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830

<파병반대의 논리> 반전을 생각하며(Anti-War Thinking)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 반전·평화를 위한 ‘도덕적 선제공격’은 계속되어야 한다 –

이 무시무시한 순간에 우리는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라크에서의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온갖 열과 성을 다해 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폭탄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에도 깊고 커다란 감정의 구덩이가 생겨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상념에 잠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길거리로 뛰쳐나와 ‘반전’ ‘평화’를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이번 전쟁이 가져올 파괴의 정도와 그 영향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전에도 역사의 어두운 순간을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노예제도, 홀로코스트, 베트남전쟁… 인간의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세계의 종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들을 여러 번 맞았습니다. 1993년 크리스 하니가 암살됐을 때는 온 국민이 울었습니다. 그는 대단히 인기있는 지도자였고, 넬슨 만델라를 이어 아프리카민족평의회(ANC)를 이끌 것으로 모두가 생각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폭력이 남아공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헌법 제정을 둘러싼 ANC와 백인들만의 국민당과의 협상은 회복불능의 파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투쟁에서 최악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내 신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옳은 일을 하겠다는 보통 사람들의 도덕적 용기를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념과 용기의 힘 앞에 끝내 아파르트헤이트는 종식됐습니다.

전쟁에 대한 깊은 우려가 퍼져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미국은 물론 세계 모든 곳에서 희망과 존엄의 이유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세계에 걸쳐 그토록 많은 일반시민들이 전쟁에 반대하며 길거리로 뛰쳐 나온 적은 역사상 한반도 없었던 일입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반전’ ‘평화’를 외쳤습니다. (반전을 위한) 이 도덕적·대중적 선제공격의 원칙(doctrine of moral and popular preemption)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그들 중의 상당수는 매우 가난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반대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이들 나라의 정부들은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대가로 받게될 엄청난 지원을 뿌리치고, 국민들의 뜻을 따르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분명 민주주의를 향한 중대한 진일보입니다.

개인적 치유를 위한 첫번째 단계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전쟁의) 참화의 깊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애써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우리는 미래를 내다봐야 합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결집된 에너지를 흩뜨려서는 안 됩니다. 다른 곳으로 전파하고, 더욱 확대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두 눈 부릅 뜬 경계를 계속해야 합니다. 전쟁과 함께 국내의 민권은 역사상 최악의 위협을 맞고 있습니다. 애국심의 압력 앞에 저항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세계의 관심은 외교적 해결, 유엔을 통한 해결에 쏠려 있었습니다. 중동지역의 영속적인 평화와 안보를 원한다면, 국제법이 조금이라도 의미를 가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유엔의 결의들이 모든 국가들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그러한 방향으로 집중시켜야 합니다.

이라크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정부를 세우고, 거액을 들여 장기적인 전후 복구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반전 네트워크 ZNet에서 발췌. 2003. 04 http://www.zmag.org/content/showarticle.cfm?SectionID=15&ItemID=3405

이기사는 2003년 4월 8일자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기사입니다. ⓒ 2001-2003 PRESSian. All right reserved. (원문보기)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화국 대주교, 노벨 평화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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