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아태지역 평화군축 위한 각국 시민사회 노력 절실해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제 2회 국제워크숍>동북아 신냉전과 ‘위협’의 재해석 : 안보에서 안전으로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각국 시민사회 노력 절실해

자원활동가 공다예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제 2회 국제워크숍


지난 2011년 11월 2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동북아 신냉전과 위협의 재해석: 안보에서 안전으로”라는 주제 하에 한국과 일본, 미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각국의 주요 이슈와 향후 전개를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초국가적 경제위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국제정세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번 국제워크숍이 가지는 의의가 컸다.


1부는 ‘아태지역 군비경쟁과 위협의 정치’라는 소주제로 발표가 이루어졌다. 


피스보트(Peace Boat)의 가와사키 아키라는 1부 첫 발표를 맡아, 후쿠시마 참사가 아태지역의 핵·안보 논쟁에 주는 네 가지 함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 중 첫 번째는 후쿠시마 참사 후 일본의 자위대가 원전사고 피해복구에 동원되면서 그들 활동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복구활동이 여러 민간 자원활동가들과 공조되어 이루어지면서, 피스보트를 비롯한 평화단체와 일본 자위대가 ‘오월동주’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후쿠시마 사태로 동상이몽인 것은 자위대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후쿠시마 사태복구에 도움을 주면서 오키나와 기지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있는 것 또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부분이었다. 

가와사키 아키라는 사태 이후 일본여론의 60-70% 이상이 핵의 점진적 폐기를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핵 마피아’로 통칭되는 핵 이익집단(Nuclear Village)은 스트레스 테스트(내성평가)를 거쳐 원전을 재가동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지 규제기관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며, 원전이 안전하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⑴고 이야기하는 그들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시장이 위축되면서 핵 수출 계획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 정부 또한 핵 안보에 위협적인 세력임이 분명해 보였다. 


두 번째로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존 페퍼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미국의 경제상황과 군사정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아태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연방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졌고, 지난 여름에는 국방예산이 삭감된(실제로 삭감된 것은 아니지만 계획되었던 증가치가 감소한) 예산안이 잠정 합의되었다. 존 페퍼는 상황을 물이 반쯤 찬 컵으로 비유하면서, ‘물이 반이나 찼다’는 긍정적 관점에서 ‘군사비 지출 삭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도 평가할 수 있지만, ‘물이 밖에 차지 않았다’는 부정적 관점에서 ‘삭감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으며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국방예산의 감소를 왜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의아했지만, 이어진 발표를 들으며 비교적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국방예산 중 축소가 논의되는 항목은 일자리에 비교적 적은 타격을 미치는 ‘해외미군기지 지출’에 대한 부분에 불과하고, 이는 미군기지가 주둔해있는 동맹국의 비용부담을 강조하거나, 제주해군기지처럼 동맹국이 자국의 군사기지를 직접 건설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었다. 국방예산 감소부분을 무기 수출로 메우기 위한 무기수출 장려정책 또한 미 국방부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었다. “미국의 군비삭감이 동북아시아의 군비삭감으로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핵심을 깨닫고, 이러한 군사외교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무엇일지 고민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의 발표였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미국의 해양전략 전개과정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한미동맹의 지역적 역할이 강화되는 현 상황에 대해, 그리고 논쟁의 중심에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Seapower 21이 제시하는 해양타격, 해양방어, 해양기지화의 3대 전략,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지역해양안보구상(RMSI)에서 의도하는 미군 주도의 군사협력이 “실재하는 위협보다 과장된 위협인식”  에 기초해 있고, 한국 해군은 미국의 파트너로서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을 뿐, 자주적이거나 협력외교적인 군사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나 북한 등 동북아 주변국가와의 정치외교, 군사적 갈등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함에도 한미양국의 해군훈련과 작전은 매년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이명박 정부의 취임 이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일정 연기 등 종속적인 방향으로의 한미 군사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해군기지가 한미합동 해양전력 형성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자 동북아 군사외교 갈등의 불씨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싣게 되었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토론에서는 미국의 해외기지 비용 검토가 경제위기라는 상황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민주화로 정당성을 결여한 부분이 있다는 점,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피스보트가 평화와 인권이라는 기존 의제와 더불어 새로운 의제를 이끌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해 각국의 정부와 시민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아젠다의 확대를 통해 더욱 심층적인 문제해결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세계평화라는 거시적 담론과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활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구현하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우리’의 과제다.
—————————————————-
⑴ 日 “모든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뉴시스, 2011년 7월 6일.
⑵  존 페퍼, 경제위기, 전략적 기회: 미국의 군사전략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제2회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국제워크숍 발표문, 2011년 11월 2일.

⑶ 이태호, 공포의 과장과 안보딜레마,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2회 아태지역 평화군축을 위한 국제워크숍 발표문, 2011년 11월 2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