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국방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부대 구성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

파병반대국민행동, 국방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부대 구성안 전면 비판

국방부는 지난 1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 파병부대 구성안을 발표하였다. 이 의견서는 국방부 발표에 대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의 입장을 정리하여 국회의원들에게 국방부 발표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온당한 처리방안을 권고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편집자주>

조삼모사식 말장난으로 포장된 전투병 일색의 이른바 ‘평화재건부대’

국방부는 전체 병력 3600명을 약 1200명의 사단사령부 및 직할대, 600여명의 서희제마부대, 1000여명의 재건지원대대, 또한 경계병력은 사단사령부에 소속된 해병 100여명과 700여명의 특공대대 등 총 800명 규모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경비부대를 1400명 가량 편성하겠다던 12월 말의 국방부 발표에 비해 재건지원부대와 직할대의 비중이 늘어나고 경비를 담당할 전투부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삼모사식 말장난과 숫자놀음으로 국민의 비난을 회피하려는 기만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방부가 밝힌 3600여명의 파견병력 중 재건과 복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대는 1차 파병에 의해 이미 파견되어 있는 서희제마부대 600여명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특전사를 민사여단에 포함시킴으로써 마치 경비병력을 축소하고 재건지원부대 비율을 늘린 것처럼 치장하고 있으나 1000명에 이르는 특전사는 전형적인 전투부대로서 재건복구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부대라 할 수 없다. 말만 재건부대지 이라크 재건 지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편제인 것이다.

특전사는 언젠든지 전투부대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능부대가 아닌 특전사를 재건부대로 설정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호도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기자회견을 담당했던 김태영 정책기획국장 스스로도 ‘이들이 경우에 따라 경비업무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이미 자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파병되는 3,000여명의 병력중 전투병의 비율은 최소 60%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도 최정예부대로 알려져 있는 특전사와 특공부대, 해병대 등으로 구성되게 된다. 게다가 사단 직할대 구성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 결국 국방부의 발표내용은 무늬만 이라크평화 재건부대이지 전투부대 중심의 점령군 편성에 다름 아니다.

국방부의 자의적 병력편성 발표로 ‘백지위임式 국회동의안’의 문제점 재확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국방부가 밝힌 파병병력 구성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파병동의안 그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경비병력이 14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는 특전사를 재건지원부대 명목으로 파견하는 대신 별도의 특공부대 및 해병대 800여명이 경비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회동의안의 변경은 전혀 없었다.

12월 발표대로 경비병력 1400명을 파견하거나 말거나, 이를 바꾸어 경비병력 명목으로 800명을 파견하고 재건부대로 위장한 전투병력 1000명을 파견하거나 말거나 국회 결의안이 이를 규율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국회동의안이 사실상 백지수표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방부의 뒤늦은 해명은 도리어 국회 결의안의 치명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키크쿠크 안전하다”는 국방부 발표 비웃는 반군들의 공격

국방부의 무책임한 여론호도는 비단 부대구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대다수가 우려하는 이라크 및 키르쿠크의 치안상황에 대해서도 역시 단편적 숫자나열을 통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9일 자료공개를 통해 미군과 동맹국을 겨냥한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적대행위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군의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에서는 최근 1개월 동안 적대행위로 인한 미군과 동맹군의 인명피해는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키르쿠크 지역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신뢰성이 의심되는 단순한 산술적 통계의 발표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도 미군 사망자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키르쿠크 지역에서 지난 6월 경찰이 창설된 이후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한 경찰이 20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현지 경찰을 지원하고 지휘하는 한국군이 결코 테러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수주 동안 이라크 군경들의 사상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의 안전하다는 발표와는 달리 키르쿠크는 지난 연말부터 적대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 1월초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행금지조치는 미군 사망사건 전후에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방부 통계의 신뢰성을 의심케 한다. 또한 현지 자치단체 등 소식통에 의해 키르쿠크 주변에 무장세력이 결집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라도 하듯 국내언론인 연합뉴스는 ‘한국군이 오면 공격할 것’이라고 밝히는 키르쿠크 주변 하위자 지역의 무자헤딘 지도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고, 실제로 반군의 경고와 경고전단이 키르쿠크 지역에 뿌려진 직후인 지난 1월 14일에는 한국군 군수조사단이 머물던 미군캠프에 대한 로켓포 공격이 감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군조사단의 방문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미 제173공수여단 부대에 3차례의 중화기 공격이 가해졌고, 전날에는 키르쿠크 미군 캠프에 4발의 카튜샤 로켓 공격이 가해졌다고 미군 당국이 인정했다. 25일의 로켓공격은 김희상 전 국방보좌관이 떠난 지 7시간만에 그가 머물었던 캠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로켓 공격은 29, 30, 31일에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29일 국방부의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군 3명이 사망하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정부는 인명피해라는 단순한 숫자공개 외에 키르쿠크와 이라크 정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키르쿠크 지역이 새로운 반군 결집지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경고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그저 ‘안전하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군이 오면 공격할 것이라는 반군들의 경고에 대해서도 그 위험도나 실제가능성 등에 대해 실제적인 진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파병예정지역 키르쿠크, 종족갈등 및 내전 가능성 확대

