하거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을 중단하고 헌법상의 안보 기관이 제공하는 인력을 배치할 것
– 공중 폭격에 대한 더 많은 제약과 정확한 절차를 둘 것
– 민간 주거지에 대한 공격적인 야간군사작전을 중단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의 위험성을 줄일 것
– 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중단시킬 방안을 찾고 채택할 것  
– 미군과 나토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한 차원 높고 강화된 보상을 제공할 것

아프가니스탄 권리 모니터는 보고서를 통해 ‘평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긴 시간동안 부정되었던 정의, 과거와 현재의 범죄에 대한 책임, 민간인들이 안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법치,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그리고 손에 무고한 피를 묻히지 않은 깨끗하고 강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간 현지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아프간의 평화는 군사력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전쟁으로 시작된 대테러 전쟁도 10년을 맞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권리 모니터의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프간의 현실은 대테러 전쟁 초기에 예상되었던 대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병력과 엄청난 전쟁비용을 아프간에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쟁의 성적표는 이렇게 초라하다. 전쟁으로 아프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할까?

* 보고서 내용 정리는 서영화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 Afghanistan Rights Monitor(ARM)은 2008년 8월에 설립되었으며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과 폭력, 그 외 다른 권리와 관련된 이슈와 사건들을 조사, 보고,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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