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2-02-18   1053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

부시 방한 하루 앞두고 각계인사 700인 한반도 평화선언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이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부시 방한을 하루 앞둔 18일, 각계 종교, 문화, 언론, 학계 등 각계인사 700인은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하고 강경정책을 중단하고 남북화해에 협조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번 평화 선언은 2000년과 2001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300인 선언’에 이른 것으로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연이은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따라 더욱 참여의 폭이 확대되었다.

서울YMCA 4층 강당에서 이루어진 평화선언에서 참석자들은 ”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이름으로 “한반도에서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더 이상의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또한 미국의 한반도 전쟁조장 정책 중단, 무기강매 중단, 615공동선언에 대한 부당한 간섭 중단하고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진지한 대화를 모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전쟁반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 남과북의 정부당국자들이 전쟁방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과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평화선언 전문이다.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한

700인 평화선언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음을 엄숙히 선언한다

9·11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여 일방적 승리를 거둔 미국은 마치 전쟁에 도취나 된 듯이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하더니, 이어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세계 도처에서 강압적 패권 정책을 휘두르면서 세계 평화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위협은 한반도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한국정부와 일언반구의 상의조차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치기에 이른 것이다. 바로 그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부시 미국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오만하고 부당한 태도에 자존심 훼손으로 인한 당혹감을 넘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이에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오늘,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이름으로 “한반도에서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더 이상의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고 엄숙히 선언하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 남북한의 정치지도자와 7천만 겨레, 나아가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전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간절히 호소한다.

1. 미국은 기어코 한반도에서마저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가?

부시 대통령은 방한을 앞에 두고 행한 2002년 연두 국정연설에서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들로 우리를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위험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리는 북한이 1994년 [북미기본합의서](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이래, 이 합의서에 따라 핵을 동결해 왔으며, 1999년부터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서 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해왔음을 알고 있다. 또 1987년 이후 테러에 가담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으며, 국제 반테러 협약에 가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토마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도 최근 “북한이 테러를 지원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던 것이 아닌가? 이러한 사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위협이 ‘반테러 전쟁’이라는 그들의 기준에 비추어보았을 때도 그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맹방인 유럽연합의 여러 나라들과 중국·러시아 등 지구상의 대다수 국가와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같이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에 의한 새로운 전쟁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전쟁을 통해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테러 문제마저도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경고하고 나서는 현실도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주장이 억지 논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대 테러전쟁을 한반도로 확대할 어떠한 명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하면서 부시정부가 대한반도정책을 평화 지향의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2. 미국은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초강경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북한과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진지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북미기본합의]와 2000년의 [10·12북미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개발 동결과 미사일 발사 중단, 그에 따른 북미관계 개선과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에 합의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 이를 어겼다는 증거는 없으며, 미국도 이를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 약속 불이행 등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증거만 분명할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의 후방배치와 미사일 수출금지 등을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북한의 양보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노골적인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북-미간 또는 남북간 상호 군축 방안을 내놓는 대신 북한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항복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을 약속한 [북미기본합의서]와 [10·12북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에도 위배되는 미국의 일방적인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훼손하고 한반도와 한반도에 사는 무고한 사람들을 대량파괴와 살육의 전쟁으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며, 국제적인 협정과 합의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지구촌 대국의 책무를 방기하는 정책이다.

50여년 전 한국전쟁의 처절한 비극을 몸소 겪은 바 있고,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참화를 목도한 바 있는 우리 겨레는 남이냐 북이냐를 떠나서 그 어느 누구도 겨레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전쟁을 결코 원치 않는다.

이에 우리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초강경 대북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고, 클린턴 행정부 시대에 체결된 탈냉전-평화 지향의 [북미기본합의서]와 [10·12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를 모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3. 미국은 [6·15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남과 북의 노력에 협력해야 한다!

21세기 한반도는 지난 20세기 강대국에 의해서 강요된 분단의 사슬을 끊고 평화와 통일을 향한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0년 6월 15일 분단 55년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과 북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칠 것을 온 겨레와 세계만방에 엄숙히 선언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이루어지는 방한에서 부시 대통령은 F-15K 등 무려 100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제 무기의 구입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위협을 빌미로 미사일방어체제(MD)에 남한을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집요하게 하고 있다. 이는 남북간의 긴장과 대결을 부추겨 전쟁의 위험을 높임으로써 [6·15공동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며, 21세기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정책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재래식무기 감축을 요구하면서 남한에게는 무려 100억 달러에 가까운 살상무기 구입을 강요하는 것이나, 한해 국방비로 무려 3천 8백억 달러를 쓰는 초강대국 미국이 연간 15억 달러의 군사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들여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은 삼척동자도 웃을 억지 주장으로 지탄받을 것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자주권 유린과 민중의 생존권 위협,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처리와 용산미군기지 문제 같은 산적한 한미간의 미해결 과제,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한미투자협정의 강요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마당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압력은 우리 겨레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남과 북의 자주적인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협력하는 것이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나라로서 역사적·도덕적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김대중 정부는 전쟁반대에 대한 우리 겨레의 확고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하며, 남과 북의 정부당국자는 전쟁방지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보다 과감하게 기울여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대북 강경 발언의 의미와 그 심각성을 얼버무리려 하거나 ‘미국 정부의 햇볕정책 지지와 대북 대화 의지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여 현실에 눈멀게 하며 위기에 대처하는 의지와 능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도 국제적인 논의의 틀 안에서 어디까지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라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은 첫째, 한반도에서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전쟁이 있을 수 없다는 전쟁불가 선언을 해야 한다. 둘째, 민간단체와 함께 긴급히 전쟁방지 특별기구를 구성하여 나라의 총력을 전쟁방지에 쏟도록 해야 한다. 셋째, 남과 북의 긴급 비상회의를 소집해 공동으로 한반도 전쟁반대와 평화선언을 해야 한다.

북한당국 역시 9·11 사건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직시하면서 전쟁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겨레가 평화와 통일의 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남북간의 신뢰구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 보다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 문제는 우선적으로 우리 민족끼리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른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여야 정치지도자에게 정파적 이해와 정견을 넘어 온 겨레의 힘과 지혜와 의지를 모아내고,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지키는 데 지도적 역할과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

5. “전쟁반대, 평화정착!”, “6·15공동선언 조속 이행, 평화통일 성취!”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7천만 겨레에게 호소한다. 우리는 지난 1994년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에 의해 한반도가 전쟁 일보직전까지 다가갔던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충격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 국민 일부에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전쟁불감증’은 하루 빨리 치유되어야 한다. ‘설마, 설마’ 하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듯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남과 북의 겨레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만에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온 겨레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부시대통령과 미국정부에게 “우리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우리 겨레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사적인 행보에 미국도 협력하라!”는 결연한 자세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부시와 미국도 우리 겨레의 단결된 모습 앞에서는 어쩌지 못할 것이다.

우리 겨레가 살고 있는 소중한 이 땅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있을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냄으로써 세계평화에 적극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 겨레의 숭고한 역사행보와 굳건한 의지는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막지 못할 것이다. 이제 부시 대통령과 미국정부는 우리의 이러한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여 평화 지향의 대한반도 정책 수립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방한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우리 겨레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배우고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전쟁반대, 평화정착!”, “6·15공동선언 조속 이행, 평화통일 성취!”의 기치 아래 7천만 겨레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갈 것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과 연대하여 강력한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온 겨레와 세계인류 앞에 엄숙히 선언한다.

2002년 2월 18일

700인 평화선언」참가자 일동

홍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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