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12-02-29   4077

[2012 평화학교][후기] 한미동맹의 미래를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생각한다

 

1. 한미동맹은 과연 편의에 따른 ‘동거’인가?
 
주류 국제정치이론인 현실주의 시각에 따르면 “동맹은 연애결혼이 아니라 편의에 따른 동거이다.” 즉 동맹은 국가의 자율적 결정과 국가이익의 변동에 따라 결성과 해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과연 한국에서 한미동맹은 이러한 유연한 성격의 것인가?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북한의 군사적, 경제적 역량이 추락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균형은 한미에 유리하게 재편되었다. 따라서 적으로부터의 위협이 약화되어 한미동맹이 해체 또는 변경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해체되지 않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동맹은 국제체제상의 힘의 분포 변화만이 아니라, 동맹의 종결 또는 변경에 드는 비용문제나 동맹의 유지와 종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집단의 생성, 그리고 동맹이 만들어낸 친구와 적, 우리와 그들이라는 양분적인 ‘동맹정체성’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 한미동맹의 구조조정 변수
 
탈냉전시대 한미동맹의 구조조정은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그 방향이 결정되었다. 하나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아시아 전략에 기초한 동맹정책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 및 한반도 평화과정을 둘러싼 한국의 국내정치이다.
 
먼저 한국 국내정치 측면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처음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외에도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주한미군의 병력감축, 북핵문제 등 여러 가지 한미동맹 구조조정 의제들이 제기되었다.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 의제화하는 합의를 도출하였으나 정권교체 이후 이는 지속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한반도 평화체제와 연계하면서 부분적이지만 동맹의 유연화의 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한반도 평화의 길로 선택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택한 한미동맹 강화 방법은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전략동맹이란 한미가 서로의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치동맹, 군사동맹은 물론 경제•사회•문화를 포괄하는 신뢰동맹, 동아시아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평화구축동맹의 세 구성요소를 갖춘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한미동맹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넘어 남북관계의 발전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류협력의 확대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미 전략동맹은 이명박 정부가 주장했던 것처럼 주변국들과의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을 시작으로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미동맹과 북중동맹 사이의 대립을 키우기만 했을 뿐, 한미동맹의 강화가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에 역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한반도와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다시금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비준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형태변환은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라는 또 다른 변수와도 관련이 있다. 2012년 1월 미국은 ‘신국방전략’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는 미중협력을 언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중갈등의 요인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제와 군사 양 측면에서 중국에 집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한미동맹은 현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을 겨냥한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가 한미동맹의 새로운 형태전환을 이끄는 또 다른 이유가 됨과 동시에, 그 결과 북중동맹을 재활성화 시키고 한미 대 북중이라는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3. 앞으로 한미동맹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앞에서 살펴본 한미동맹의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두 변수 중 미국의 세계전략이라는 변수는 이미 우리 앞에 던져졌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복귀라는 상황에서 나머지 변수, 즉 한국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미래 한반도 평화체제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 과연 한미동맹은 앞으로 해체, 정치동맹화, 복합동맹, 냉전적 형태의 동맹이라는 네 가지 경로 중 어느 길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에는, 역설적이게도 반미우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과 주권을 중시하는 보수파에게 반미 정서가 오히려 정상적이겠지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들은 한미동맹을 거스를 수 없는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한국적 상황에서 평화운동의 일환으로 한미동맹의 해체 또는 변경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반미로 오해 받게 되는 지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경험에서 보았듯,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한미 대 북중간 대립이라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따라서 ‘2013 체제’라는 큰 변화의 시기를 앞둔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한미동맹의 유연화와 같은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할 때만이 한반도 평화를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이미현 간사님이 3강 한미동맹의 미래’ 를 주제로 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강연을 듣고 쓴 후기입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2월14일부터 3월 27일까지 개최되는 [2012 평화학교] ’38선 아래 ‘레알’ 청춘들에게’ 에 참여한 분들의 후기를 올립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수강신청하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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