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구럼비는 아직도 노래하고 있다 :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촉구 9차 전국 집중행동의 날에 부쳐

정부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17일(토) 많은 시민들이 제주 강정에서 온몸으로 국가폭력에 저항하고 있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평화비행기를 타고 강정을 방문했습니다.  김영주(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_NCCK 총무), 남부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의장), 김금옥(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권미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정현백(참여연대 공동대표), 지영선(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규복(녹색연합 공동대표), 정연순(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박래군(인권재단사람 상임이사), 김제남(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 이태호(제주해군기지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윤기돈(환경운동엽합 사무처장), 양흥모(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이상덕(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가한 이번행사는 오후 2시 제주공항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3시 30분 문화제, ‘펜스를 걷어라’ 평화대행진 및 평화 난장, 그리고 오후 7시 촛불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제 9차 강정집중방문의 날 육지 참가단 기자회견

 

제주해군기지 건설 전면 백지화! 구럼비 발파 즉각 중단! 평화활동 구속자 석방!

구럼비는 아직도 노래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촉구 9차 전국 집중행동의 날에 부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최남단으로 가면 유네스코 공식지정 생물권 보존지역 ‘강정마을’이 있다. 1Km 넘게 해변가를 따라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전국 유일 용암 너럭바위 ‘구럼비’, 수 백년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바위틈 용천수 ‘할망물’, 천연기념물 442호 ‘연산호군락’과 멸종위기 종 ‘붉은발 말똥게’, 은어가 살고 있는 서귀포시민들의 식수원 강정천, 제주의 상징,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제주올레 7코스’. 이제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 ‘일강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장이 되었다.

 

하지만 2012년의 강정마을은 이 땅에서 생명과 평화가 가장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 곳, 민주주의와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곳, 국가공권력과 건설자본이 공모하여, 국가안보라는 거짓된 명분으로 국민의 정당한 권리와 간절한 바램을 무너뜨리고 있는 곳이 되었다. 살기좋고 아름답던 생명과 평화의 마을이, 전쟁기지라는 억압과 폭력앞에 쓰러지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던 절차가 비민주적이었으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가 철저히 무시되었고, 환경영향 평가와 문화재 발굴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다만, 해묵은 이념논쟁으로 제주해군기지문제를 끌고가기 위해 애써 모른척 외면하며 왜곡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국무총리실 주관의 검증위원회에서도 치명적 설계의 오류가 발견되어 ‘민군복합 관광미항’을 건설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사 강행을 주문하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매일매일 수차례 굉음을 울리며 구럼비를 폭파하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도 굴삭기로 구럼비를 부수며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 강행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공권력의 폭력은 이제 도를 넘어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경찰은 마을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성직자들과 수도자들, 노인들과 청소년들까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폭력적인 연행을 반복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이 합심하여 12명의 천주교 신부들을 법정에 세우더니, 지난 주에는 예수회 소속 김정욱 신부와 제주 늘푸른 교회 이정훈 목사를 구속했다. 법무부는 노벨평화상 후보이며 세계적인 평화활동가인 엔지 젤터씨에게는 5일안에 출국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프랑스인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씨는 변호인에게 전화한통 못하게 하고 기습적으로 강제추방 했다.

 

어제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과 국방부차관, 행정안전부 차관보, 해군참모차장 등 각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 대표와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만났지만, 그들의 진짜 방문 목적은 우금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없도록 회유하고 겁박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금민 도지사는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해군을 향해 즉각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야한다. 그 길만이 우금민 도지사가 제주도민들과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안보를 볼모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평화활동가들을 ‘매국노’라고 몰아가는 정부와 수구언론들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수구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강정에 건설중인 해군기지가 바로 평화를 지키는 기지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하는 전쟁기지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전면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가 다시 확인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돌맹이 하나, 꽃 한송이도 건드리지 말라는 국민의 단호하고 준엄한 꾸짖음이 진정 들리지 않는 것인가?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교수가 보내는 간곡한 메시지 “Do not Kill Kangjung Kurumbi”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폭력과 무례를 용납할 수가 없다.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아는 정권의 끝은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은가?
  
강정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라는 말이 진리임을 우리는 지난 3월 7일 오전 11시 50분경 첫 번째 구럼비 발파 공사 소식을 접하며 확인했다. 그 순간 강정에 있었던 없었던 수없이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절망했다. 구럼비가 부서지는 것이 마치 자신의 뼈마디가 부서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다. 강정의 평화를 지키지 않고서는 우리가 평화로울 수 없고, 구럼비를 지켜내지 못하고서는 아프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아직 구럼비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수십번의 발파에도 불구하고 구럼비는 여전이 그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강정 앞바다를 지키고 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구럼비는 넉넉한 품으로 상처를 감추며 나지막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강정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구럼비를 지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구럼비는 이제 바위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 생명 그 자체이다. 이명박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잘못한 일이 더 늘어나기 전에,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한다.

 

제주 해군기지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지만 구럼비를 폭파한 것은 이명박 정부이다. 수십년만에 신부와 목사를 구속한 것도 이명박 정부이다. 당연히 공사를 중지 시켜야 할 사람도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다. 아무 의미 없는 책임 떠넘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이명박 정부는 즉각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중단하라.

 

하나. 구럼비 발파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평화활동 중 구속된 김정욱 신부, 이정훈 목사, 양윤모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
하나.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전면 중단하라.
하나. 강정마을에 투입된 모든 공권력을 철수하고 그동안의 폭력과 무례를 사죄하라.

 

2012년 3월 17일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9차 전국 집중 행동의 날
평화비행기 참가자 일동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