한국군은 이라크에서 이라크 군·경 양성 및 지도하는 임무만을 수행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한국군이 이라크인들로부터 반감을 덜 사거나 더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이탈리아 군대가 테러공격을 당했다는 사실도 한국군이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반증해 주고 있다.

게다가 키르쿠크는 이미 종족간의 갈등이 급격히 날카로워지고 있고, 사망사건 등 유혈사태로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밝히는 ‘이라크 자치행정기구 기능발휘 지원’ 임무수행을 가장 어렵게 할 활화산이 타들어가고 있는 지역이 바로 키르쿠크라 할 수 있다.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군은 최근 ‘이슬람 시아파의 조속한 총선요구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내전으로 발전할지도 모를 대규모 살상이 예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 내전에는 종족 및 종교갈등이 개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쿠르드족과 아랍족, 투르크멘족이 섞여 살고 있고 쿠르드족이 강력하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키르쿠크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내전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가 국민에게 키르쿠크 지역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국방부가 주축이 된 정부 1차 조사단이 코미디 같은 거짓 조사보고서를 발표해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사실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런 작태를 또 다시 되풀이한다는 것은 국방부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결론> ‘국회 무시, 국민 우롱’ 거짓정보와 말장난으로 일관한 국방부 파병안

그 동안 정부의 키르쿠크 파병방침 및 파병동의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 키르쿠크의 안전상황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고 △ 재건지원부대라는 설명과는 달리 전투병력 중심의 점령부대 편성방안이며 △ 구성과 임무, 예산안도 포함되지 않은 무책임한 백지위임 요구라는 정당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그러자 정부는 뒤늦게 지난 29일 국방부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키르쿠크는 안전하다고 강변하면서, 파병군의 편성이 경비병력이 대폭 줄어든 재건지원부대임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헛된 시도는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설픈 숫자놀음과 말장난으로 인해 도리어 국민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한 후 한달이나 뒤늦게 발표한 이른바 파병부대 구성안은 결국 국회동의안과는 무관하게 정부 마음대로 부대편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파병동의안이 사실상 백지위임장에 다름 아님을 새삼 환기시켜주고 있다.

<의견> 17대 국회로 파병안 처리를 넘겨 키르쿠크 추가조사, 공청회 등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토절차 거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16대 국회의 책무

우리는 정부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래, 이 파병안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제기해왔고 이러한 함량미달의 파병안에 대한 국회의 성실한 의정활동을 촉구해왔다.

국회가 존중받으려면 파병찬반 여부를 떠나서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함량미달의 파병동의안의 부실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를 질타해야 마땅했다. 또한 이번에 구성되는 부대가 사실상의 전투사단이자 점령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각 정당과 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였다. 16대 국회가 국민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국회차원에서 키르쿠크 지역에 대한 추가조사단 파견을 서두르는 것이 필요했다. 민의의 대행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조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6대 국회는 파병안의 문제점을 따지는 그 어떤 실질적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각 정당은 정부 파병안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한 토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국방부는 국회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백지위임장에 가까운 파병동의안을 정당화하는 조삼모사식 말장난을 일삼으면서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방자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건대 총선준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16대 국회와 각 정당들에게 이런 중차대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국가적 결정을 맡기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 이 상태에서 졸속으로 파병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배임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16대 국회가 파병안에 대한 검토를 포기하고 17대 국회로 이 문제를 넘겨 현지추가조사, 공청회 등 국민이 납득할만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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