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신냉전과 위협, 위험사회와 프랑켄슈타인 간의 상관관계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제 2회 국제워크숍>동북아 신냉전과 ‘위협’의 재해석 : 안보에서 안전으로
신냉전과 위협, 위험사회와 프랑켄슈타인 간의 상관관계


자원활동자 김지훈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제 2회 국제워크숍
2010년 3월 26일, 11월 23일.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던 그날들.

많은 이들이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술자리에서 논하던 그 시각 나는 가슴을 졸이며 전쟁 발발에 대한 두려움에 잠을 설치고 있었고, 남들은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든 시각 잔뜩 긴장한 채 총을 메고 경계 근무를 서야했다. 나는 군인이었다.

그래서일까. ‘신냉전’과 ‘위협’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내가 처했던 상황이 떠올랐고, ‘안보에서 안전으로’라는 문구에 매혹 당했다. 그때의 심리적 두려움과 압박감을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지, 그리고 나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현실적 대안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정의한다. 여기서의 위험은 ‘직접 감지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다. 위험의 불확실성 또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개인화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또한 울리히벡은 위험이 과학기술과 이에 기반을 둔 군사-경제력에서 초래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동반하는 과학기술 문명과 군사전략은 이러한 위험상황을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위험을 만들고, 스스로 불안해하며, 그들의 손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국제워크숍은 위험사회론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묘하게 그 기저에 있는 생각이 닮아 있었다. 
  
1부에서는 핵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과 미국의 군사전략이 어떻게 맞물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신냉전 상태를 야기하는지, 특히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2부에서는 평화의 관점에 기반을 둔 체제로의 이행과 시민들의 국제적 연대행동을 통한 현 상태의 극복을 이야기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군사전략으로 인해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위험 상황을 초래한 점, 신냉전 상황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불안감 조성과 후쿠시마 핵 참사 및 강정마을 자연 환경 파괴와 마을 주민들의 인권 침해 등의 ‘위협’을 재생산한 점, 대안으로서 환경오염을 동반하지 않는 깨끗한 과학기술에 대한 지지 그리고 평화의 관점으로 재정비한 최소한의 군사전략과 개인화를 넘어선 시민들 간의 연대를 통한 불안감 해소까지 위험사회론이 제시하고 있는 면면들을 그 속에 담고 있었다.

사실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현 상황을 진단할 때 인간이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관점을 공유하는데 파멸을 촉진하는 기제로서 대표적인 것을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기술, 군사전략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안전보장의 준말로서 재해와 전쟁 등으로부터의 안전 보장을 의미한다. 안보를 위해서 우리는 과학기술과 군사전략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안보라는 이유로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주거 환경이 파괴되며 특히 인근 자연환경까지 훼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강정마을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는 안보로 인해 도리어 불안전해진 우리들 인간의 모습이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신부와 동생을 잃은 후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애쓰다 죽게 된다.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에 의해 자멸의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도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군대에 있었을 때 불안해했던 나의 모습 역시 우리들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해 야기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면, 괴물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이전에 인간 스스로 괴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참사는 일어났지만 덕분에 핵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점차 달라져 친환경적 발전기술에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제주 해군기지는 아직 완전히 건설된 것이 아니다. 2부에서 밝힌 시민들의 제안처럼 우리가 연대해서 행동하며 평화의 관점으로 다시 동북아 신냉전 체제를 돌아볼 때 우리들의 진정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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