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19   992

재신임 여부 상관없이 노대통령 책임 묻겠다

노무현 정부 ‘말바꾸기’에 시민사회 분노, 국회비준 총력저지 결의

노무현 정부가 2차로 이라크에 파병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사회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정부가 파병계획을 발표하자 18일 저녁 즉각적으로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발표 다음날인 19일 오전에는 APEC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하기 위해 출국장 근처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낮 12시에는 “정부의 추가 파병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즉각적인 항의행동에 돌입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당혹감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10월 19일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의 ‘정부의 추가파병결정 규탄 및 철회촉구’ 기자회견

그도 그럴 것이 파병발표 직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이 테러의 표적이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이러한 문제들까지 고려해 파병문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다. 국민적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대통령 자신이 선언했기에, 바로 다음날 오전 그렇게 전격적으로 파병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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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화일보의 “10월 19일에 즈음해 청와대가 파병관련 입장을 낼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사실여부를 묻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물론 노 대통령 자신도 “급한 발표는 없다”고 대답한 터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이번에야말로 노 정부가 신중함을 기하며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파병결정을 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었다.

또한 파병논쟁에서 가장 첨예한 지점이었던 미국의 직접적 압력 여부, 파병이 가져올 경제적 국익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미국의 직접적 압력은 없었다. 파병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이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까지해 이날 참석했던 시민사회단체 대표 8인은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짐작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여론수렴해 결정하겠다더니, 전 국민 상대로 쇼를 한 것”

2차 파병결정 발표 전날인 10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문제에 대해 정부 내에서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며 “다음날인 10월 18일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처음으로 논의하는 자리’에서 파병이 결정된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이미 오래전에 파병결정을 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다.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던 김기식 사무처장은 “NSC 회의 이전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 이전에 이미 파병결정을 해 놓았던 것이었다”며 이는 “국민적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하고는 결국에는 전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51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2차 파병결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역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분노하고 있다. 노대통령 스스로가 최소한의 신뢰조차 깨뜨렸다는 반응이다.

“파병관련해 국회의원들 내년 총선때 유권자 심판하겠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파병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는 했지만 절차상 국회비준을 거쳐야하므로 이에 대해 총력저지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10월 20일부터 국회의원 전원에게 파병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고, 각 의원의 입장표명 결과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이 뒤따를 것임을 경고할 예정이다.

10월 19일 “정부의 추가파병결정 규탄 및 철회촉구” 기자회견에서는 전투병 파병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안을 앞에 두고서도 정쟁만 일삼는 각 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합신당과 민주당 모두 대다수 의원들이 파병반대 입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론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든 피해보겠다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통합신당이 결정한 후에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한나라당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적 꼼수”라면서 “파병으로 인한 정치적 책임을 대통령과 통합신당 쪽에 전가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은 파병철회를 위해 국민적 힘도 모아갈 예정이다. 10월 20일부터는 매일 저녁 7시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촛불시위가, 24일에는 제2차 비상시국회의, 25일에는 전국동시다발로 국제반전국민행동 및 제2차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파병반대 여론수렴을 위해 거리에서 직접 실시하는 파병찬반투표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임종석 의원, 파병철회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파병결정 철회를 두고 시민사회가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파병반대 입장을 가진 국회의원들도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통합신당의 임종석 의원은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국회의원직을 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임 의원은 “전투병 파병이 가져올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해 미력하지만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19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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